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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도의회 선거와 올림픽 정국 강타한 '고이케 매직'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7.15 10:30:19
[프라임경제] 도쿄도 의회선거 공고 3일 전,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지사가 과로로 입원했다. 연일 강행되는 코로나·백신 회의로 체력이 소진된 때문이었다. 일주일여 병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한 6월30일, 고이케는 절대 안정을 권고한 의사 지시에 따라 좀 더 휴식을 취하며 원격으로 공무를 수행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리고 선거를 이틀 앞둔 7월2일, 청사에 출근한 고이케는 기자회견을 통해 "언제 갑자기 쓰러질 수 있지만, 그래도 만족한다. (올림픽)무관중도 방법"이라는 선문답을 남긴다. 해당 발언은 매체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눈치 빠른 정계 고수들은 마침내 고이케가 승부로 나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3일, 고이케는 회복이 덜 된 몸을 이끌고 자신이 최고 고문으로 있는 도민퍼스트회(이하 도민퍼) 선거사무실 10여곳을 돌았다. 트레이드마크인 녹색 자켓을 입고 지난 선거 때 사용했던 유세차량에 올라 건강을 염려해주는 유권자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유세 중 마이크를 잡지 않았고, 다른 당을 자극하는 언행도 삼갔다. 다만 무관중 올림픽을 선거구호로 내걸고 외롭게 싸우는 '고이케 키즈'에게 무언의 퍼포먼스로 지지를 보냈다. 

그렇게 7월4일 선거가 끝났고, 도민퍼는 전체 127석 중 31석을 얻어 33석을 얻은 자민당에 제1당 자리를 내줬다. 결과만 놓고 보면, 49석에서 18석을 잃은 도민퍼가 패배하고, 23석에서 10석을 늘린 자민당이 승리한 구도다. 

자민당은 4년 전 고이케가 이끄는 도민퍼에 참패한 후 공명당과 제휴를 맺고 주도권을 탈환하려 했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TV아사히 역시 "자민당이 선거 전 자체분석에서 '(현재 의석) 2배수 확실'을 자신했던 만큼 사실상 참패"라고 분석하며 "고이케 지사가 선거 직전 병원에 입원하는 '몸을 불사른 행동'이 영향을 줬다"라고 보도했다. 

실제 도민퍼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한 자릿수' 당선에 머물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자민당이 기대 이하 성적표를 받아든 건 스가 정권이 코로나 뒷북대응을 하고, 부진한 백신 접종률이 감표 요인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자민당 부진과 도민퍼 선전을 설명하긴 어렵다. 

그 배경에는 늘 상대 의표를 찌르는 전략으로 일거에 판세를 뒤집은 고이케의 신묘한 개인기가 있다. 이번 선거처럼 상상을 뛰어넘는 어떤 반전이 이뤄질 때, 매체들은 '고이케 매직' 또는 '고이케 극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고이케는 선거 직후 곧바로 준비해둔 속편을 꺼냈다. 

지난 6일 침울한 자민당 본부에 고이케가 코로나 방재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니카이 간사장과 면담을 마친 고이케는 기자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코로나 대응과 경제문제에 대해 정파를 떠나 '올 도쿄(all tokyo)로 가자'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라고 설명했다. 

7일에는 무관중 문제로 스가 총리와 각을 세우고 있는 오미 회장을 만나 긴급사태 중 대회개최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런 회동은 다음날 바흐 IOC 회장과 하시모토 조직위원장 등이 참가하는 5자 협의에 대비한 포석이었음이 곧 밝혀졌다. 

결국 도쿄올림픽은 엄중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상황을 고려해 전체 750개 세션 중 26개 세션을 제외한 96.5%가 무관중 개최로 결정됐다. 

현재 스가 정권은 이번 선거 패배가 겹치며 정국 장악력을 급속도로 잃어가고 있다. 의회 해산 후 총선체제에 돌입할 동력마저 염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각 파벌은 도생을 위해 차기 총재 자리를 담보로 물밑 협상을 시작했다.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리가 연합해 니카이 간사장을 축출한다는 소문까지 들려온다. 

역대 최장수 간사장으로 당 재정과 인사권을 쥐고 있는 니카이지만, 당내 세력을 말해주는 파벌 숫자에서 아베나 아소 그룹에 크게 밀린다. 82세 고령이라는 것도 약점이다. 이런 니카이가 자신과 파벌 안위를 위해 준비한 카드가 고이케다. 고이케 역시 자민당 시절부터 니카이를 정치적 스승으로 우대하고 있다. 

실제 두 책사는 오랜 세월 전략적 공존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니카이는 자민당 후보를 내지 않고 고이케 재선을 도왔다. 이번 도의회 선거에서도 자당 후보 지원에 소극적이었다. 

니카이는 8일 한 TV와 인터뷰에서 "고이케가 (중의원 선거를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대환영"이라며 운을 띄웠다. 

고이케는 이에 대해 "2016년 국정에서 도정으로 내려온 후 지사로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전념하고 있다. 이런저런 말이 나오지만 내 머릿속에 국정은 없다"라며 중앙 정치 복귀를 부정하고 있다. 이는 올림픽 이후 복귀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고이케 별명은 '여제(女帝)'다. 어쩌면 고이케는 니카이 바람막이 역할을 넘어 총재 자리까지 노릴지 모른다. 이번 가을 치러질 총선에서 '고이케 매직'이 한 번 더 펼쳐질지 궁금하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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