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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CBDC 자천타천 파트너들, '삼성 바다' 처참함을 기억하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5.20 08:48:57

[프라임경제] 중국의 가상화폐 때리기가 글로벌 금융권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 배경은 실상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새 시대의 위안화 즉 디지털 위안화의 안착을 위한 것이라는 풀이마저 제기되고 있어 우려가 증폭된다.

일시적인 변덕이나 중국 당국 특유의 거친 정책 추진 정도로 볼 게 아니라, 금융 전반에서 글로벌 채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거대 전략 일환이라는 도식이 성립되기 때문.

이런 가운데 중국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일명 CBDC) 개척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새로운 질서에서 미국이나 유럽연합 대비 경쟁력이 높고, 현재 무역 전쟁과 근래 반도체 전쟁 등 연이은 미국과의 대결에서 밀리는 양상이긴 해도, G2 국가 중 하나로서의 강한 입지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초격차 전략으로 CBDC에서의 우위를 차지하고 이를 통해 경제 패권 구축을 꾀할 경우, 우리의 화폐주권 잠식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런 터에 우리 중앙은행에서도 디지털 화폐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은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를 통해 오는 6월부터 내년 1월까지 CBDC 모의 시스템 구축과 가상환경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임을 드러냈다. 한국은행은 이달 중으로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 사업 공고를 내고, 사업자 모집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력이나 노력, 의지가 없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우리나라 당국의 이런 구상과 방향성 제시에 적절한 파트너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기대감이 높다.

포털업체 카카오는 결제 문제에서의 공부가 상당히 돼 있는 기린아다.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도 갖고 있는 등 확장성 노력도 꾸준하다. CBDC 모의실험에 응모 전쟁에서도 선전할 것으로 점쳐진다. 암호화폐 '클레이'도 발행하고 있는 등 카카오가 기존에 갖고 있는 메리트를 한국은행과의 협업으로 더욱 부풀릴 수 있기 때문에, 열의를 갖고 대처할 것이라는 예측이 뒤따른다.

LG CNS 역시 CBDC 사업에 이미 기술검증 참여 형식으로 큰 족적을 남겼다. LG CNS는 한국조폐공사와의 협력 경험도 있어서, 금융거래에 특화된 기술력을 선점했다는 독보적 지위가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 등 국내 결제 환경 등에 대한 노하우를 확보한 공룡으로서 향후 이 문제에 발을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KT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역화폐를 6개 지방자치단체에 도입, 이용 중이므로 확장을 손쉽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섞인 시각을 짊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만 여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뒤섞이고 있다. 각사에서 한국은행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결국 다른 사업자가 우위를 장악하는 두려운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는 방어전략 일환으로 치닫는 경우 국가적으로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것.

각종 페이 구축과 시너지를 위해 CBDC 전반을 우리 것으로 깔자는 논리 중심으로 작동한다면, 마치 건설 분야에서 들러리 입찰을 불사해서라도 내가 따내야 한다는 혼탁한 경쟁 구도와 흡사하게 흐를 수 있다는 얘기다. 보가에 따라서는, AI 홈가전 플랫폼 전반을 먹기 위해 유력 가전업체 간에 서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구도와 비교해 볼 수도 있다(다만 가전의 경우, 타사의 제품도 우리 AI망에 연동되도록 하는 쪽으로 진화 방향을 틀자는 움직임이 일부 있기도 하다).

삼성이 '바다 OS'를 통해 영향력을 널리 확장하고자 애썼지만, 결국 단말기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달리 이 노력은 처참한 실패로 끝난 전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 CBDC 문제에 동참하는 업체들에겐 절실하다. 결국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을 먼저 해야지, 자기 몫을 챙기고 빗장걸기를 위해 이번에 들어가야 한다는 식으로 활동해서는 안 되고, 한국은행으로서도 그런 준동을 미리 방어하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할 필요가 높다는 조언은 시사점이 크다. 

어찌 보면 파트너로서의 개입이 아니라, 국가 기간 사업에 기업이 이익을 포기하고 이끌고 나가는 파트롱 역할(사회공헌적 참여)을 이번에 강요하고 또 감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대목이다. 그야말로 '독이 든 성배'를 받을 용자가 저 유능한 기업들 중에 과연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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