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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부동산 안정화 선봉 자처하는 LH 실체 ① 행복주택 편

'하자와의 전쟁 중' 세대간 차음 저하 원인 "설계·시공 문제"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1.02.24 17:26:25
[프라임경제] 한국주택도시공사(이하 LH)가 정부 '부동산과의 전쟁' 해결사로 나섰지만 정작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좀처럼 하자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LH가 인식 개선 없이는 실패 고배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과연 무엇이 현재 LH에 대한 인식을 이처럼 초라하게 만들었는지 LH가 앞세운 임대주택 현주소를 살펴봤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불안을 타파하고자 오는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총 6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2.4 부동산 대책 실행'을 제시했다.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해결방안으로, 해당 물량 70%를 책임지는 LH도 보다 완벽한 임무 완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정부 공공임대 확대 정책 역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LH가 하자·부실시공에 대한 개선 없이 '공급 확대'에 그칠 경우 시장 내 민영아파트에 대한 상대적 가치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차음과 곰팡이 지옥' 하자신고 2만5000건

실제 공공 임대아파트는 그동안 하자 논란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지만, 막상 이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 

김희국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주택유형별 하자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장기임대‧공공임대 아파트와 분양주택에서 무려 2만4117건에 달하는 하자가 발생했다. 

장기임대의 경우 총 4462건으로 △도배 불량 1261건 △오배구 1911건 △타일 불량 706건이다. 공공임대(5년‧10년)는 △타일 불량 3360건 △오배수 2324건 △도배 불량 1904건 등 총 1만297건에 달하는 하자가 발생했다. 분양 주택도 △타일 불량 2821건 △오배수 2307건 △도배 불량 1912건 등 총 9358건의 하자가 발생했다.

오는 2022년 3월 입주를 앞둔 고양삼송 A24블록 행복주택. = 전훈식 기자


지난해에는 잇단 태풍 탓인지 누수 피해가 적지 않게 발생, 입주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했으며, 최근에는 LH 행복주택 입주민 사이에서는 허술한 방음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또 복도 및 천장 사이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곳곳에 금이 가 있는 등 신축이라 하기엔 심각한 상태다. 

"층간소음은 물론, 옆집 휴대폰 알람이나 진동소리가 들릴 정도로 세대간 소음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 지난해 9월 15일부터 한 달간 진행한 '임대주택 사업관리실태 특정감사' 결과 세대간 차음 성능 저하 즉, 소음 발생 원인으로 설계와 시공 차원 문제로 밝혀졌다. 통상 민영아파트가 사용하는 콘크리트가 아닌 '경량벽체' 즉 석고보드로 벽체를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시공 완료 후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았던 것이다. 

경량벽체는 벽체 양쪽에 석고보드를 대고, 내부에 차음재를 채운 벽체다. 하중이 적어 고층 건물을 지을 때 유리하고 설치와 철거에도 용이하다. 물론 소음에 취약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설계 및 시공시 소음을 막을 수 있다. 

지난해 진행한 '임대주택 사업관리실태 특정감사' 결과 세대간 차음 성능 저하 원인으로 설계와 시공 차원 문제였음이 밝혀졌다. = 전훈식 기자


하지만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세대간 경량벽체가 사용된 경계벽 차음성능은 설계 적용 값보다 하락하거나 법적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다. 설계도면과 불일치한 시공과 더불어 △전기박스 및 배관 매립에 따른 벽체 단면 결손 △설계오류 등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나아가 시공 완료 후 차음성능 검증도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이후 사후조치와 관련해 "경계벽에 적용되는 복수자재 사용에 따른 성능 확보 및 발생할 수 있는 하자 가능성을 심도 있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조치할 계획"이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하지만 입주민에 따르면, 행복주택 문제점이 단지 세대간 소음 문제에 한정되지 않고 있다.

행복주택 커뮤니티에서도 "세대간 소음 외에도 여러 크고 작은 하자가 곳곳에서 발견, 일상생활에 적지 않은 지장을 받고 있다"라며 "특히 배란다의 경우 환기구가 완전히 닫히는 구조가 아니라 외부 냉기가 그대로 유입되면서 겨울철 한파시 배수관 동파 문제가 수시로 발생해 0도 이하에서는 세탁기 이용금지 방송이 나온다"고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현관문 및 복도측 샷시 결로로 곰팡이가 발생하는 동시에 현관문마저 녹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공실률 증가 "질적 내실화 통한 상향 평준화 필요"

행복주택 문제는 단순히 크고 작은 하자 논란에 그치지 않고, 여전히 수요자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여전히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건설임대주택 연도별 공가현황(2019년 6월 기준)에 따르면, 전국 행복주택 3만6930호 가운데 공가가 5931호로, 전체 16.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국민·영구 임대 등 전체 건설임대주택 공가률인 3.8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행복주택 입주민들은 LH층간 소음은 물론, 세대간 차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울러 복도 및 천장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곳곳에 금이 가 있는 등 신축이라 하기엔 심각한 상태다. = 전훈식 기자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행복주택 공가률이 높은 건 소형 평형 일변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공공임대주택 유형별 주택규모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2020년)에 의하면, 전용 40㎡ 미만 기준 국민임대는 42.0%에 그치는 반면 행복주택은 무려 97%에 달한다. 

건설교통부 장관이 정하는 '최저 주거 기준(주택법 제5조의2·동법시행령 제7조의 규정)'에 따르면 △1인가구 14㎡ △부부 26㎡ △부부+자녀1 36㎡ △부부+자녀2 43㎡다. 행복주택이 공급하는 신혼부부 전용 면적이 36㎡인 점을 감안, 중산층 전용 임대주택과 너무 큰 괴리가 발생한다. 

물론 LH 역시 취약 계층 주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일부 소형평형(전용면적 기준 26㎡) 영구임대의 경우 공가 완화를 위해 세대간 간벽에 적용된 비 내력벽을 철거, 52㎡형으로 통합해 공가 해소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행복주택은 수요자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하고 나아가 공공임대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거 질적 내실화를 고려해 주택품질 상향 평준화가 필요한 시기다. 

과연 정부 '부동산 안정화' 정책 선봉에 나선 LH가 이런 논란들을 잠재우고, 서민 주거안정을 이룰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기대되고 있다. 

[심층진단] <부동산 안정화 선봉 자처하는 LH 실체 ②>에서는 높은 분양가와 더불어 사기 청약, 비하 광고 등 논란이 끊이지 않던 '신혼희망타운'에 대해 살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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