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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정의당 미투 격분한 친문…일본인의 '남아있는 나날' 심경?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1.26 13:51:35

[프라임경제] '남아있는 나날'을 지은 가즈오 이시구로는 노벨상 수상 작가로도 유명한데요. 가즈오로서는 이런 시선을 받을 수도 있는 게 워낙 어릴 때 영국으로 건너갔고, 대학 등을 영국에서 마치는 등 이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계 작가인 건 맞는데 일본 정서를 대변한다고까지 표현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냐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건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등 다른 일본 작가들에 열광하는 일본 독자들이 이런 의견을 갖고 있다는 점이 흥미를 유발합니다. 단순히 문학적 관점에서의 평가만이 아니라, 일본인에게 너무 많이 노벨 문학상을 주면 다음에 돌아올 몫이 줄어드니까 굳이 영국 작가로 해석해도 무방한 이는 '우리 쿼터'로 잡지 말아달라는 의견이 뒤엉킨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아무튼 다양한 문제들의 역학 구도를 같이 생각해 보면 이렇게 마냥 좋은 일에 좋아만 할 수도 없고, 가까운 이와 선을 그을 때도 생기게 마련인 게 세상사인 것 같습니다. 

복잡한 마음이 드는 이슈 하나를 정치 그것도 국내로 시각을 돌려 한 번 살펴 볼까요?

정의당 미투 문제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그 중에서도 친문의 날선 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가 같은 당의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것이 공식 발표되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등 제반 조치가 이어졌는데요.

정의당의 내부 처리 상황에 불만을 드러내는 격렬한 반응이 친문 성향 커뮤니티와 SNS에 쏟아지면서,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정의당 저격에 열을 올리는 양상이 심상찮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당 차원의 공식 논평에서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강성 지지자들은 더 나아가 정의당 해산 등의 초강수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논객 전우용씨가 "정의당이 '2차 가해'에 엄격히 책임을 묻겠다고 한 데다가 '침묵도 2차 가해'라기에 굳이 한 마디 한다"면서 김 전 대표의 과거 미투 관련 발언을 되갚음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정의당은 차기 당 대표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렇다고 당 대표 자리를 비워둘 순 없으니, 당을 해산하고 새 이름으로 다시 창당해야 할 것"이라고 했죠. 

전씨의 날카로운 공세가 그중 정제된 것으로 읽힐 정도로, 친문 색채 인사들의 강경한 발언들이 커뮤니티와 SNS 등 온라인 세상 곳곳을 수놓고 있습니다.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이런 정의당 맹공격은 단순히 스스로의 발언과 철학에 모순되지 않게 살라는 자기관리 주문을 확실히 넘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격분 상황인데요, 안희정 전 충청남도 지사 등부터 이어져 온 미투 사태 그리고 이에 대한 정의당의 강경한 비판과 공격에 민주당 지지층이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었다는 해석입니다. 

더욱이 민주당 중 친문 계열은 그런 빚을 더 크게 느끼는 상황이 아니냐는 소리마저 나옵니다. 물론 보수에서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정의당이 연대해 주면서 문재인 정부가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쾌속 질주 등 바라는 바를 이룬 상황에서 좀 어이가 없다고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친문 지지층에서는 이런 일부 과거 밀월 관계보다는 그 이후 다양한 안건에서 각을 세웠던 정의당 행보에 '국힘의힘 2중대'로까지 불만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정의당으로서는 '민주당 2중대' 비판에 다른 한쪽에서는 '국민의힘 2중대' 소리까지 겹쳐 듣게 되니 일단 억울함이 폭증하겠지만 이 부분은 차제에 논하기로 하고, 일단 그렇게 감정의 결이 잡히고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정부 및 여당과의 정책 공조보다는 여러 비토 문제 그리고 안 전 지사 때부터 그 이후 서울-부산의 한국 대표 양대 도시 시장들이 동시에 날아가 버리는 '박원순-오거돈 사태'에 이르기까지 가해진 비판에 정이 떨어졌다는 것이지요. 결국 친문과 감정적 문제가 큰 만큼, 단순한 조롱이 아니라 아예 친문의 격분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것인데요. 

정의당은 일단 낮은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26일 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어떤 변명도 필요 없이 '너희들도 다르지 않았다'는 비판을 얼마만큼이든 받아야 한다"는 자성의 기본 태도를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협력과 거리 두기, 그에 따른 감정 문제와 그 여파로 이번 일을 해석하는 것은 친문의 정의당 때리기를 바라보는 데 유용한 시각이지만, 부수적인 문제는 없을까요?

친문 지지층 일부에서 이번 4월 보궐선거 바람몰이에 진보 일각의 문제가 진보 전반에 대한 역풍으로 작용하지 않겠냐는 정치공학적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하여간 이것들은 도움이 안 된다. 정의당 애들 씨를 말려버리고 싶다"는 비판을 보면 선거 때마다 민주당(의 과거와 현재 라인)과 진보당 계열 소수 정당 사이의 진보 표를 두고 서로 힘이 작용하는 모호한 문제와 그로 인한 신경전을 다시금 떠올려 보지 않을 수 없는데요.

후보 단일화 등 분명 많은 부분을 같이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서로를 애물단지로 보는 애증의 지점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진보당 계통으로 투표하면 '사표'가 돼 버리니 민주당(같은 거대 기성 정당)에 표를 달라는 '사표론'이 한 예이고, 한쪽이 잘못 하면 다른 쪽까지 같이 욕을 먹는 도매금 문제도 부정할 수 없는 이슈입니다.

그렇잖아도 가덕도신공항 이슈 등 혼신의 힘을 다해서 서울과 부산에서 국민의힘 더 나아가서는 안철수 태풍과도 싸우는 통에, 정의당에서 진보 전반의 미투 논란을 촉발하면 애초 이번 보선들이 열리는 이유, 즉 '박원순-오거돈 더블 미투'가 연상돼 불리한 일이지요. 

진보 전반이 다 저렇다는 냉소, 그리고 그 냉기류가 민주당에 상당 부분 끼칠 것이라는 공포는 단순히 '왜 매번 쓴소리를 그렇게 정없이 하느냐' 이상의 불만을 촉발할 수 있는 기폭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 정치란 참 비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결국 이번 일은 여러 문제상 좀 길게 앙금이 서로 갈지 모르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합니다. 다만,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이 나서서 안 풀릴 정치적 앙금은 없다는 점에 기대를 걸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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