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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루의 언어 에세이] 관심을 지키는 방법

 

이다루 작가 | bonicastle@naver.com | 2021.07.27 14:02:01
[프라임경제] 자타가 공인하는 자전거 라이더로 생활한 지 30년째다. 시간에 대한 보상 탓인지 자유자재로 자전거를 다룰 수 있는 건 특권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자전거 길을 찾아다닌다. 

방방곡곡으로 뻗은 자전거도로는 그런 특권을 남용할 만한 최적의 장소다. 강이나 호수를 끼고 나무가 우거진 자전거도로를 달릴 때면 물 만난 고기마냥 스스로 제어할 힘을 잃는다. 나도, 그리고 자전거도 말이다.

때때로 익숙함으로부터 수월함을 느끼게 되면 곧장 자신만만한 상태에 이른다. 내가 자전거를 탈 때 생기는 마음도 그와 같다. 한때는 어렵거나 복잡했던 것들이 훨씬 쉽고 간단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뜬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이며, 이는 스스로를 굳게 믿는 자신감이 돼 활력을 증진시킨다. 내가 자전거를 타면 외려 에너지가 솟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살아가는 데에 자신감을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만큼 자신감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하지만 자신감을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어떤 날은 들킬세라 꽁꽁 숨어 있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거침없이 마음을 도와 일으킨다. 자신감은 행위나 작업 따위에도 항상 다양한 모습을 띤다. 대개 낯섦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익숙함 앞에서는 거대해진다. 이런 성질 때문에 우리는 늘 마음의 경계를 살피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자신감을 갖기를 원한다. 그리고 자신감이 충만할 때 비로소 자존감도 성장한다. 자신감이 '나'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이라면 자존감은 '삶'을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두 마음이 공존하는 상태야말로 가장 건강하고 뜻 깊은 시간으로 점철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지나치면 나의 영향력을 과신하게 된다. 이는 곧 자만심(自慢心)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자만심은 스스로에 대한 오만이나 거만한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자만심을 경계해야 하며, 그것으로부터 자신감과 자존감을 독립시켜야 한다.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의 경계를 제대로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이는 곧 제 능력의 한계를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자전거의 특권을 자전거도로 위에서 맘껏 누렸다. 핸들에서 두 손을 놓기도 하고, 사정없이 페달을 구르기도 했다. 거침없는 질주를 하면서 생겨난 건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심이었다. 그 순간, 호기를 부리던 나는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로 인한 피해는 가혹했다. 두 다리에 시퍼런 멍이 들었고, 턱에는 깊은 찰과상이 생겼다.

익숙한 것들에 대해서는 마음이 놓이기 마련이다. 마음이 쓰이는 것이 관심이라면 마음이 놓이는 것은 안심이다. 관심이 계속해서 마음을 들춰보는 행동이라면, 안심은 더 이상 마음을 들춰보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만만하거나 자만심이 자라기 딱 좋은 환경이 된다. 그래서 안심하는 순간에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비롯된다. 언제 생겨났는지도 모를 자만심의 응징이다.

그러므로 안심을 경계하는 편이 좋다. 마음을 놓아서 편해지면 변화를 거부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그러나 성장의 동력은 변화로부터 나오지 않던가. 변화는 불안을 좇으므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으니 안심을 경계한다. 

그렇다보니 무언가에 관심을 쏟게 되면 변화와 성장을 꿈꿔볼 만 하다. 그렇다고 항상 긴장의 상태로 온갖 관심을 두면서 살아가는 것은 확실히 지치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마음의 긴장과 불안을 의도적으로 풀어주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런 마음의 수축과 이완의 시간이야말로 살아 있음의 표징이고, 세상과 나를 소통시키는 전원장치인 셈이다. 



이다루 작가 /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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