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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금융] MZ세대 '리셀' 열풍, 묵혀둔 한정판 상품으로 "수익 창출"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1.07.28 11:42:46
[프라임경제] 옛날 카메라나 묵혀둔 한정판 상품을 갖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대세로 자리잡은 재테크 문화 '리셀테크(리셀·재테크 합성어)'에 주목하세요. 애물단지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재테크 기회가 열릴 수도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소곡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샤넬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줄을 선 모습. ⓒ 연합뉴스


리셀테크를 할 수 있는 품목은 명품 브랜드와 운동화 등 고가품뿐만 아니라 레트로 감성이 담긴 OB맥주잔, 필름카메라 등 일상 생활용품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수요만 있다면 웃돈을 얹어 되팔 수 있는 재테크라고 할 수 있으며, 다양한 제품을 거래할 수 있는 만큼 진입장벽도 낮아 MZ세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이죠. 

최근 코로나19에 의한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와 맞물려 리셀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는 리셀테크 시장 규모가 2019년 20억달러(2조1744억원)에서 2025년 3배 불어난 60억달러(6조5232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샤넬백 두 개 되팔아, 직장인 월급 이상 수익

Z세대보다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일부 M세대들은 리셀 상품으로 명품을 선호합니다. 샤넬과 롤렉스의 경우 '샤테크', '롤테크'라는 애칭이 생길 정도인데요. 명품 수요가 급증한 배경엔 코로나19 장기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명품 구매 경로가 백화점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백화점 3사(신세계·롯데·현대) 합산 매출은 2019년대비 9.8% 감소한 반면, 명품 소비는 15.1% 상승해 홀로 상승 곡선을 그리기도 했죠.

리셀족들이 백화점에 장사진을 치는 시기는 명품 가격 인상 시기와 맞물립니다. 가격이 오르기 전 물건을 확보하면 추후 인상된 가격보다도 10% 프리미엄을 붙여 되팔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샤넬백의 경우 지난 1일 '클래식 미디움 플립백'과 '보이백' 등 일부 베스트셀러 상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습니다. 국내 베스트셀러인 클래식 미디움 사이즈는 864만원에서 971만원으로 12.4% 인상됐죠. 

만약 인상 전 클래식 미디움 플립백을 864만원에 구매했다면, 차액 107만원에 프리미엄 97만원을 붙여 204만원의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달에 샤넬백 두 개만 되팔아도 직장인 월급 이상 버는 셈입니다.

◆스니커즈 재테크 '슈테크'…국내 발매가 12만→60만원 거래

힙합가수 데프콘은 나이키 조던 시리즈 마니아로 알려졌는데요. 그는 한 예능 방송에 출연해 "지드래곤이 신으면 신발값이 뛴다"며 "돈도 많으니까 다른 거 신어 달라"고 '웃픈(웃기고 슬픈)'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과거 나이키 조던 시리즈는 힙합가수 등 일부 계층이 선호하는 마니아 취향 신발이란 이미지가 강했는데요. 하지만 지드래곤 등 패셔니스타가 이 신발을 자주 신으면서 이제는 '패피(패션피플)'에게 유행이 번졌습니다. 수요 역시 자연스레 급증하게 됐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쫓지 못했고, 가격은 자연히 상승했습니다. 한정판 등 희소성 있는 신발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각해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기도 했죠. 이처럼 한정판 신발을 재판매해 시세차익을 얻는 거래행위를 '슈테크'라고 부릅니다.

지난 2019년 지드래곤이 나이키와 협업해 만든 스니커즈 '에어포스 1 파라-노이즈' 한정판은 정가 21만9000원이었던 제품이 리셀 시장에선 수백만원에 거래되며 리셀 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신사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한 '덩크 로우 레트로 화이트 블랙'은 국내 발매가가 11만9000원인데 지난 3월엔 최고 59만9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얻는 방법으로는 '래플(Raffle)' 또는 '드로우(Draw)'로 불리는 랜덤 추첨이 주를 이루는 추세입니다. 이는 무작위 추첨으로 수량이 한정된 제품의 구매 자격을 부여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국내에서는 나이키, 아디다스, 무신사 등 브랜드에서 자주 활용하고 있습니다.

당첨만 되면 손쉽게 최소 두 배 이상 시세차익을 얻을 기회가 생기는 탓에 너도나도 한정판 운동화의 주인이 되고자 도전합니다. 물론 높은 인기와 당첨 확률은 반비례하겠죠. 실제로 지난 3월 전주 한 매장에서 추첨으로 진행된 한정판 신발 응모에는 1시간 만에 수 천명이 몰리기도 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실감이 납니다.

◆'OB맥주잔' 등 시대적 인기, 상품가치 재평가

지금까지 살펴본 고가품 상품과 달리 저렴한 리셀테크 품목들도 있습니다. OB맥주잔과 필름카메라 등은 저렴한 리셀테크의 대표적인 예에 속하죠. 레트로 열풍을 타고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 두 물건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 도봉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8)씨는 "SNS에서 레트로 열풍이 불 당시 집에 있던 88올림픽 기념 OB맥주잔을 당근마켓에 팔아본 경험이 있다"며 "설마 이 맥주잔을 누가 1만원에 살까 싶었지만, 올린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구매문의 연락이 왔다"고 말했습니다.

유행에 민감한 김모(26)씨는 "친구와 동묘를 돌아다니던 중 옛 필름카메라를 2만원에 구매한 적이 있다"며 "해당 카메라는 당근마켓에서 8만원에 되팔았다"고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그 이후 동묘에서 필름카메라를 대량 구매 후 당근마켓에서 수익을 남겨볼까도 생각했지만,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경험처럼 인기 상품을 구매해 재판매한다는 것이 쉽진 않아 보이지만, 집에 방치됐던 물건이 우연한 기회에 유행으로 번지며 다시 상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겠죠.  

물론 리셀테크는 재테크처럼 부업으로만 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거래가 빈번해진다면 뜻하지 않게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송재상 세무사는 "중고 상품 판매에 반복성이 보인다면 사업소득으로 인정될 수 있으며,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가산세 등 예상하지 못했던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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