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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움과 논란 안고 낮잠 자는 김영춘 법안들

대표발의 안건 많은 열일 정치인…논쟁 가능성에도 역할과 의미 큰 '명품' 많이 내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2.29 17:54:41

[프라임경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활발한 법안 제출 행보를 20대 국회 마무리 단계인 상황에서도 이어가고 있어 눈길. 특히 다음을 기약하며 다들 선거에 매달리는 상황이라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매진하는 그와 의원실 식구들의 노고만큼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그가 대표발의한 법안들 중 언제 빛을 볼지 기대를 모으는 아이디어 상품들도 관심을 모은다. 한편 법안 자체가 논란을 안고 있는 경우도 있어, 어떤 의미로든 최종 통과된다면 세상을 시끄럽게 할 것이라는 표현 자체가 어울리는 법안들이 상당하다. 

일례로, 식품위생법 일부개정안은 간단한 개정 내용을 담고 있다. 식품위생법 제7조의4제2항에, 제3호의2를 신설한다는 사실상 원포인트 개정안이다.

현행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 관리 기본계획에는 식품 자체의 유해물질 관리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임산부나 영·유아 등 유해물질 민감계층을 콕 집어 보호하는 방안은 없다. 이들 유해물질에 민감한 대상을 위해 유해물질 관리방안을 짤 필요가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아이디어다. 

식품위생법 체제를 일부 고쳐, 이런 부분을 삽입하도록 하자는 것이니 사실 길 필요가 없는 것. 원샷원킬 식의 정확한 포인트 공략이라 할 만하다.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문제도 2017년에 그가 쏘아올린(그러나 아직 계류 중인) 작품. 이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일했던 그의 이력을 반영한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

사회적 양극화 해소 기본법안도 그가 대표발의 했는데,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할 책무를 규정하는 한편 대기업 및 중소기업간 상생 노력 의무를 선언해 통과시 사회적 반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실정으로 경제 상황 자체가 악화되고 있는 터에 추상적이고 낭만적인 내용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나온다. 아울러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관련 영역이 모호하게 걸친 터라 관련위원회 심사 및 의논에 시간이 꽤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처리가 제때 가능하긴 어렵다는 현실적 풀이도 나온다. 

참고로 관련위만 해도 환경노동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교육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등 다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들 관련위에 모두 2019년 10월 회부됐지만, 상정이나 의견 개시 등 이후 절차는 낮잠 상황이다. 서로 눈치보기를 하며 방치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라는 탄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가장 민생친화적이라 할 수 있는 법안으로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손질 노력이 꼽힌다. 김 의원은 매크로 등 부정 프로그램을 이용, 인기 상품이나 티켓 등을 대거 사들이고 이를 다시 비싼 값에 되파는 경우를 강력히 규제하고자 관련 조문을 개정안을 통해 삽입하기로 했다.

매크로 등을 사용해 접속하는 자를 전자상거래사업자가 발견(인지)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반드시 신고하도록 하고, 이런 물품 독점과 고가의 재판매(즉 매크로를 통해 다른 이의 기회를 뺏고 공정한 전자상거래 운영을 방해하는 '업무방해'와 '이익 착복'이 어우러진 행동)를 벌할 수 있게 길을 트자는 개정법안이다. 통과시 실질적 효과와 사회 기여가 기대되나 계류 중이고 처리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진다.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기념 촬영을 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는 이번 21대 총선에 부산선거를 총괄하는 지역사령탑을 맡는다. ⓒ 김영춘 의원 블로그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평도 있다.

소수의 대규모·고예산 영화가 스크린 대다수를 점유하는 스크린 독과점 현상으로 인한 문제점은 고질적 문제로 거론돼 왔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상 법적 규제까지 할 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하는 영화의 대중에게 노출될 권리 및 소비자의 선택권이 은연 중 제한된다는 논리가 기업 활동의 자유 및 시장의 자정 가능성 신봉론와 부딪히는 것.

또 김 의원이 발의하기 전에도 유사한 안건들이 이미 여럿 계류 중이기도 하다는 다른 관점에서 회의적 시각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여타 법안 대비 훨씬 실효성 있는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첫째, 상영 횟수 비율 제한을 40%로 설정함으로써 동시간대에 최소 3개 이상의 영화가 상영되도록 하자는 복안이다. 둘째, 주 영화관람 시간대 뿐만 아니라 기타 시간대에도 40% 제한을 적용함으로써 주 영화관람 시간대에서 상영 횟수를 뺏긴 1등 영화가 조조·심야 등 기타 시간대 스크린을 잠식하는 풍선효과를 막는다는 구상이다.

그런 만큼 기대도 모으지만, 반면 시장 자유의 침해 논란을 더 격렬히 안을 수 있는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법안 제출 당시 김 의원은 언론을 상대로 "본 개정안의 목적은 대형 영화들의 수익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개봉 직후 단기간 안에 지나친 스크린 점유율을 가져가는 대신, 적절한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조금 더 긴 기간 동안 상영을 하면 관객 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라고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게 호·불호가 엇갈릴 치열한 법안 구상과 정리, 제출 작업을 정력적으로 하고 있는 김 의원의 저력은 어디서 올까? 김 전 의원의 정치 여정에서 그 저력을 찾을 수 있다는 풀이가 있다. 

그는 1987년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로 실물정치에 입문했다.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그를 '셋째 아들'이라 부른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아낌없는 지원 속에 한나라당 소속으로 첫 국회 등원을 했다.

이후 정치개혁을 명분 삼아 당적을 옮긴 뒤에도 김 의원은 YS를 따랐다고 전해진다. 17대 대선을 앞두고는 소수 후보인 문국현씨를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였었다. 이익과 현실론에 매몰되지 않고 나름대로의 대의를 따르는 성향을 지켜온 것. 이를 위해서 때로 세상과 날을 세우는 것도 마다치 않았다. 

2001년에는 이른 바 감청 문제를 놓고 당시 정보통신부를 질타한 점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감청 대장(장부, 즉 기록물) 공개를 놓고 각을 세운 것. 사실 감청은 수사 진행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개인 자유 침해가 크고 수사기관으로서는 오남용의 유혹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를 감시 및 규율할 필요가 높다. 

통신비밀보호법을 근거로 한국통신과 SK텔레콤에 대한 대장 열람을 거부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는 당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은 다른 법률 규정에 불구하고 (출석·감정에)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통신 감청 감시 문제에 대해 날을 세웠다.

이후 2003년에는 통신설비제조업체와 기간통신사업자 간, 즉 통신시장의 수직적 기업결합도 규제하도록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공공연하게 드러내 식자층의 공감을 얻었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개정 아이디어 역시 '힘센 존재'를 규제하는 그의 '감시견'스러운 성격이 발휘된 경우다. 2009년 최소운영수입보장(MRG) 폐지 전에 실시협약을 맺은 민자사업(특히 '도로'가 문제가 된다)은 이미 투자비를 회수했더라도 재정지원금을 받으며 과도한 수입을 취하고 있다.

일부 민자도로 사업자는 모기업에서 고금리차입을 하고 이자를 물어주는 방식으로 고의로 적자운영을 한다는 의혹도 받는다.

현행법상 이 문제는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데, 2009년 제도 수술 전의 협약 민자사업자라도 '상식적인' 선에서 협약 내용을 바로잡을 길을 트자는 게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간투자법 일부개정안의 골자다. 계류 상황이 빨리 마무리되고 실현되면 좋겠다는 평이 많다. 

다만 계약자유나 재산권 제재에 해당한다는 원론적 문제가 있어, 사업자(특히 해외 거대자본이 한국에 민자사업자로 들어오거나 지분투자를 한 경우가 많음)들의 격렬한 반발 예를 들어, 헌법소원 혹은 국제소송 등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걱정도 제기된다.

물론 그가 다시 당선되면 혹시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는 법안들이 있더라도 21대 국회에서 재발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그의 지역구인 부산진구갑에는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들이 대결 상대로 급부상하고 있어 미래를 확언하기는 어렵다.

과거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역임한 이수원씨와 의사 출신인 정근씨 등 역량과 매력 포인트를 갖춘 이들이 보수 야당의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것. 미래통합당 측의 이 지역 후보가 최종확정되면 김 의원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래서 현 국회에게 남은 얼마 되지 않은 시간 속에 계류 상황 중인 '김영춘표 법안들'이 안타까운 시선을 모으는 것이다. 마치 '명품'은 많고 돈도 있으나 매장 문이 닫혀 발을 구르는 소비자의 상황에 비교할 만한 우리나라 국회와 정가의 '웃픈'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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