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일본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가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시에 1조엔(약 11조원)을 들여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신설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본 키옥시아의 행보 배경에 대해 최근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부문을 10조원에 인수하면서 단숨에 글로벌 점유율 2위에 올라서자 '위기의식'을 느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30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미국 웨스턴 디지털과 함께 공동으로 낸드플래시 새 공장 설비 투자에 나선다. 착공은 오는 2021년 초로 예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면적은 합계 4만㎡(약 1만2000평)로 키옥시아가 운영 중인 공장 중 최대 규모다. 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욧카이치 공장은 키옥시아의 7번째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 거점이 될 전망이다.
낸드 플래시란 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로 '비 휘발성 메모리'라고도 불린다. 이는 전원이 꺼지면 저장된 자료가 사라지는 D램이나 S램과 달리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기 때문. 이에 주로 스마트폰과 PC에 쓰인다.

일본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가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시에 약 11조원을 들여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신설하는 가운데, 그 배경이 SK하이닉스가 최근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가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이번 키옥시아의 공격적 투자 배경에 대해 5G 이동통신 관련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됨에 따라 늘어난 메모리 수요에 맞춰 양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한국과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목적이 뚜렷한 것으로 봤다.
앞서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 20일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을 10조3104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사업 인수 부문은 인텔의 솔리드 스테이션 솔루션(SSD) 사업 부문과 낸드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 등을 포함한 낸드 사업 전체다.
인텔 낸드 사업 최종 인수가 성사되려면 오는 2021년 말까지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이 승인을 모두 얻게 되면 SK하이닉스는 잔금을 모두 지급 뒤 인텔의 낸드 SSD 사업과 중국 다롄팹 자산을 이전해올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를 최종 완료할 시 글로벌 낸드 사업 시장점유율이 약 20%에 달해 2위 업체인 키옥시아(19%) 자리를 꿰차게 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가 점유율 31.4%로 독보적인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어 키옥시아가 2위(17.2%), 웨스턴디지털이 3위(15.5%)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낸드플래시 부문 업계 4위인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을 인수할 시 점유율은 약 23.2%로 크게 상승해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판도는 바뀐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낸드플래시 사업 관련 몸집을 불리는 도중 이번 키옥시아 투자 결정이 불편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호재에 가깝다. 이는 SK하이닉스가 2018년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키옥시아 투자 컨소시엄에 참여해 3950억엔(약 4조3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SK하이닉스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키옥시아에 투자해 상장에 따른 이익을 취하려고 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인해 키옥시아에 IPO는 무기한 연기됐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인수 계획 발표 이후 키옥시아에 투자한 투자금을 회수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렸지만,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당분간 회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투자 결정과 더불어 빠른 시일 내 IPO를 실시할 것으로 전망돼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추격의 고삐를 죈 키옥시아를 향한 시선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