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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박형준의 위기일발 '화 안 냈음 지금 이언주 됐다'

토론 마음대로 안 풀리자 유능한 남의 캠프 인재 생매장 공세? "누구도 그럴 권리 없다" 비판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21.02.17 08:46:05

[프라임경제] "변호사시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인신공격하면 됩니까?"

사람은 가끔 못 본 척 넘어가야 할 일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는 경우겠지요. 반면, 그렇게 못 본 척 하지 않아 곤경을 치르지만, 돌이켜 보면 그렇지 않았다면 어쩔 뻔 했을지 가슴을 쓸어내리게 될 때도 있습니다. 

일전에 '검찰 수사관이 쓴 윤석열 실체 "조국 수사 안 했음 지금 이용구 됐다"'는 기사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해 봤는데요. 검찰 수사관이 내부에서 본 각종 권력형 의혹과 그에 대처하는 '윤석열 검찰호'의 태도를 평가한 글을 내부전산망에 올렸고, 이 글을 이용해 작성된 기사였죠. 

정치적 견해에 따라 논란은 있을 망정, 적어도 사건 앞에 우물쭈물 좌고우면하지 않았다는 자부심 하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주변 인사들이 챙기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해 봅니다.

국민의힘 서울 및 부산시장 보선 후보를 정하는 경선 토론이 순차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부산의 경우, 토론 일정 초입부터 날카로운 충돌이 일어났는데요. 

15일 부산 보선의 이언주 예비후보는 박형준 예비후보의 과거 행보를 언급하면서 날선 공세를  폈습니다. 특히 이 예비후보는 "박 후보가 게임산업진흥법 홍보를 위해 미국에 외유를 다녀왔다. 이후 바다이야기 등 경품형 게임 상품권이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역할을 했다. 수많은 사람이 자살하고 물의가 빚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발언에 박 예비후보는 "이 후보가 내용을 곡해하고 허위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국회 상임위의 공식 일정이었고, 고발로 6개월간 야당 의원으로서 탈탈 털렸지만 무혐의였다"고 반박했는데요. 그러나 이 예비후보는 국회 소관 위원회의 이해관계 충돌을 문제 삼는 발언까지 재차 쏟아냈습니다. 결국 박 예비후보는 "바다이야기와 전혀 관계가 없다. 허위사실에 의한 공격"이라며 인신공격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게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 예비후보의 전직 보좌관이과거 게임 관련 개인 비위가 있었다는 점을 거론했고, 심지어 실명 공개도 했습니다. 이유는 겨우(?) 그가 지금 박 예비후보의 현재 캠프에서 일하고 있다는 연결고리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서는 MB 정부 시절 책임론 등 다른 문제는 빼고, 게임 문제만 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에 한정해 보자면 전체적인 흐름에서 이 예비후보는 연타를 시도했지만, 이것이 위력적으로 제대로 먹혔다고 보기 어려운 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새삼 작은 연결 키워드가 있다고 해서 남의 캠프 자원봉사자 혹은 부하직원까지 실명으로 비판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듭니다.

게임 논쟁이 제대로 불씨가 붙지 않자, 그야말로 새 불씨나 장작으로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한 건지, 그냥 물러서긴 그러니 치고 빠지기 용도로 저 인물을 건드린 것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단순 화풀이였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처벌과 사회적 비판으로 이미 값을 치른 이의 죄를 무한 반복으로 조리돌림하고, 심지어 높으신 분들 토론 도마에 곁가지 거리 정도로 언제고 소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일 겁니다. 

아마 이 관계자는 일을 퍽 잘 하고 주변 평판이 나쁘지 않았을 텐데요. 그렇기에 처벌 후에 그래도 어찌어찌 다른 이들에게 질시보다는 훈훈한 반응을 더 크게 받으면서 정치권에 그리고 세상에 발을 딛고 설 수 있었을 겁니다. 반대 진영에선 그렇기에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남의 캠프 중요 인적자산을 무력화시킬 때에도 최소한의 페어플레이와 명분이 있어야지, 무조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될 것인가요? 정치가 무슨 게임도 아니고 갑남을녀라고 해서 정치놀음의 장기판 말도 아닌데, 퇴로에 심심하다고 넘어뜨리고 간다는 식으로 다뤄서는 안 될 겁니다.  

이런 달갑잖은 상황에 맞딱뜨린 박형준 예비후보로서도 당혹스러웠을 텐데요. 아마 "예전 인연으로 오갈 뿐이다" 혹은 "별로 중요한 일 하는 건 아니다" 정도에서 어물쩍 발을 빼며 마무리하는 게 모범답안 아니었을까요? 박형준 예비후보 캠프 사람들조차 저 토론을 현장에서 볼 때 모두 내심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모른 척, 눈 한 번만 딱 감고.

박 예비후보는 여기서 몇 마디 혹은 몇 걸음 앞으로 더 나갔는데요.

"변호사시잖아요" "그렇게 인신공격하면 됩니까?" "그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대략 이 정도.

아마 이 분개한 파동의 추가 반응이 없었다면 박 예비후보가 강조하는 부산 구상은 패자부활전이 없는 나라, 이언주 스타일의 사회와 다를 게 없는 비슷한 그림판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됐을 것입니다.  

토론 여파가 지나간 다음날인 16일 아침 박 예비후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 멋진 말을 제시했습니다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보여서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대세는 이미 15일 밤에 나왔으니까요. 

화 안 냈으면 지금 '이언주랑 똑같이 될 뻔' 했던 건데, 무사히 비껴 나왔던 겁니다. 당내 경선 토론에서 이기고, 후보가 되고, 보선 본판을 가고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행운을 잡은 게 아닐까요?

그리고 그 행운은 늘 평범하고 허물도 없지 않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그 살벌한 시절에 학생운동을 하고, 그 꼬리표 덕분에 MB 시절 청와대 참모로 들어가서도 빨갱이 질시를 받으며 소외됐던(고 정두언 전 의원은 생전에 MB로부터 "당신 주변엔 왜 빨갱이들이 그렇게 많아?"라며 질타와 견제를 받았다고 증언했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박형준이었다고 함) 보상이 아니었을지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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