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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구 칼럼] 왜 '자연산'에 집착하나?

 

김영구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0.05.24 07:41:25

[프라임경제] '코로나 박쥐에 혼쭐나고도, 블랙스완까지 잡아먹은 중국'. 5월 초 국내 언론에 보도된 한 기사의 제목이다.

중국 저장성의 한 도시에 있는 호수에 있던 멸종위기 보호 조(鳥)인 블랙스완을 한 남성이 몰래 잡아 집으로 가져가 요리해먹었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서도 야생동물을 먹지 말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몰지각한 행동을 한 이 남성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인간은 수백 만 년 이상 수렵과 채취에 의존해 생존해왔다. 그러다 약 1만 년 전, 신석기시대에 농작물을 경작하고 가축을 사육하면서 야생동식물을 먹는 식습관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했다. 지금 야생동식물을 먹는 식습관은 먹을 게 없어서라기보다는 보양, 보신 등의 목적의 더 크다.

한국인의 독특한 인식 중 하나가 '자연산' 애호다. 자연산이란 말은 자연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의미일 뿐이다. 하지만 자연산이라고 말하면 ‘뭔가 특별하고 좋은 것’이라는 뉘앙스가 풍긴다. 이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고 본다.

첫째 자연산에는 특별한 성분이 들어 있어 건강에 좋을 것이란 생각, 둘째 양식 과정에서 건강에 이롭지 않은 농약, 항생제 또는 성장촉진제 등이 사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다. 근거가 불분명한 신뢰와 불신이 얽혀있다.

자연산에는 특별한 성분이 있을까? 지금까지 연구를 종합한 결론은 '특별한 것은 없다'이다. 특정 동식물이 '여자에게 좋다'거나, '정력(精力)에 좋다'는 속설을 입증해줄 신뢰할만한 연구는 없다.

채소나 과일에 든 식물화합물(phytochemical)은 1만 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중 건강에 이로운 베타카로틴, 안토시아닌, 라이코펜 등의 성분은 이미 약 또는 건강보조제 등으로 다양하게 나와 있다. 이들을 능가하는 특별한 성분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경작하거나 사육한 동식물에는 없고, 자연산 동식물에는 특별한 성분이 들어 있을 것이란 믿음은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주술(呪術)적 성격에 가깝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자연산 동식물 중 상당수는 시장에서 정식 유통되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물론 그렇다. 문제는 자연산과 야생동식물을 나누는 울타리가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야생동식물은 '먹는 대상'이 아니라 '관찰 대상'이어야 하는데도 이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울의 물고기, 해변의 조개, 산야초들은 지켜보아야 할 뿐, 채취하거나 잡아먹는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잡고, 캐고, 뜯는다. 이렇게 채취된 것들이 자연산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과거 너구리, 뱀 등의 야생동물을 보양식으로 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요즘은 거의 없어졌다고 하지만 아직 일부 남아 있다고 한다. 야생동물 섭취는 대부분 불법이며, 더 엄격하게 금지돼야 한다.

자연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릴 때다. 자연산에 대한 집착은 야생동식물 섭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은 멸종위기 종에 대한 위협일 뿐 아니라, 전염병 확산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도 코로나19 사태에서 목격하고 있다.

상하수도의 보급으로 물에 의해 생기는 '수인성(水因性) 전염병'이 많이 없어졌다. 그 대신 요즘은 '동물원성 전염병(zoonosis)'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대개 야생동물 접촉 과정에서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옮겨온 것들이다.

자연에서 채취한 동식물이 식탁에 오르는 것은 최대한 줄이고 경작, 양식, 사육한 뒤 시장에서 파는 식품을 구입해 먹는 식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식품의 생산 이력을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생산자들은 양식, 경작, 사육할 때 농약, 항생제 등을 엄격한 규정에 따라 사용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법적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자연산'이란 말도 없어져야 한다.


김영구 대한레이저학회 이사장 / 연세스타피부과 대표원장(피부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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