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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창업 지원 예산 역대 최고…스타트업계 남은 과제는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1.02.15 14:32:11
[프라임경제] 1995년 무선전화 15만대를 불태운 삼성의 '애니콜 화형식'은 삼성에 '품질경영'을 각인시킨 계기였다. 고 이건희 전 회장은 양보다 질을 강조한 지 1년이 지나도 불량률이 여전히 11.8%에 이르자 "불량은 암" · "수준 미달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죄악"이라며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운동장에 가정용 무선전화 150억원어치를 쌓아놓고 불도저와 해머로 산산조각낸 뒤 불태웠다. 이 사건은 삼성 스마트폰이 세계 시장 1위로 우뚝 서는 동력이 됐다. 

일화에서 알 수 있듯 내실 있는 생산에 집중하지 않으면 불량도 속출하는 법이다. 스타트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도전 △열정 △아이디어 △청춘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시장은 지난 몇 년간 양적으로 끊임없이 성장해왔다. 하지만 실상은 생존이라는 단어에 더 가깝다.

스타트업이 5년 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초기 단계에서 자금 부족으로 상용화의 실패를 이르는 '죽음의 계곡'과 신제품 양상에 성공하더라도 경영이나 마케팅 혹은 외적인 요인들로 이익창출이 어려운 '다윈의 바다'를 통과해야 한다.

국내 스타트업의 경우 전체 스타트업 중 고성장 기업 비율은 6.5%로 영국(12.9%), 이스라엘(11.4%)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창업은 양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규모를 키우지 못한 채로 남아있거나 소멸하는 비율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5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의 비율은 27% 수준으로 프랑스(44.3%), 영국(41.1%) 등보다 낮았다.

동시에 신규 창업기업 수는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창업기업은 115만2727개로 전년 동기 대비 21.9% 늘었다. 특히 개인 창업이 105만6869개로 법인 창업(9만5858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개인사업자는 법인사업자보다 창업 절차가 쉽고 간단하며 설립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 창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가능한 한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 10년 전만 해도 회사를 설립할 때 부채 상환을 20년 예상했지만, 지금은 늦어도 1년 6개월 이내에 마이너스를 제로로 전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은 기업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간과하게 된다.

'스타트업의 거짓말'에서 칼카는 스타트업은 겉으로는 직원들에게 성과만 있으면 자유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분히 착취적 자본주의 형태를 띤다고 지적한다. 

그 직원들은 성과에 대한 압박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심지어는 제대로 된 보수도 받지 못한다. 청바지와 터틀넥 등 개성을 존중하는 스타일은 또 다른 획일적 트렌드를 추종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스타트업의 실제 모습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올해 창업지원 예산은 1조5179억원이다. 2018년 7796억원, 2019년 1조1181억원, 지난해 1조4517억원에 이어 역대 최고치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시작된 지 60년이 지났다. 100년 중 남은 40년은 단순히 스타트업 초기 지원에 치중하는 게 아닌 스케일업으로 연계되기 위한 연구와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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