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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 인력이탈 가속화…매각가 2000억원 수준도 위태

동결수준 임금 '직접원인'…재무구조개선 비관론 속 그룹지원 기대 어려워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9.02 13:45:57

두산그룹은 현재 대우산업개발과 두산건설 매각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제시된 가격은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 예상가보다 훨씬 밑도는 가격이지만 두산건설 핵심 실무인력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해당 가격조차 위태로울 수 있다는 평가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두산그룹이 예상보다 낮은 제시가격으로 인해 두산건설 매각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산건설 내부인력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제시된 가격으로 알려진 2000억원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현재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매각을 위해 우선협상자인 대우산업개발과 협상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우산업개발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인수가격 2000억원이 두산그룹 오너일가의 고심을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초 두산중공업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되기 전 두산건설의 시가총액이 4000억원수준이었던 데다 그간 그룹차원에서 쏟아 부은 자금 2조4000억원에도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두산 입장에서는 물적분할을 통해 악성 미분양 등 잠재부실을 신설법인 밸류그로스에 넘기기까지 했기 때문에 '제값'을 받고 싶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두산건설 고위임원들을 중심으로 자존심을 굽히고 들어갈 바에 무산시키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두산건설과 두산그룹에 유리하지 않다. 두산중공업 등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을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이 많지 않은데다 건설업 자체에 대한 시장평가도 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무를 담당하는 핵심인력인 대리~과장급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특히 노하우와 인적협력인프라 관리가 중요한 토목부문에서는 경력자의 이탈이 치명적이다. 

두산건설은 토목부문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수준으로 높다. 영업이익률 5%의 준수한 실적을 올리는 토목부문에서 경쟁력이 낮아지면 기업가치는 더 낮아질 수 있다.

두산건설 내부 전언에 따르면, 현재 두산건설은 자체로 재무구조와 실적을 개선하는 것이 어려운데다 그룹지원마저 기대하기 힘들어지면서 성장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있다.

또 관리부서의 경우 그룹방침에 정시퇴근이 확실히 보장되지만, 현장의 경우 건설업의 특성상 공기에 쫓기면 비공식적인 야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하지만 위 문제의 경우 어느 건설사나 사정이 비슷하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임금동결이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보니 성과급은 고사하고 통상임금도 동결수준을 유지한 것이 오래됐다는 전언이다. 이렇다보니 실무허리선에서는 더 나은 업무환경과 임금상승을 위해 이직을 시도하는 사례가 빈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하우와 실력을 갖춘 중간 실무진이 빠져나가자 업무수행능력은 더욱 떨어지고 이는 다시 인력의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핵심인력이 이탈한 뒤에는 결국 사실상 '브랜드'만 남게 돼 기업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두산의 브랜드 '위브'나 '위브더제니스'가 가진 가치가 다른 대형건설사들의 브랜드와 견줄 때 특출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은 두산의 편이 아니다. 매각이 늦어질수록 인력이탈의 가속화가 내다보이는 상황에서 '본전'을 생각하다가 모든 것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관계자는 "브랜드 하나만으로 놓고 생각한다면 제시됐다고 알려진 2000억원도 결코 싸다고 볼 수 없다"면서 "서울진출의 교두보라는 이점을 따져본다고 하더라도 선뜻 두산건설을 매입하겠다고 나설 중견업체들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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