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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점차 줄어드는 은행 점포에 늘어나는 노인들의 한숨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0.02.21 11:49:51

[프라임경제] 경기도 성남에서 자영업을 하는 70대 김모씨는 하루에 한 번 꼴로 은행을 방문한다. 수시로 돈을 입금한 뒤 착실히 쌓여가는 잔고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다. 자녀들이 스마트폰에 은행 애플리케이션(이하 앱APP)을 설치했지만, 사용법을 몰라 쓰지 않는다. 여기에 자꾸만 인근 은행들이 사라지면서 또 다른 걱정거리가 하나 늘었다. 김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금융 소외'에 놓이면서 한숨만 늘어나고 있다.

김씨처럼 은행 영업점 축소를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갈수록 영업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는 점포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저금리 환경과 부동산 대출규제 여파로 인한 수익성 악화도 영업점 축소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고령층을 위해 축소 속도' 관련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비용 절감 및 효율성 측면에서 영업점 감소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실제 국내 대표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들은 2015년 5093개에 달했던 점포 수를 지난해 4682개까지 줄었으며, 올해도 국내 점포 89개를 통폐합할 계획이다.

이중 신한은행은 지난 3일 △강남 △서초(이상 서울) △성남 분당(이상 경기) 영업점 3곳을 인근 영업점과 통합했다.

같은 날 서울 용산구 지점 1곳을 없앤 하나은행도 조만간 △강북구 창동(서울) △용인(경기) 지점 등 총 영업점 5곳을, 우리은행 역시 최근 △송파 △용산(이상 서울) △남양주 △용인(이상 경기) △영도(부산) 영업점 5곳을 인근 영업점과 합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폐쇄로 일부 고령층 불만과 반발이 만만치 않아 일부 제동이 걸리곤 했다"라며 "갑작스런 지점 통폐합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수막을 내거는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어렵지 않게 사용 가능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대다수 고령층 입장에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창구를 직접 찾아가 직원과 애기하는 게 훨씬 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년층 금융소외 현상'은 점포를 줄이려는 은행들에 있어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물론 은행들도 이를 위해 '느린 말 서비스 도입' 및 디지털 금융 교육을 실시하곤 있지만, 창구에서도 직원들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은 이마저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향후에도 높은 비용 절감 및 효율성을 이유로 점포를 줄이는 반면, 핀테크와 금융혁신을 거듭할 것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노년층이나 장애인들의 서비스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은행들이 현재 고령층의 사랑을 바탕으로 현재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이런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은 지금이라도 현실적인 '포용적 금융 확대'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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