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백세금융] 조기은퇴 꿈꾸는 '파이어족' 국내 상륙

 

이수인 기자 | lsi@newsprime.co.kr | 2021.04.07 18:38:10
[프라임경제] K-파이어(FIRE)족이 등장했습니다. 자본주의 키즈로 자란 MZ세대 주축으로 '경제적 독립을 달성해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신흥 계층입니다. 

막연히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기성세대의 사고방식과는 전면 배치되는 개념인데요. 조기은퇴 후 유유자적 인생을 즐기는 유토피아적 발상, 파이어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을 이뤄 조기은퇴(Retire Early)를 꿈꾸는 계층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준의 자산을 확보하고 조기은퇴 후 인생을 즐기려는 사람을 말합니다.

1990년대 미국에서 파이어족의 개념이 처음 등장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고학력·고소득 밀레니얼 세대 중심으로 확산이 시작됐습니다. 2018년에는 미국의 주류 언론 매체에 보도되면서 관심이 늘었고, 지난해엔 K-파이어족이라는 이름으로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최근 미국에선 FIRE족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파트너의 만남을 주선하는 데이팅 사이트와 블로그가 늘어나는 등 당분간 파이어족에 대한 관심은 늘어날 전망입니다.

파이어족 등장에 맞물려 NH투자증권에서 진행한 설문결과가 눈길을 끄는데요. NH투자증권은 만 25세~39세의 NH투자증권 계좌보유고객 2536명을 대상으로 '조기은퇴에 대한 인식 및 자산관리 방법'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대상자인 MZ세대 3명 중 2명은 "조기은퇴를 꿈꾼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들은 희망 은퇴시기를 평균 51세라 답했습니다. 조기은퇴를 희망하지 않는다는 직장인의 희망 은퇴연력이 62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1년 빠른 은퇴를 기대한다는 얘기죠. 

은퇴시기가 너무 빠른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미국 파이어족과 비교하면 10년은 더 일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들이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자산규모는 보편적으로 연 생활비 대비 25배 수준(보고서마다 33배 혹은 40배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있음)입니다. 이를 두고 '25의 법칙'이라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1년 생활비가 4000만원이 필요하다면 25배인 10억원이 있으면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10억원을 투자해 세전으로 연평균 5~6% 수익을 올린다면 그 중 4%를 생활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부분으로 물가상승과 시장하락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설문조사 결과는 어땠을까요? K-파이어족으로 분류되는 조기 은퇴 희망자는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한 은퇴자산으로 평균 13억7000만원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25의 법칙'에 따라 역산하면 5480만원(월 457만원)을 생활비로 생각한다는 의미죠.

단,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가 있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은퇴자산의 범위입니다. 보편적으로 자산은 △현금 △예금 △유가증권 등 유동자산과 △부동산 △차량 등 고정자산(비유동자산)으로 구분할 수 있죠. 파이어족이 되려면 유동자산 기준으로 생활비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25의 법칙에 적용할 자산은 투자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금융자산에 한정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13억7000만원이 아닌 13억7000만원 플러스 알파(주거와 관련된 고정자산)가 필요하다는 얘기죠.

집이 없는 월세 생활자가 10억원을 만들어 그들이 원한 연간 4000만원씩 수입을 챙길 수 있다고 가정해도 생활비 중 적게는 30%에서 크게는 50% 수준이 임대료로 빠져나갑니다. 물론 이 부분을 생활비로 포함해 계산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 부분을 제외했다면 계산에 큰 착오가 생길 수 있죠.

자가가 있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가를 가졌어도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면 이자와 부채 상환에 드는 비용 또한 주거비로 계산돼야 합니다.

즉, 주거 안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자금이 확보돼야 합니다. 주거환경이 미국과 크게 다른 한국에선 미국에서 활용되는 25의 법칙만 믿고 은퇴 결정을 내리기엔 부족하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에선 모기지론이 보편적이고, 도심을 제외한 주거지역의 부동산 변동이 크지 않아 한국에 비해 주거비가 적게 들고 비교적 정확한 예측이 가능합니다. K-파이어족은 이 부분을 간과하지 말고 재무설계를 검토해야 합니다.

물론 그들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도 녹록치 않습니다. 현재 30세라면 조기은퇴 희망시점까지 21년이 남는데요. 13억7000만원을 만들기 위해선 소득의 절반(30대 가구 평균소득 6346만원 - 가계금융복지조사 30대 가구 경상소득, 2019)을 투자해 연 8%의 수익을 올려야 가능한 수치입니다. 

은퇴 후 기대수익률인 연 5~6%와 비교해도 힘든 미션입니다. 물론 연령이 낮다면 이보다 적은 수익률로 은퇴자금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녹록치 않습니다.

여기에 주거 관련 자산 취득까지 고려하면 조기은퇴가 매우 어렵겠죠. 'K-파이어족' '조기은퇴' 직장생활에 한줄기 희망으로 삼기엔 충분히 의미 있는 미션이죠. 그러나 꿈을 달성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생각보다 높다는 점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