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여의도25시] 김정렴 청와대 봉투와 '복화술사' 최강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4.27 09:23:00

[프라임경제] 지난 25일 김정렴 전 상공부 장관이 별세했습니다. 향년 96세. 그는 일제 말 조선은행에 입행, 광복 이후 금융과 경제 측면에서 두루 활약하게 됩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장을 거쳐 재무부 차관, 상공부 장관 등을 역임했고 박정희 정부 시절 상당 기간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는데요, 역대 최장수 대통령 비서실장이라고 합니다.

그는 청와대 마크가 새겨진 봉투도 가지고 나가지 말라는 주의를 부하 직원들에게 늘 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 사회 분위기상 그런 위세가 어떻게 오해받거나 혹은 악용될지 늘 염려했던 일화입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에서 공직 기강 책임자로 일했던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묘하게 대비되는데요. 최 당선자는 변호사 시절 이미 개혁적 이미지로 유명했고 이후 청와대에 입성, 공직기강 비서관을 지냈습니다. 변호사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인턴확인서를 허위 발급하는 문제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죠.

그런 와중에 최근 라임 사태 부실 검증 우려도 그가 근무하던 시절 일어났다는 풀이가 나오면서, 제대로 일(검증과 감찰)은 안 하고 검찰 개혁 운운하며 다른 국가기관과 감정적 싸움을, 그것도 개인 비리가 불거진 상황에서 벌인 것이냐 탄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라임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인 올해 초 K 당시 청와대 행정관 의혹을 인지하고 감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 바로 최강욱 당선자.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당시 행정관에게 "(라임과 관련) 금품 수수 등 범죄 혐의가 있느냐"고 캐물었으나, 그는 전면 부인을 했고 이후 청와대 측은 별다른 징계 등 후속 절차 없이 논란의 K씨가 본래 직장인 금융감독원으로 복귀하도록 내버려 뒀다는 것이죠.

물론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고 공직을 박차고 나가서 무슨 발언이나 정치적 행보를 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청와대에 남아서 논란을 제조하던 인물이 나가서도 또 그렇다면 그건 문제가 아닐까요?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 ⓒ 연합뉴스

그는 검찰하고만 불편한 것도 아닙니다. 청와대 근무 시절 그는 경찰은 속된 말로 '개무시' 수준으로 밟은 적도 있다고 뒤늦게 말이 돌고 있는데요. 작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재직 때 그는 경찰이 우편 발송한 서면 조사용 참고인 조서를 받았다고 합니다. 경찰은 당시 조 전 장관이 보수 유튜버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이어서 그의 의견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성실히 해명을 하거나 답이 어려운 부분은 그 이유를 소명하는 게 도리일 텐데, '백지'로 돌려보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당시 현직 청와대 소속으로서 처신에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정 기관을 관할하는 청와대 민정 위세를 악용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고, 경찰 위에 군림하는 듯한 태도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논란에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21일 논평을 내고 "조국 아들에 대한 허위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가 된 채 출마했던 최강욱 당선자. 이미 임기 시작도 전에 두 건의 고발을 당했다"면서 "재직 당시에는 참고인 조사를 위한 경찰 서면을 백지로 돌려보냈다고 하고…(중간 생략)…국회의원 최강욱이 두렵고, 그런 국회의원 최강욱을 봐야 할 국민들이 걱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 당선자를 둘러싼 처신 논란 중 백미는 한창 현직이던 당시의 검찰총장 압박이었을 텐데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인형처럼 내세우고 실제 힘은 자신이 갖고 있는 '복화술사' 평가까지 나왔죠.

앞서 말했듯 최 당선자는 1월23일 검찰이 조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된 바 있습니다. 그러자 바로 "검찰권을 남용한 기소 쿠데타"라며 반발했죠. 현직 청와대 인사임은 둘째치고 검찰 개혁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그였기에, 이런 발언은 앞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되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혼내줄 거라는 식으로까지 받아들여졌고 보수 언론에서는 그렇게 썼습니다. 

보다 못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월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총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질 것 같은데, 그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이 재연될 것"이라며 "사실 추미애는 인형에 불과하고, 복화술사는 최강욱과 이광철(청와대 민정비서관)"이라고 지적했지요. 특히 진 전 교수는 "특히 최강욱씨, 이제까지 모든 비서관들이 기소와 더불어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유독 이분만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처신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진 전 교수는 "그만큼 정권 실세들 비리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고 저지하는 데서 이분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라고 당시 청와대 자리에 계속 남아있던 최 당선자의 행보에 날선 비판을 가했습니다. 검찰 기소 직후 '쿠데타' 운운하며 조만간 공수처가 생겨난 뒤를 압박하는 듯한 언행에 대해서도, 진 전 교수는 "이 (발언) 자체가 이 정권의 비정상성을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며 탄식했는데요.

김정렴 청와대와 최강욱 청와대, 독재와 촛불로 태어난 민주 정권 차이에도 불구하고 후자가 별반 훌륭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고인의 부음에 정치적 현안을 덧대는 것이 조금 결례일 수 있으나 훌륭하셨던 고인의 실력과 처신에 대한 반사적 추모 차원에서, 몇 자 적습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