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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달의 코칭 이야기 15] 코칭의 작동기제(作動機制), 패러다임 전환

 

허달 칼럼니스트 | dhugh@hanmail.net | 2020.05.23 13:29:15

[프라임경제] 앞선 몇 회에 걸쳐 주로 코치가 고객과 접촉하여 Valuing 등 인정 칭찬과 공감적 경청을 통하여 그와 연결을 이루고 그 존재에 접촉하여 질문과 메시징으로 작동하는 방법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그러면 이러한 단순한 코칭 기술이 고객에게 적용되어 작동하는 기제(機制)는 어떤 것이기에 성공한 코칭은 어마어마한 변화를 고객에게 일으키도록 만든다고 하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앞 13번째의 연재에서 '자! 어떻게 할래?'라는 코치 프랭키의 열린 질문이 매기의 휴면(休眠) 중이던 창의력 두뇌에 작용하여 이를 활성화 시킴으로써, 그녀가 고정화 된 패턴에 빠져 수세에 몰리던 권투 게임을 두뇌를 활용하는 플레이어와 두뇌를 활용하지 못하는 플레이어와의 대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시켜 승리로 이끄는 과정을 목도하였다.
 
이에 추가하여 워크숍에서 자주 패러다임 전환에 활용하는 게임이 있어 아래에 소개한다.
 
워크숍 참여자들을 한 팀에 다섯 명씩, 서너 팀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점심 먹고 식곤증 날 때쯤, 한 팀에 넓은 비닐 깔개 한 장씩을 나누어 주고 풀밭으로 나간다. 한 팀이 어깨동무를 하고 깔개 위에 둥글게 서면 땅과 닿는 접면(接面)은 팀원들의 두 발로 당연히 열 개가 된다. 그 접면의 수를 지휘자의 구령에 따라 줄이거나 늘여 나가는 게임이다. 먼저 완성하는 팀이 이긴다.
 
시범 삼아 접면을 다섯 개로 줄여본다. 우열이 가려질 턱이 없다. 어깨동무 하고 한 발 씩을 들고 외다리 서기를 하면 되니까.
 
다음 접면을 네 개로 줄인다. 이번도 어렵지 않다. 제일 가벼운 한 명이 제일 건장한 팀원의 등에 업히는 것으로 만사 해결.
 
이어서 접면을 세 개로 줄이도록 구령이 떨어진다. 이번엔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세 사람이 한 다리로 서고 두 명의 가벼운 사람을 골라 업히거나 매달리거나 해야 한다. 불안한 자세이지만 그런대로 세 다리로 솥발(鼎) 모양을 만들어 성공하는 팀들이 생긴다.
 
자, 그런데 점입가경, 다음은 접면을 두 개로 줄이라는 구령이다. 두 사람을 외다리로 세워놓고 그 위에 세 명이 올라탈 생각을 해보지만 가능할까? 노력은 실패하고, 결국은 면이 꼭 발바닥 면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냐는 점에 착안해서 두 사람이 풀밭 위에 눕고 그 위에 세 사람이 걸쳐 눕는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팀이 나오게 되는 것이 보통의 수순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게임은 다음으로 넘어 간다. 접면을 한 개로 줄이라는 것이다. 앞에서 한 방법을 원용하여 건장한 한 사람을 깔고 그 위에 네 사람이 걸쳐 엎드려, 하나 둘 셋 새우처럼 배 뒤지기를 하면 이론 상 모양이 나오기는 하는데, 그 전에 밑에 깔린 불쌍한 팀원 입에서는 이미 비명이 터져 나온다. 이제는 게임 끝이겠지, 낄낄거리고 다들 일어선다. 다 끝난 줄 알고 모두들 깔개 걷을 때쯤 다음 차례의 구령이 떨어진다.
 
접면을 '0'으로 만들라는 구령이다.
 
한 동안의 설왕설래 끝에, 운 좋은 팀 머리에서 어쩌다 방법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모두 어깨를 겯고, 하나, 둘, 셋 뛰어 오른다. 훌륭히 접면 0개를 만들었다.

코칭이 단순한 경청과 질문의 기술만으로, 코칭 받는 사람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끌어낼 수 있을까? 코칭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일으킨다. ⓒ 허달

"이건 반칙 아닙니까?" 미처 방법을 찾지 못한 팀에서는 항의한다. 그러나 지속시간의 개념은 게임의 규칙 속에 없었던 것을 곧 상기하게 된다. 아하! 이쯤이면 이 게임의 목적이 무엇이었던가 참여자들이 깨닫는다. 게임은 계속되지만 이제부터는 확인 과정일 뿐이다.
 
구령은 다시 접면 한 개 만들기로 늘여 가지만, 이번에는 풀밭 위에 넘어지고 짓눌리고 하는 일이 없어진다. 어깨를 겯은 채로 한 명만 외다리로 서고 나머지는 하나, 둘, 셋, 뛰면 된다. 접면 두 개 만들기, 세 개 만들기는 어떤가?
 
이제 이 게임에서 얻은 깨달음을 정리할 시간이다. 게임 참여자들은 무엇에 속아서 엎어지고 자빠지고 하였던 것일까? 몇 가지 속임수를 위한 소도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풀밭으로 끌고 나간 것도 그렇고, 깔개를 나누어 준 것도 은연 중 넘어지고 깔리고 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암시가 되었다.
 
그러나 더 큰 속임수는 무엇이었을까? 열에서 다섯, 다섯에서 넷, 셋, 둘, 하나로 줄여가는 점진적 과정(Incremental Process)이다. 지난 번 성공했기 때문에 다음에도 같은 방법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도록 패러다임을 은연 중 프로그래밍 했던 것이다. '하나' 또는 '0'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불가능한 목표에 직면하고 나서야, 참여자는 문제 해결을 위하여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인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며, 그 깨달음이 생겨나자, 주어진 상황에 대한 해답은 종전과는 다른 쉬운 방법에 의해서도 얻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 대한 도전을 질문으로 만들어 고객 앞에 제기하는 행위 역시 코치의 몫이다.
 
전문 코치가 연마하고 활용하는 코칭의 기술이 세부적으로는 수도 없이 많다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전술한 경청과 질문, 메시징과 인정/칭찬이라고 요약하면, 그 효과에 대해 의아해 하는 생각을 갖는 사람이 생긴다. 어떤 작동 기제(機制)가 있어, 코칭이 단순한 경청과 질문의 기술만으로, 코칭 받는 사람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일까? 특히 기업 코칭의 경우,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없으면 코칭의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워진다.
 
짐작하시겠지만 이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은 '코칭이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어떤 수행자가 동산(洞山) 화상에게 묻자 화상이 답했다.
 
"삼이 세근이(麻三)."

 
알음알이의 허공 꽃(空華) 패러다임을 일순 무너뜨려, 쉬운 진리를 통렬히 일깨워 주려는 선지식(善知識)들의 준엄한 메시징 중 하나를 벽암록(碧巖錄)이라는 옛 책에서 인용했다.


1943년 서울 출생 / 서울고 · 서울대 공대 화공과 ·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 SK 부사장 · SK 아카데미 초대 교수 · 한국케미칼㈜ 사장 역임 / 한국코칭협회 인증코치 KPC · 국제코치연맹 인증코치 PCC 기업경영 전문코치 · 한국암센터 출강 건강 마스터 코치 / 저서 △마중물의 힘(2010)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2011)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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