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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치즈 파헤친 英 경찰, 포렌식 말아먹는 韓 경찰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5.27 09:05:54

[프라임경제] 26일 인터넷 세상에서는 영국 경찰발 사진이 회자됐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어느 나라든 경찰에서는 언론에 알리고 싶은 수사 결과를 공표할 때 자료 사진이나 사진 및 영상 찍을 기회를 제공하게 마련인데요.

내용인즉, 어느 마약상이 맛있고 희귀한 치즈를 손에 든 사진을 자랑삼아 SNS에 올렸는데, 영국 경찰이 글에 언급된 내용과 각종 상황 조합을 통해 검거했다는 것입니다. 

이건 원래 마약상이 온라인 세계의 '익명성'을 악용해 경찰을 조롱하기 위해 올린 것인데요, 영국 경찰에서는 치즈를 든 사진에서 '근접샷'인 덕분으로 지문 일부를 읽어낼 수 있다고 착안했습니다.

그 결과 그림자처럼 온라인 세상을 누비며 마약을 팔던 이 인물은 신원을 파악당해 결국 영어의 몸이 됐죠. 

영국 런던경시청이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이번에 '저 정도 사진이면 지문 윤곽(!)을 뜰 수 있지 않을까?'라고 착안, 결국 큰 사고를 치고 만 이 기관은 영국에서도 외진 어느 시골 경찰서라고 합니다. 한반도로 비유하면 한 '개마고원 경찰서'쯤이라 할까요? 그래서 전혀 생뚱한 이름의 외국 경찰서 제공 사진이 언론과 커뮤니티들을 장식하게 된 것입니다.

집요하게 일에 매달린 정신은 지구 반대편 사람들마저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것이었는데요. 

서울경찰청이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의 '휴대전화 포렌식'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경찰은 사망자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면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사망자와 그 친구 A씨의 행적을 재구성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포렌식 결과와 이를 다루는 발표 태도는 경찰의 노력을 허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경찰 측이 마지막으로 사망자의 휴대전화 사용 시각을 공개하면서 '실수 아닌 실수'를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서울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실종 당일(지난달 25일)인 오전 1시9분 이후로 (사망자) 휴대전화에서 인터넷 및 앱 사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는데요, 사건 초기에 사망자 가족들의 노력으로 이미 공개된 통화기록 등 자료와 정면으로 배치됐기 때문이죠.

즉, 사망자와 그의 어머니가 나눈 카카오톡 내역에 따르면 대화를 마지막으로 나눈 시간은 그날 오전 1시24분이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항의와 사실에 어긋난 발표에 당혹스러워진 경찰이 결국 다시 추가 설명을 내놨습니다. 결국 사망자의 마지막 휴대전화 사용시간을 오전 1시33분으로 수정한 경찰은 "(그날 서울경찰청 고위층이 기자들에게) 확인해 준 내용은 마지막 '인터넷·앱 사용 기록'이며 이와 별개로 통화·문자·메신저 송수신 내역의 경우 '인터넷 앱' 사용내역과 구분돼 관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궁색한 끼워맞추기라는 지적이 새로 뒤따릅니다. 한 포렌식 전문가는 "카카오톡 역시 앱인데 경찰이 포렌식 과정에서 카카오톡과 앱을 따로 구분해서 관리했다고 발표한 셈"이라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경찰 내부에서 조사해 낸 포렌식 자료조차도 제대로 해석이나 인용 발표도 못 하는 간부들이 주도하는 한국 경찰에 탄식이 나오는데요. 

치즈 조각을 든 손가락 사진에서 지문을 읽어내겠다고 달려든 이들이 시골 곳곳에까지 퍼져 있고 이런 그들을 도와주는 전국 조직의 기강이 시퍼렇게 서 있는 영국 경찰 차이가 극명하게 느껴집니다. 

발전한 한국 20여년 포렌식 수사 기술처럼 '언젠가는' 피해자를 생각하는 마음과 철저하고 끈질긴 일의 열정도 영국 등 선진국 수사기관을 따라잡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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