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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신종 리베이트' 논란…영업사원에 처방 내역 입수 지시

환자 정보로 병원 맞춤형 영업 가능…불법 개인정보 취득, 내부고발 이어져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0.06.17 18:21:02

[프라임경제] "저는 도둑놈입니다. 요즘은 의사 면허번호와 zoom으로 도촬을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저의 범죄 항목들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없습니다."

올해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대웅제약(069620)이 신종 리베이트 논란에 휩싸였다. 영업사원을 동원해 병원·약국 등 거래처로부터 처방 내역 등 정보가 담긴 통계를 불법 열람·입수했다는 내부고발이 나온 것. 

이 내부고발에 따르면, 대웅제약 측이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영업사원들에게 통계를 빼내는 기술을 익히도록 한 사실도 확인됐다. 

◆병원 대신해 보험 청구대행하면서 환자 개인정보 수집 

전·현직 대웅제약 영업사원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2010년대 초반부터 보험 청구심사 시스템 '지누스'를 이용해 병·의원의 처방 통계(OCS)를 불법으로 수집해 왔다. 

'통계'란 '처방 통계(OCS)'의 줄임말로 의사가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어떤 진단을 내리고 어떤 약을 얼마나 처방했는지 등이 담긴 정보를 가리킨다.

청구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전송하기 전에 지누스 프로그램에 전송하면 일정시간(청구금액에 따라 다름) 경과 후에 청구서에서 수정해야 할 항목, 즉 청구시 삭감이 예상되는 항목을 알려준다. 이때 의사는 해당 내용을 보면서 다시 환자차트 프로그램을 통해 보완 수정하는 방식이다.

대웅제약 영업사원들은 병원을 대신해 보험 청구대행을 하면서 통계를 수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웅제약이 영업사원을 동원해 병원·약국 등 거래처로부터 처방 내역 등 정보가 담긴 통계를 불법 열람·입수했다는 의혹이 휩싸였다. ⓒ 대웅제약


대웅제약 소속 영업사원 A씨는 "병원 원장님들 중에는 아직도 스스로 청구를 하시기 힘든 분들이 많다. 청구가 생각보다 귀찮고 복잡하기에 매달 청구를 도와주고 삭감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대웅 직원들은 스스로 청구를 자처해서 도와드린다. 50만원 현금을 주는 것보다 500만원 삭감을 막아 주는 게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험 청구 대행과 홈페이지 제작 관리, 고객 관리 등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병원 컴퓨터 단말기 앞에 앉은 뒤 통계를 사진·영상으로 찍거나 다운로드 받아 e메일, 클라우드 등을 통해 보고했다. 사측은 주기적으로 이 흔적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영업사원들이 처방과 관련한 통계를 확보하면, 사측은 이를 영업 및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했다. 

A씨는 "해당 데이터에는 대웅제약 제품뿐만 아니라 병·의원에서 처방되는 모든 의약품 데이터가 들어 있다"며 "이를 윗사람에게 제출하면 분석 후 해당 지역 마케팅 계획을 짜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에게 도둑질 지시"…신종 리베이트 지적 "철저히 조사해야"

대웅제약 측이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영업사원들에게 통계를 빼내는 기술을 익히도록 한 사실도 확인됐다. 교육은 사내에서 실적이 좋은 영업사원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웅제약이 처방 통계를 확보하느냐 여부에 따라 인사평가를 했고, 매달 첫 영업일 이뤄지는 회의에서는 '(프로그램이 깔린) 컴퓨터 책상에 자연스럽게 앉을 수 있는 방법'부터 '프로그램을 쉽게 조작하는 법'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기도 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불법행위를 해야 하는 영업사원들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A씨는 말했다. 그는 "고객 신뢰를 이용해 '도둑질'을 한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실적에 반영하는 구조여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기준치를 만들어서 못하면 평가에 반영하고 월급(상여)에 반영한다. 대웅은 변동 상여로써 B등급 미만의 직원에게 월급을 깎아서 주는데 그 기준의 정량이 높아서 제대로 된 월급조차 받기 힘들다. 그렇기에 정성평가 기준을 만족시켜 어떻게든 B를 맞추려고 한다. 그 기준 중 하나가 통OCS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웅은 직원들에게 도둑질을 지시했다. 병원과 약국의 컴퓨터에 접근해 전 회사의 통계 자료를 뽑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도 안 걸린다. 잘하는 직원이 어떻게 빼내는게 쉬운지 사업부 모임에서 발표도 했다. 인당 통OCS 회수를 지시했기에 털리지 않은 지역이 단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웅제약의 이 같은 정보 획득 방식에 대해 일각에서는 '불법 용역 제공'으로 인한 '신종 리베이트'라고 지적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 영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병원 약국 등 처방내역을 알게 되면 영업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 가장 중요한 정보가 돼, 지역을 점령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병원에서 해야 할 업무를 제약사 영업사원이 대행하면서 환자의 개인 정보까지 불법으로 수집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개인정보와 처방 자료를 바탕으로 병원마다 맞춤형 영업 전략을 세울 수 있다"며 "병원은 급여 삭감 등을 통해 사실상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제약업에 있어서 신종 리베이트로 충격적인 범죄행위다. 서부지검 식품의약형사부에서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의 통계 획득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침해할 우려도 나온다. 실제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환자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나이를 비롯해 의사면허번호뿐만 아니라 환자 처방약 종류 등 민감한 정보들이 담겨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병원과 환자의 동의 없이 환자의 개인정보를 사실상 탈취한 것"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한 사항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관계자는 "의사면허번호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부 확인 결과 환자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취득한 내역도 확인할 수 없었다. 환자의 개인정보를 취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맞지 않다"며 "또, 사내 교육에 참가했던 영업사원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회사가 통계를 빼내는 기술을 익히도록 했다는 부분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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