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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회장, 하필 '전범기업'에 투자 왜?

롯데케미칼, 1617억 투자해 쇼와덴코 지분 4.46% 취득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05.26 10:49:3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유통과 화학을 그룹 핵심 성장축으로 꼽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오프라인 유통매장 대폭 축소 방침을 밝히며 온라인 영역 확대를 꾀하는 한편, 화학 부문에 대한 지속 투자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 단행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중에, 화학사업 분야에서는 전범기업에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감행한 점이다. 

◆SHOWA DENKO K.K

쇼와덴코(昭和電工, SHOWA DENKO K.K) 사사에 따르면, 자사는 수력을 이용하는 전기화학 공업의 잠재력에 주목해 설립됐다.

이 회사는 1908년 모리 노부테루가 설립한 소보수산(総房水産)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창립자는 스즈키 형제와 1922년과 1928년에 각각 모리흥업, 쇼와비료를 설립했다. 이후 1939년 일본전기공업과 쇼와비료 합병을 통해 쇼와덴코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설립된 쇼와덴코는 현재 일본 중견 화학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석유화학 △화학 △무기 △알루미늄 △전자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문제는 쇼와덴코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과 한반도 등지에서 조선인 강제징용에 나섰던 전범기업이라는 점이다. 

이명수 의원이 2011년 9월16일 발표한 일본 전범기업 1차 명단. ⓒ 이명수 의원실


이명수 의원(미래통합당)이 지난 2011년 9월16일 발표한 '일본 전범기업 1차 명단'에 따르면, 쇼와덴코는 일본과 한반도 내 강제동원작업장을 각각 10개와 6개 총 16곳 운영했다. 

특히 해당 자료에는 한반도 내 위치한 6개의 쇼와덴코 강제동원작업장에서 조선인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명기돼 있다.

쇼와덴코의 조선인 강제동원에 대한 역사적 자료는 더 존재한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일본지역 탄광광산 조선인 강제동원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쇼와덴코는 니가타현에 군수공장(가노세공장)을 설립해 조선인 강제징용에 나섰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발표한 '일본지역 탄광광산 조선인 강제동원 실태' 보고서. ⓒ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본 정부는 1932년 강제노동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 협약 제29호를 비준했다. 이 노동협약은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1938년 '국가총동원법'을 선포하면서 이 법적 근거에 따라 총동원 시스템을 마련하고 인적·물적·자금을 총동원했다. 

다시 말해 일본은 아시아태평양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 비준한 국제노동기구의 노동협약을 위반하면서까지 조선인들을 노동 현장에 강제로 동원해 노동력을 착취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기록을 통해 쇼와덴코는 몇 년에 걸쳐 조선인 강제동원에 나선 기업 중 한 곳이자 전범기업이라는 점이 명백히 드러난다.

◆롯데케미칼 "전범기업인지 확인 안 해"

이렇듯 전범에 대한 낙인이 확실하게 찍혀 있는 쇼와덴코에 롯데케미칼(011170)이 투자했다.  

지난 20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올해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617억원을 투자해 쇼와덴코의 지분 4.46%를 사들였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이번 쇼와덴코 지분 매입은 추가 투자나 인수·합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이 지난 3월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화학 분야의 유력 기술을 보유한 일본 기업에 대한 M&A(인수·합병) 의향을 내비친 바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롯데케미칼 측에 이번 투자에 앞서 쇼와덴코가 전범기업임을 검토한 뒤 투자를 진행했는지에 대해 물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투자 건은 수익창출을 위해 다양한 투자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롯데케미칼 이사회가 최종 결정한 사안이다"며 "투자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자대상 선정, 적합성 등에 대한 비즈니스 차원에 검토는 있었으나 기타 사안에 대한 모든 부분을 사전에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이사회 명단.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만 이를 통해 신동빈 회장이 이번 쇼와덴코 지분 인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의사결정을 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는 신 회장이 총 11명으로 구성된 롯데케미칼 이사회 사내이사 직을 맡고 있기 때문. 

이 관계자는 "회사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투자처를 발굴해 투자 등을 늘려갈 계획이다"며 "투자 검토 시 우선적으로 비즈니스 차원의 실효성을 우선해 효율적인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고, 기타 연관정보들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더욱더 면밀하게 검토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롯데의 투자에 대해 "일본 정부가 2020년도 외교청서를 통해 독도 영유권을 비롯한 각종 한일 문제에 해결 의지보다 억지 주장을 펼치면서 한국을 도발하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결정 소식을 접해 롯데의 기업 정체성이 심히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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