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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미향에게 버럭하는 이해찬을 보고 싶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5.20 13:46:21

[프라임경제] 더불어민주당이 끝내 윤미향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한 결자해지를 포기했다. 20일 오전까지 나온 당의 입장은 결국 공신력 있는 외부 검증에 따라 의혹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당 차원에서 의혹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말 억울한 것인지 밝히려 직접 메스를 댄다든지 등의 의혹 여부를 차치하고, 일단 의혹 자체가 부덕의 소치이니 개인의 진퇴 문제부터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는 것으로 종합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과 미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의 합당 관련 "중앙선관위가 이틀 전 합당 신고서를 수리해 법적 절차가 마무리됐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는 언급했지만, 윤 당선자나 윤 당선자를 둘러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매입 과정 등 각종 의혹과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의미있는 의사는 언급하지 않았다.

시민당 출신인 윤 당선자를 그냥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사람들이 이날 회의의 태도를 해석하며 실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성정당 창당부터 이번 합당까지, 이 대표의 역할이 없지 않았는데 그는 결국 '실질적으로 자기 자식'인 윤미향씨의 논란에 손수 매를 들기를 거부했다.

오래 전부터 이 대표는 청렴함과 능력, 정치 발전과 민주화에 대한 열의로 높이 평가를 받아왔다. 한편, 모난 성격으로 구설수도 적지 않았다.
 
국회의원 시절, 어느 의경과 교통위반 스티커 문제로 시비가 붙자("국회의원이니 봐 준다"는 식으로 나오자 오히려 "법을 네 마음대로, 상대방 봐 가면서 집행하면 잘못이다"라며 이 대표가 화를 냈다는 것이다) 원칙대로 경찰서에 그 의경을 인계해 영창을 살게 한 적도 있다.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그는 교통경찰 업무를 보는 경찰 관계자와 시비가 붙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차를 몰고 이리저리 전국을 떠돌던 때인데 촌지를 기대한 경찰이 별 것 아닌 것으로 차를 세우고 괜히 이리저리 시간을 끌었다고 한다. 옆에 앉은 사람이 간이 콩알만해져서 그냥 돈을 좀 주고 넘어가지 왜 자꾸 잘못이 없으니 보내달라고만 우기냐고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이 대표는 운동권 인사로 수배가 걸렸던 터라 전국을 떠돌았던 것이다. 자칫 경찰관이 신원확인이라도 하면 바로 잡혀갈 시절이었음에도 저렇게 원칙 타령을 했다는 것이다.

1995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있을 때에는 아쉬운 소리를 하러 부시장실을 찾은 장학관을 큰 소리로 질책해 면박을 준 일도 있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 출신인 이강진 당시 서울시의원이 이 대표의 딸이 다니던 학교에서 터진 성희롱 의혹 문제를 시의회에서 질의하려 하자, 이를 미리 안 시 교육청에서 늙은 장학관을 보내 대신 좀 막아달라며 읍소를 하러 보낸 것이다.

불같이 화를 내고 내몰았다고도 하고 장학관 따귀를 때렸다고도 하는데, 다만 뒷부분의 이야기는 와전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럼에도 '윤미향 논란'을 그냥 더 지켜보자고 생각한다고 하니 의아하다. 아니, 지금 이 대표가 윤미향씨를 불러들여 따귀를 때리라고 부추기는 게 절대로 아니다. 다만, 이 대표의 그간 행보를 보면 "어디 군사정권 후예들이 평생 시민운동을 해 온 인사를 온갖 의혹 부풀리기로 욕을 보이려 들고 심지어 국정조사 운운하느냐?"며 대로했어야 할 것 같다. 

국정조사를 시작해도 우리가 한다고 결기를 보였어야 할 정의롭던 이 대표는 대체 어디 갔을까?

정말이지 오늘날 이럴 것이었다면 애초에 그렇게 모나게 사실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마저 든다.

앞으로 여름이면 임기가 끝날 이 대표 앞에 이번 논란 말고 무슨 또다른 정치적 이슈가 있을까? 그럼에도 말하자면, 혹시 몇 달간 다른 무슨 정치적 이슈들에서 온갖 협잡을 하든 추문을 빚든 해도 좋으니, 그가 이번 건 하나만큼은 꼭 '버럭 이해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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