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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美 한마디에 멈췄던 日 총리의 신사참배, 스가인들…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10.19 07:57:01
[프라임경제] 10년 전 오늘인 2010년 10월19일. 당시 '다함께 야스쿠니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회장이었던 고가 마코토 중의원을 중심으로 일본 여야 국회의원 66명(민주당 16명·자민당42명)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습니다.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면 곧바로 논란이 일어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요. 이젠 누구나 알다시피 이 신사는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위패가 안치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징성이 부여됐는데요. 더 큰 문제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 즉, 일제강점기 때 대량학살 등 반인륜적 범죄와 전쟁 범죄를 일삼은 1048명의 인물 및 14명의 A급 전범들도 신으로 모셔져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일본 여야 국회의원들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나선 모습. ⓒ 연합뉴스


이로 인해 일본 시민이나 관광객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찾는 것은 전혀 문제 되지 않지만, 정치인들이 이곳에 찾아 참배할 때는 말이 달라집니다.

이러한 인물들이 합사 돼 있는 곳에 그것도 국정을 책임지는 정치인들이 신사를 찾아 참배한다는 것은 과거 일본이 한국과 중국 등을 침략했던 역사적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있음에도 대내외적으로 이를 알리려고 하는 듯 집단행동에 나서 규탄을 받는 것이죠.

이에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일본의 침략 전쟁으로 피해 입은 모든 국가에서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일본 정치인들은 여전히 신사 참배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2년 10월18일에는 일본 각료(내각을 구성하는 각부 장관)와 국회의원 등 67명이 야스쿠니 신사 집단 참배를 강행했는데요. 당시 여당이었던 일본 민주당은 2009년부터 한국과 중국 반발을 고려해 각료들이 야스쿠니 심사 참배에 나서는 것을 내부적으로 금지해왔지만, 3년여 만에 이를 깨고 참배에 나섰습니다.

◆야스쿠니 신사와 아베 신조 전 총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일본 정치인이 있습니다. 바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그 주인공이죠. 

아베는 2012년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 집단 참배에 나섰던 전날 자민당 총재로써 신사에 참배했고, 이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13년 12월26일 일본 총리 자격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습니다. 

그간 아베는 "1차 내각 당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은 것이 통한의 극한"이라며 재임 중 참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고, 취임 1주년을 맞아 직접 실행에 나선 것이죠. 

당연히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은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하자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 역시 주일대사관 성명을 통해 "일본이 주변국과의 갈등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취했다는 사실에 실망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습니다.  

일본은 미국과의 끈끈한 동맹관계를 기반으로 외교안보 기틀을 다져나가고 있던 와중에 이 같은 반응이 나오자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일본 외무상이 주일 미국대사에게 직접 전화해 총리의 참배 취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는 사실들이 이를 방증하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 대신 공물을 봉납하는 모습. ⓒ 연합뉴스


한국과 중국의 반발에도 눈하나 꿈적 않고 있던 아베는 미국이 실망감을 나타내자 다음 해부터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보류하는 대신 '마사카키(真榊)'라고 불리는 공물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려 7년 8개월 동안 말이죠.

그럼에도 총리를 제외한 일본 정치인들이 주변 국가들과 우방국인 미국의 비판에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데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통해 일본 제국주의 시절을 찬양하는 일본 우익세력에게 확실한 극우적 색채를 보이며 "우리는 보수적이다!"라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며 지지를 얻겠다는 계산적 행동인 것입니다. 

◆스가 총리 참배 보류하고 공물 보내

10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요. 아베는 8월28일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됨에 따라 국정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 총리직을 사임하겠다고 표명했습니다. 

아베는 9월19일 공식적으로 총리직을 내려놓은 지 4일 만에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사실을 알렸죠. 그 배경에 대해서는 "총리를 퇴임한 것을 영령에 보고했다"면서 신사 참배를 정당화했죠.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아베가 또 한 번 정치적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봤는데요. 보수·우파 진영에게 집권 자민당의 역사관이나 정치적 노선을 재확인시켜주며, 이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신임 일본 총리. ⓒ 연합뉴스


아베에 이어 일본 총리가 된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는 어떨까요. 스가 총리는 참배를 보류하고 공물을 보내면서 아베 총리와 같은 행보를 보였습니다.

사실 스가 총리가 신사 참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이전부터 이어져왔는데요. 이는 아베 정권에서 관방장관을 역임할 동안 '이웃국가와 외교 배려' 차원에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적이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스가 총리가 한국과 중국 반발을 의식해 이 같이 행동한 것은 아닙니다. 아베 정권 계승을 표방하고 있는 스가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에게 존중의 뜻을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해왔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죠.

아울러 미국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했던 아베를 근거리에서 지켜봐 왔던 스가 총리는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번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10년 후에는 일본이 A급 전범들이 신으로 모셔져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것이 아닌 침략 전쟁으로 피해 입은 모든 국가에게 허리 숙여 진정한 용서를 구하고, 경색돼 있는 한일 관계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어서가 아닌 진정한 '이웃국가'로 탈바꿈돼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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