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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국민의힘, 차기 대법원장 임명권 '저울질 혹은 김칫국'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정치적 이슈 국익 해석보다 당리당략 우선 태도에도 비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2.08 09:57:41

[프라임경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권 행사와 코드 시비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지병으로 사퇴를 원하던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사의 표명을 몇 차례 반려했는데, 결국 나중에는 여당에서 탄핵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니 사직을 받을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문제의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지난 정권 당시 '사법 농단' 연루 의혹을 받은 인물입니다. 그러나 A씨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는 등 확실히 문제 인물인지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법원 내부 징계나 법관 탄핵 인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적 제스처인 탄핵이 국회에서 추진될 수 있다며 사직서 수리를 거부하고, 또 이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거짓말까지 해서 법관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한편 법원장 승진이 유력했던 또다른 고등법원 부장판사(B씨)에 대해서는 법원행정처를 통해 "대법원장이 부담스러워 한다"고 전해서 사실상 사퇴를 종용했다는 새로운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코드 인사 논란을 넘어 사법부를 외풍에서 지켜낼 의지가 없다는 비판까지 비등한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김 대법원장 문제 해법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외관상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공세 수위 조율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풀이가 나오는 것이지요. 

한때 김 대법원장 탄핵 추진 이야기까지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도 수위가 낮아진 셈인데, 이조차도 사실상 그대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대신 출구 전략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를 유발합니다. 

대법원장 탄핵 추진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건 주지하다시피, 통과 가능성의 문제 때문입니다. 일단 현재의 국회 의석수를 생각하면, 헌법재판소에서 실제로 탄핵안을 어떻게 보는지는 차치하고 3부 요인 중 하나인 대법원장을 조준한 탄핵안이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지만 대법원장 사퇴 요구를 놓고도 고심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보다 더 큰 논란의 여지가 숨어 있습니다. 

실현 가능성과 정치력 문제만이 아니라, 포스트 김명수와 그 임기 문제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만약 김 대법원장이 사퇴할 경우 차기 대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또 한 번 임명하게 됩니다. 친여 성향의 새 대법원장을 임명하는 속칭 '알박기'의 길을 야권에서 스스로 열어줄 수 없다는 계산 결과가 나왔고 그 때문에 주저한다는 것이죠.

김 대법원장이 2023년까지인 임기를 채운다면 2022년 5월 취임하는 차기 대통령이 새 대법원장을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정권이 교체되든 혹은 여당 출신의 다음 대통령이 나오든 사법부를 자기가 바라는대로 그려볼 여지가 생깁니다. 이 점은 물론 대단히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그런데 김 대법원장이 사퇴하고 문 대통령이 올해 안에 후임 대법원장을 임명한다면 새 대법원장의 임기는 2027년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이런 가능성을 우려하고, 또 그 때문에 완급 조절을 하자고 생각하는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상황을 덮자는 식의 판단을 하는 것에도 일리는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일리가 있는 것과 결국 그것을 정치적 결단으로 채택하고, 추진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잡을지도 확실치 않은데 헛물부터 켠다는 비판은 그나마 애교에 가깝습니다. 김 대법원장 탄핵이나 사퇴 압박이 전적으로 옳다고 가정한다면, 이를 역사에 기록이라도 남긴다는 측면에서 밀어붙이는 결기를 보여주지 못하는 정당에 과연 유권자들이 힘을 실어줄지, 정권 교체 가능성 스스로를 깎아먹는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는 것이죠. 

이번 정권 취향에 좀 더 부합하는 인사가 차기 대법원장으로 중간에 등장해 2027년까지 알박기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고 해도, 저울질과 고심의 초점이 틀렸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현재 김 대법원장이 휘말린 문제는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강한데, 이런 점을 꾹 참고 넘어갈 정도라면 굳이 보수 정당에서 정권 교체를 이야기할 당위성 자체가 사라진다는 지적입니다.

김 대법원장에게 쏟아지는 각종 비판에도 숫자 계산상 득실 때문에 국민의힘이 '비위가 강하다면' 2027년까지 그보다는 좀 나은 친여 성향 대법원장을 못 참아낼 이유가 없다는 자가당착이 불거지기 때문이지요.

법관들이 이용하는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는 현재의 논란에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 판사가 "(김 대법원장이) 사퇴하는 경우 현 정권에서 코드에 더 '찰떡'인 분을 임명할 수도 있지만 국민 앞에 대법원장이 이렇게까지 망신당할 일을 만든 이상 어쩔 수 없지 않을까"라고 리플을 남겼다는데, 과연 국민의힘이 정치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결단을 내릴지, 유력한 공격 카드를 얻었다며 4월 재보선 내내 이것으로 끌고 가면 족하다는 쪽에 남을지 주목됩니다.

아마 후자의 길을 걸을 경우라도 관점에 따라서는 젊은 시절 굴욕을 감수하며 불량배와의 싸움을 피했다는 한신 장군의 고사처럼 볼 수도 있을 텐데요, 그보다 일종의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지요. '웰빙 야당'이라는 비판과 실망 여론이 보수 진영 내부에서 먼저 대두될 경우의 다음 수를 생각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겠나도 관건이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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