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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銀 '셀프대출' 사태가 안겨준 '상실감'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0.09.09 13:56:40
[프라임경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나라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보고도 믿기 힘든 뉴스 하나가 은행권을 발칵 뒤집었다. 

'국책은행'으로 분류되는 IBK기업은행 직원이 76억원의 거금을 셀프대출해 '부동산 쇼핑'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 직원은 2016년 3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가족 관련 총 29건, 약 75억7000만원 상당의 부동산담보 대출을 실행했다.

대출 대상은 아내 및 모친 등 가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기업 5개와 개인사업자였다. 이 중 △법인기업 5개 총 26건(73억3000만원) △개인사업자 3건(2억4000만원)이다. 

이렇게 실행된 대출 자금은 모두 부동산 투자에 이용됐으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50억~6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직원은 무려 4년간 76억원 상당의 '셀프 대출'을 실행했지만, 기업은행은 불과 얼마 전에서야 이를 포착해 부랴부랴 조치에 나섰다. 즉 특정 법인 및 개인사업자에게 적지 않은 자금이 흘러가는 동안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결국 기업은행 내부시스템에 헛점이 발생, 존재한다는 점이다.

실제 대다수 은행들은 이미 직원 가족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어 기업은행 직원같이 거액 대출이 쉽지 않다. 특히 영업점 책임자 즉, 지점장이 프로세스에 맞게 철저한 관리·감독을 유지했다면 이런 상황을 모를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일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직원 가족 및 친척 등 관련 업무는 오해 소지 때문에 원칙적으로 간단한 통장 정리조차 쉽지 않은 시스템"이라며 "결국 이번 사태는 지점장이 직원 비리를 장시간 방치한 결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뒤늦게 수습에 나선 기업은행은 비리 적발 직후 면직 조치와 함께 대출금 회수에 나섰으며, 형사 고발 등 후속 조치도 진행할 분위기다. 나아가 대출을 승인한 상급 결재권자인 지점장 역시 내부 규정에 따라 징계, 유사 사례 적발시 예외 없이 원칙에 맞춰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놓고 기업은행이 책임지고 반성하는 모습보다는 직원 개인의일탈로 마무리 짓는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졌다면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인 만큼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 운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미루는 모습은 대중 공감을 사기 힘들다.

더군다나 문재인 정부 경제수석을 역임했던 윤종원 행장은 취임 직후 무엇보다도 윤리경영을 표방했음에도 불구, 직원이 76억원 규모 셀프대출을 통해 정부 시책에 반하는 '부동산쇼핑'을 일삼았다는 점도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번 사태가 일반 국민들에게 가져다 줄 큰 상실감을 기업은행은 확실히 깨우칠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사금융권으로 발길을 옮기는 서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농락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기업은행은 보다 확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별 직원대출 처리 프로세스를 점검해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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