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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데이터 근간' 안전할까? 면진시스템 논란

한국판 뉴딜 '디지털 초격차' 목표 앞서 안전 점검 선행돼야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1.02.10 17:51:55
[프라임경제] 지난 2016년, 2017년 경주와 포항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진으로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라는 인식이 확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강력한 지진은 국가 데이터센터 및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불러올 수 있어 향후 발생할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시기이기도 하죠.

두 차례 지진을 경험한 정부는 2018년 1월 '지진·화산 재해대책법'을 강화했습니다. 이 시기의 법령 강화로 모든 건축물의 구조요소 및 비구조요소에 대한 내진보강사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죠. 

그러나 법령 강화에만 급급한 나머지 내진보강에 대한 세심하고 구체적인 시험기준은 마련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국토부의 내진 시험에 대한 위탁 사업 문제를 비롯해 법령 강화 전 시험 결과를 적용한 제품들이 그대로 중요한 국가 기관에 설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업체에서 내놓은 시험성적서만을 믿고 해당 제품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국민 혈세 낭비는 물론, 대규모 지진 발생 시 대처할 수 없다는 심각한 문제점이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면진테이블(진동방지장치)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면진테이블은 지면과 장비를 분리시켜 각 구조물이 지진파의 전달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산랙과 정보 데이터를 보호하는 기능적 역할을 수행하죠.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핵심시설(각종 정보통신시설)에 면진테이블 등 보호장비를 설치하고 있는데요, 국민의 세금으로 중요한 데이터를 지키기 위해 주요 시설에 마련되고 있는 면진테이블, 과연 그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요?

◆강한 지진 일어났을 때 감당할 수 없다면? 

지난해 7월, 면진테이블을 공급하는 B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같은 업계 A사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이유는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A사가 B사 제품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 사건을 단순한 업체 간 과열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국가 주요시설의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되고 있는 면진 시스템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 할 수 있다는 중대한 문제 지적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년 창업한 B사는 면진장치(실제 사용하는 바닥과 구조물의 바닥 사이에 공간을 두고 장치를 설치해 진동의 전달을 경감하기 위한 구법) 및 내진이중마루 등을 판매·시공해 왔습니다. 

경쟁업체인 A사도 건축물의 비구조요소를 대상으로 내진보강 하는 장치, 일명 면진테이블, 면진이중마루, 내진이중마루 등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장을 선점한 것으로 알려진 A사가 자체적으로 작성한 면진장치(진동방지장치) 조달우수제품 '선정사유서'를 수요기관에 제공하면서 시작됩니다. 자사 제품에 비해 타사 제품이 현장 적합성과 운용관리 효율성, 적정 면허 보유 등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내용이 담겼죠.

그 결과 A사가 자체적으로 제공한 자료로 인해 조달청 입찰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B사 측 설명입니다. 객관적인 증거 없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후발주자의 시장진입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죠. 

B사 관계자는 "조달청 물품구매 계약 특수조건 제26조의3(불공정 행위 금지 등) 제1항 제5목(그 밖에 입찰 및 계약 등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 물품구매계약 추가특수조건 제22조 제1항 제1목에 따르면 계약담당 공무원 또는 수요기관을 속이거나 이들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상품정보의 표시, 기재 행위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B사의 제품은 중소기업성능인증(EPC)과 조달청의 '조달우수제품지정' 등과 같은 엄중한 정부평가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됐던 사실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A사는 자신들의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을 담아 고객들에게 유포해 유인하는 등 영업활동을 철저히 방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B사는 A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한 것인데요.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후발 업체가 시장선점 업체를 상대로 '공정한 게임을 하자'는 경고, 혹은 정부 당국에 '우리의 기술력을 알아달라'는 의지 표명 정도로 읽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설치되고 있는 제품 스펙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업체 간 경쟁에서 비롯된 갈등의 범위를 넘어서는 국가적 중대 문제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강한 지진이 발생할 경우 데이터 보호를 할 수 없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B사가 공정위 제출한 이의제기 자료에는 앞서 A사가 부적합으로 기재했던 부분에 대한 반론도 포함돼 있는데요. 더불어 A사 제품에 대한 재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돼 있습니다. 

B사는 A사가 성능인증 및 조달우수지정 평가 시 대상 제품의 각종 내진시험검증은 총 '250kg/대'으로 수행했으나, 상품등록 및 쇼핑몰의 제품판매에서는 최대 허용하중 '1000kg/대'의 제품을 품질검증 없이 시장에 내보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제품(면진장치가 포함된 액세스플로어)의 경우 총 350kg/㎡로 수행했으나 상품등록, 제품규격서, 쇼핑몰의 제품판매에서는 아무런 허용 적재하중 기준 없이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는데요. 고객의 제품사용 기준 및 정부 관련 규정에서는 1000kg/㎡이상 이라고 명백히 공지돼 있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A사에 연락했지만, 확실한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A사는 질의를 받은지 3일째 되는 날, B사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변호사와 상의하고 있으며, 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추후 담당 변호사를 통해 답을 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추가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조달 시스템 허점을 이용했다?  

A사가 품질검증 없이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조달청 시스템에 대한 허점을 이용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관련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조달청 '상품정보시스템'에 제조사가 신규 개발한 상품을 등록하는 것은 아주 기초적인 기준과 제한만 있을 뿐이고 특별한 품질검증절차를 거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든 제품을 상품정보시스템에 등록하듯 올려놓는 방식이죠. 따라서 A사는 2017년 법령이 강화되기 전 기준을 적용해 해당 제품들에 대한 성능인증(EPC) 취득 후 자신들이 개발한 상품을 등록했고, 입찰에서는 그 당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해외 기준에 맞춰 테스트를 진행, 무리가 없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이죠. 

이 주장대로라면 '허술한 기술서'를 받아들인 건 2017년경 최초 중소벤처기업부이며 이후 2018년경 조달청입니다. 강화된 법령에 맞게 상향된 제품 테스트가 이뤄져야 함에도 기존 기술서를 인정했고, 구매로도 이어졌습니다. 

경주와 포항의 지진을 계기로 중요한 국가의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면진시스템이 검증되지 않은 적재중량으로 2017년부터 공급했다면, 향후 지진발생 시 국가전산망 전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미 국가중요시설에 설치된 A사의 제품이 기준을 부합하지 못한다면, 조달청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죠.    

특히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 한다면,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에 먹구름을 몰고 올 수도 있는데요.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인프라·서비스 등 우리 강점인 ICT를 기반으로 디지털 초격차를 확대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혹은 구축 전 경주와 포항과 같은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다면 한국판 뉴딜의 첫 번째 단추가 어긋나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요?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이 성공적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한편, 면진 업계는 공정위와 조달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번에 제기된 제품 성능 논란이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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