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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일고시원 참사' 후 변한 것 없어···'주거권' 정책 시급

건물주로서 "도의적 책임지겠다"던 하창화 한국백신 회장, 지난해 2월 지분 전부 이전

김화평 기자 | khp@newsprime.co.kr | 2020.11.09 21:04:35

[프라임경제] 2년 전 오늘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사건 발생 직후 관련 부처와 정치인들은 저마다 대책 마련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오늘날까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2018년 11월9일 새벽 5시경 해당 건물 3층 출입구 쪽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창문도 없는 좁은 방에서 살던 거주자들은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 이날 사상자는 대부분 중년 남성으로 생계형 일용직 근로자였다. 

당시 소방 관계자는 "건물이 오래돼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비상벨과 탈출용 완강기가 있었으나 이용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20개월 만인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에서 해당 사건 관련 첫 공판이 열렸다. 전열기 사용 부주의로 화재을 일으킨 혐의를 받은 301호 거주자 A씨는 이미 폐암으로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다만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시원장은 이날 법정에서 시설관리 소홀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발화지점에 거주했던 A씨가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화재 원인 규명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며 사건 처리가 지연된 이유를 설명했다.

과연 이 참사의 책임이 전열기를 사용한 거주자와 시설관리를 담당한 고시원장에게만 있는 것일까? 고시원장은 앞서 2015년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간이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을 신청했고, 해당 고시원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건물주였던 하창화 한국백신 회장이 이를 거부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당시 국일고시원 건물은 하창화 회장이 40%, 하 회장 여동생이 6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거부한 건물주와 고시원 소방안전시설 점검 시 '이상 없음'이라고 기재한 소방공무원 2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하 회장은 사건 발생 직후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피해자 분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지만, 9일 본지 확인 결과 지난 해 2월 자신의 건물 지분 40%를 여동생 남편인 황씨(8%)와 황씨의 딸(32%)에게 전부 이전했다. 특히 하 회장의 매제인 황씨는 경찰청장을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청 예방소방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전국 8273개(서울 4897개)였던 고시원은 지난해(2019년 12월31일 기준) 전국 1만1605개(서울 5663개)로 늘었다. 특히 인천 779개와 경기도 2990개를 포함하면 수도권 소재 고시원은 총 9432개다. 전국 고시원의 약 81%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지하에서 운영 중인 고시원은 전국 814개, 서울 760개(약 93%)나 된다. 정부는 2015년 12월부터 '다중생활시설(고시원) 건축기준' 시행에 따라 지하층 입지를 제한하고 있음에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올 초에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 소재 고시원에서 총 144건의 화재가 발생해 8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화재 원인은 부주의(불씨 방치, 음식물 조리 등)가 97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적 요인(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등) 27건 △방화 의심 6건 △기타 14건 순이었다. 소방재난본부는 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인명 피해가 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명 피해의 원인을 알면서도 문제해결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내달부터 시행되는 소방시설법과 다중이용업소법 개정안에 따라 모든 고시원은 2022년 6월30일까지 간이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 사이에 '제 2의 국일고시원 참사'가 발생해도 스프링클러 미설치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다. 

집은 삶의 중심이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 때는 따뜻한 집안의 온기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헌법 제35조 제3항에 따라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허한 '부동산' 정책 남발을 멈추고, 국민생활과 밀접한 '주거권' 정책의 조속한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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