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책은행에서 시작된 '임금피크제' 논란이 점차 거세지는 분위기다. 특히 중장년 연합노조 '50+금융노동조합 연대회의(이하 50+금융노조)'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 시중은행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어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금융사별 만 55~57세 사이 직원 연봉이 정년(60세)까지 매년 일정 비율로 줄어드는 제도다. 기업 및 공공기관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도입됐다.
용어 자체는 국내에서만 사용되고 있지만, 제도 기본 틀은 일본 '고령화 대책'으로부터 시작됐다. 급격한 고령화로 근로자 고용 연장 필요성이 제기되자 1998년 60세 정년 의무화와 함께 '시니어사원제도'라는 명칭으로 도입된 것이다.

국내 임금피크제는 정리해고 및 조기퇴직 압박이 강했던 지난2003년 신용보증기금이 최초 도입했다. ⓒ 연합뉴스
국내에는 정리해고 및 조기퇴직(명예퇴직) 압박이 강했던 2003년 신용보증기금이 최초로 도입했으며, 이후 2015년 정부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임금피크제가 추진됐다.
임금피크제 기대효과로는 △고용안정 △기업 인건비 부담 완화 △고령인력 활용 △인사적체 해소 △노동력부족 문제 해결 △사회보장 비용부담 완화 등이 꼽힌다. 다만 △조직 활력 저하 △임금축소에 따른 동기부여 어려움 △고령자 생산성 저하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책은행 "임금피크제도, 희망퇴직도 NO"
"차라리 희망퇴직을 도입해 달라."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국책은행 노동조합(노조)이 가장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 바 있다. 이는 점차 늘어나는 임금피크제 대상자로 '조직 노령화'를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통상 은행권 기준 1990년대 초반에 입사한 50대 후반 직원들은 오는 2021년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의 경우 임금피크 인력은 2019년 530명에서 2021년 1000명 이상으로 늘어나며, 산업은행은 오는 2022년 전체 직원 3200여명 중 550여명이 적용 대상이다.
즉, 국책은행 전체 직원 10% 이상이 임금피크제 진입을 앞둔 만큼 조직 노령화에 따른 효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임금피크제 직원은 현업과 무관한 업무를 맡는 게 일반적인 만큼 높아지는 임금피크제 비율에 따라 생산성이 눈에 띄게 낮아진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물론 사측인 국책은행 입장에선 명예퇴직을 통해 임금피크제 직원을 내보내고, 신규 채용을 늘리고 싶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무실한 명예퇴직보단 임금피크제로 회사에 남는 직원들이 많다"며 "현 제도상 국책은행 직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다른 공공기관과 형평성을 맞추고자 공무원 명퇴금 산정방식에 따라 지급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책은행의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이 은행을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 각 사, 연합뉴스
실제 국책은행 임금피크제 직원이 정년까지 남을 경우 기존 연봉 280~290% 정도를 취할 수 있지만, 명예퇴직시 임금피크제 기간 급여 45% 정도만 받을 수 있다. 이는 퇴사 직전 20~36개월치 평균 임금을 지급하는 시중은행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결국 국책은행 노사 모두 명예퇴직 활성화를 위한 명예퇴직금 상향 등 관련 제도 개선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가 형평성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금융권 고임금 구조에 대한 사회적 시선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공공기관 퇴직금을 급격히 늘리는 건 기재부 뿐만 아니라 직원들 역시 부담스런 문제"라며 "다만 임금피크제 직원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잉여 인력 문제가 심각해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푸념했다.
◆'50+금융노조 등장' 시중은행으로 확산
더 큰 문제는 임금피크제 논란이 시중은행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50대 이상 시니어가 주축인 '50+금융노동조합 연대회의(이하 50+금융노조)' 등장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KB국민은행 제 3노조 'KB국민은행노동조합'이 임금피크제 무효 임금청구소송을 제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소송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심상균 KB국민은행노동조합 위원장(50+금융노조 초대 위원장)은 "현재 KB국민은행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은 250명 가량으로, 이중 70% 정도(200명)가 소송에 참여할 것"이라며 "소송 자체는 근로자 개인이 은행을 상대로 제기하고, 노조는 소송에 필요한 사무지원을 제공하는 식으로 도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르면 이번 달이나 다음 달 중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위의 언급처럼 국책은행과 달리 시중은행은 희망퇴직이 상시 이뤄지고 있어 그동안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50세 이상 시니어들이 주축이 된 50+금융노조가 출범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중·장년 금융권 노동자로 구성된 '50+금융노동조합 연대회의'가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식 출범했다. ⓒ 50+금융노조
'50+금융노조'는 산업은행을 포함해 △기업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씨티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서울보증보험 8개 금융사 내 시니어 노조가 연맹 형식으로 힘을 합쳐 지난 4일 출범했다. 조합원 수는 약 2000여명이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고령자고용법)에 정년 60세가 보장됐음에 불구, 50대 금융노동자 희생만 강요하는 '임금피크제 문제 해결'과 청년고용 확대를 위한 현실적 '희망퇴직제도' 실시 등 중·장년 근로자 관련 주요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KB국민은행 노조 '임금피크제 무효 임금청구소송' 역시 이런 분위기 연장선인 셈. 관련 업계에서는 '50+금융노조'에 참여하는 다른 시니어노조 역시 향후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임금피크제 적용 나이를 늦춰달라는 요구는 나온 적이 있지만, 시중은행에서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었다"며 "이들 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다른 금융사들의 중장년 직원들도 소송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와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성 감소, 디지털 혁신 추진 등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은행이 정년 연장과 같은 노조 요구를 즉각 반영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국책은행 내에서 거론되던 '임금피크제 불길'이 시중은행으로까지 옮긴 가운데, 이번 사태 결과가 향후 금융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