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10년 전 오늘] 게임산업 급성장 보면서도, 규제·편견 그대로

 

이수영 기자 | lsy2@newsprime.co.kr | 2020.11.17 09:57:05

지난 2010년 개최됐던 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 현장.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게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친숙한 단어죠. "살면서 게임을 한 번도 안 해봤다" 하는 분 없을 겁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간 일상 속 다양한 곳에 게임이 적용된 시대니까요.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로 간편 결제 시 등장하는 '알 리워드' 역시 게임입니다. 카카오페이 이용자는 알 리워드를 통해 확률적으로 포인트를 받는데요, 뽑기라는 랜덤적인 요소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요즘 게임'과 흡사하죠.

이렇게 우리 일상 곳곳에 자리 잡은 게임은 우리나라 대표 신산업 중 하나입니다. 타 산업 대비 빠른 기간에 급성장한 분야로도 꼽히고 있죠.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지난 2018년 약 14조 규모로 1년 전보다 8.7%p 성장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여타 산업군과 비교하더라도 엄청난 성장세입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게임 이용 시간도 증가하고 있어 게임 업계가 여느 때보다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게임 업계는 힘들다며 앓는 소리를 내는데, 왜일까요. 업계는 나날이 커가는 게임산업와 달리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대중 인식과 이로 인한 산업적 규제를 꼽습니다.

우리나라는 게임에 대해 오랜 기간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죠. 어렸을 때 게임을 한다고 혼났던 경험, 다들 있으셨을 겁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게임을 하는 것은 마치 '죄'인 듯한 인식이 여태껏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 발생의 원인을 게임으로 지목하는 경우가 수두룩하죠. 주위만 보더라도 시험 성적이 떨어진 이유, 친구나 가족과 사이가 멀어진 이유 등 갖가지 논란의 화살을 게임으로 돌리는 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국내 최대 게임축제 지스타가 올해도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개최합니다. 기간은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작년 지스타 전경=이수영 기자


10년 전 오늘인 2010년 11월17일에도 이 같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낳은 이슈가 있었습니다. 게임에 몰두한 중학교 3학년 청소년이 이를 나무라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죄책감에 든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입니다. 인터넷 보급과 함께 게임이 확산되고 있던 시기라 더욱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게임에 대한 인식이 워낙 안 좋았던데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이목을 끄는 언론사들이 속출하면서 결국 사건 발생 계기는 '게임'으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게임은 사회악'이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었죠.

이후 부정적인 기사들이 우후죽순 쏟아졌습니다. PC방을 찾은 한 방송사 기자가 게이머들의 폭력성을 테스트해본다며 두꺼비집을 내린 건 유명한 일화 중 하나죠. 

여론이 좋지 않다 보니 10년 새 게임 산업을 규제하는 법안도 대거 나왔는데요, 몇 가지 언급해보면 청소년의 심야 게임을 막는 셧다운제나 결제 한도 제한, 게임 이용 경과 시간 표시 등이 있죠. 

지난해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코드로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10년 전이나 현재나 게임에 대한 인식은 좋지만은 않은 게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이제 와 돌아보면 과연 게임만이 모든 문제의 원인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게임은 여러 원인 중 하나일 것이란 말이죠. 오늘날의 전문가들 역시 포괄적으로 접근하면 사건의 배경에는 게임 말고도 소통 부족으로 인한 가정불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게임이 사회적 문제 발생의 수단이 된다면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본질을 들여다보고,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거죠. 이제는 게임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지난 1990년대 중후반에는 현재 게임에 향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화'로 향했습니다. 당국의 규제가 이어졌으나 현실은 변하지 않았고 결국 만화 산업 후퇴로만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죠. 같은 절차를 밟고 있는 게임도 결국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지난해 지스타 넷마블 부스는 신작 게임을 체험하기 위한 방문객으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이수영 기자


인식은 10년 전에 머무르고 있지만, 게임은 산업적으로나 개인에게나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은 산업이 됐습니다. 앞서 언급한 카카오페이 알리워드 사례처럼 기업이 소비자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준 매개에는 게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가진 긍정적인 요소를 타 산업에 접목한 사례도 쉽게 발견할 수 있죠. 의학계에서 치료 목적으로 게임을 사용한 것처럼 말입니다.

산업적 효과도 상당합니다. 2018년 기준 국내 게임 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7조546억원에 달했고 전 세계 게임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점유율 6.3%을 보이며 상위 10개국 중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은 4위를 차지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들며 게임 같은 비대면 산업이 향후 주요 수출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향후 게임이 우리나라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게임 업계 전문가도 "산업 규모만 보더라도 게임은 이미 하나의 문화적 코드가 된 데다, 게임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즐기고 이를 통해 고된 일상 속 치유 효과도 발생하는 등 기능성 역할도 맡고 있다"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의 순기능도 면밀히 살펴 지금과 같은 편견과 강제적인 규제보다는 게임사와 사회, 그리고 가정이 함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특히 그동안 나온 규제가 실효성이 없었고 오히려 유저와 게임사로부터 반발만 샀던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있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막대한 경제효과에도 불구하고 사회문제 주범으로 몰려왔던 게임. 지금 같은 인식과 규제가 이어질 경우 국가경쟁력에 있어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보와 후퇴 사이에서 아슬하게 줄타기 중인 게임 업계가 10년 후에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우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에도 게임 산업 부흥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을 내놨는데, 작년에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게임을 '몰래' 해야 하는 걸까요. 바쁜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주는 게임이 10년 후에는 편견에서 벗어나 자랑스런 국가 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