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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중고서점' 참 좋은데, 모호한 할인 경계선 때문에…

중고책 거래율 높아질수록 새책 판매 비중 하락

김다이 기자 | kde@newsprime.co.kr | 2020.05.04 08:20:40

[프라임경제] 기존 '헌책방'의 낡은 이미지를 벗은 '중고서점'이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사고팔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매년 책 시장에서의 성장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10년 전 오늘인 2010년 5월4일은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예스24 중고샵'을 오픈 한 날인데요. 예스24는 온라인 몰에 다 읽은 도서와 음반, DVD 등을 소비자들이 직접 사고팔 수 있는 장을 만들었습니다.

2017년 9월22일 예스24가 부산에 문을 연 오프라인 중고서점 F1963점은 600평 규모에 중고서적 20만권을 판매했다. ⓒ 예스24

현재 예스24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중고매장까지 운영하고 있는데요. 2016년 4월1일 첫 오프라인 매장 '예스24 강남'을 오픈했습니다. 중고도서를 직매입하는 '바이백 서비스'를 통해 8만여 권의 중고도서를 만날 수 있도록 꾸며졌습니다.

첫 오프라인 매장 오픈 당시 다 읽은 책을 정가의 최대 50% 가격에 되파는 '예스24 바이백 서비스' 누적 이용 건수는 12만건을 넘어섰으며, 되판 도서는 약 100만권, 하루 평균 2000여권의 중고도서가 판매됐습니다. 이때부터 이미 중고서점의 흥행이 시작된 것이죠.

이후 부산에 국내 최대규모의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열었으며, 강남, 목동, 홍대, 대구 등 전국 9곳에 책을 편하게 고르고 읽고 갈 수 있는 오프라인 중고매장을 운영하게 됩니다.

◆'헌책방'에서 이젠 편하게 사고파는 장

중고서점은 소비자들은 깨끗하게 읽은 책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다 읽은 책을 일정 비용을 받고 판매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여러 업체에서 매장 수를 늘려갔는데요.

예스24 외에도 국내에는 대형 중고서점 '알라딘'이 있습니다. 온·오프라인에서 중고책을 사고팔 수 있는 알라딘은 2011년9월11일 종로점을 시작으로 전국에 45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알라딘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업계 1위로 매년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알라딘 일산점 매장 내부 사진) ⓒ 알라딘

알라딘의 경우 2013년 197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2018년에는 3563억원까지 몸집이 커졌습니다. 그만큼 중고서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뜻이 되겠죠.

이 외에도 유·아동 중고 전집을 판매하는 '개똥이네'도 전국 35개 매장을 운영 중에 있으며, 대부분의 대형 서점에서는 온라인에서 '중고책 사고팔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헌책방'들이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책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당시 구할 수 없는 서적들을 모아놓은 곳이 헌책방이었다면, 이제는 기업형 중고서점에서 신간부터 전문 서적 등 일반서점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책들은 중고서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죠.

말 그대로 새책 같지 않은 헌책을 중고서점에서 판매하게 된 것입니다.

◆늘고 있는 중고책 시장…'책 생태계' 위기

깨끗한 책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중고서점의 인기의 이면에는 출판업계의 고충이 섞여 있습니다. 중고서점은 책을 독자들이 직접 사고파는 공간인데요, 중고서적이 인기를 끌면서 새책 판매가 줄어들게 됐습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2017년 10월에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중고서점 매출 규모는 3334억원인데, 기업형 중고서점에 의한 신간 단행본의 판매 기회 손실이 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고책 시장이 커지면서 신간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죠.

신간 판매량이 떨어지면 저자의 인세가 줄어듭니다. 새책구매 시 저자에게 떨어지는 인세는 10%지만, 새책이 중고책 시장에서 판매된다면 추가적 인세 수입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작가들이 새로운 창작 활동을 하는게 힘들어 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겠죠.

업계에서는 기업형 중고서점 증가가 새책 판매율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출판업계와 작가들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출판사와 작가들에게 돌아갈 이윤이 중고책 시장에서 돌고 돌게 된다면 양질의 새콘텐츠 제작을 위한 투자가 적어질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2003년 도입된 도서정가제에 따르면 책 가격 할인율이 10%를 넘어선 안 되지만, 중고책의 경우 할인 폭에 제한이 없어 30~50% 가까이 저렴하게 판매됩니다. 현행법상 중고서점은 고물상과 같은 중고상품 업종에 들어가기 때문에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기업형 중고서점에서는 출판한 지 1~2개월 밖에 안 된 신간까지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중고서점을 찾는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죠.

이 때문에 새책이 판매되는 '1차 시장' 중고책이 판매되는 '2차 시장'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지어서 책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주장입니다.

더 좋은 책을 저렴하게 사고자 하는 것도 소비자들의 니즈지만, 양질의 책을 만나기 위해 어느 정도 작가와 출판사로 들어가는 수입 역시 보장돼야 할 것 입니다. 모쪼록 양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한 균형 있는 책 거래가 이뤄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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