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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최지은 북강서을 공천 추진=유재수 원죄론+금융중심지 부담?

지역 정치인들만 불똥…문재인 정부 경제 자신감 부족에 인물 '아까운 소모' 우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2.19 16:44:30

[프라임경제]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검찰 개혁론이나 선거법 개정 등 이슈몰이에서 승기를 잡았지만, 보수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비례대표 전문공천정단)을 만드는 등 강하게 반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제 실패론이 불거지고 있어 불길을 잡지 못하면 안 된다는 절박감도 느껴집니다.

다양한 외부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는 등 노력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최지은 전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부산 출신인 그는 하버드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를 거쳐 옥스퍼드대 국제개발 박사학위를 받은 데다 국제금융감각을 부각하기에도 적당한 직장 경력까지 갖췄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에서는 이 거대한 신인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 즐거운 고심 중이라고 하는데요. 특히 전략공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상 지역으로는 부산 북강서을이 꼽히고 있습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나, 이런 설은 얼마 전부터 모락모락 피어올랐던 게 사실입니다. 여기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한다는 점은 이미 발표가 됐고, 이에 따라 이 곳에서 당 공천장을 받아보려고 노력 중이던 예비후보들은 모두 지붕 위 닭을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는 후문입니다.

그런데 이를 놓고, 지역 내 논란이 분분합니다. 우선 최 박사가 북강서을과 큰 연고 끈이 없지 않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 박사가 부산 출신인 것은 맞습니다. 중학교 이후로는 사실상 부산을 떠난 수도권 사람이 된 게 아니냐는 냉정한 지적부터, 출신 초등학교가 연제구에 있다는 점 등에서 부산 안에서도 다른 곳에서 정치 이력을 시작하는 게 낫다는 상대적으로 온화한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좀 더 색다른 논의로는 국제금융중심지 이슈를 부각하는 결과가 될 텐데, 이 문제에서 민주당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 등 청와대에서도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 박사가 부산 남구갑에서 출마하면 국제금융단지 발전을 위한 노력으로 초점을 맞추기가 편해지지 않냐는 점은 어렵잖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의 전문성을 한껏 펼치는 데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부산 선거 판세에서 바람몰이를 할 수 있는 이 이슈를 왜 사장시킨 것일까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소재한 부산 남구갑을 지역구로 택한다고 선거가 유독 대단히 어려워지는 것일까요?

글쎄요. 결과론적인 이야기겠으나 꼭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이 곳은 원래 보수 정당을 오래 지지해온 표심이 있긴 합니다. 미래통합당에선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이 당의 김정훈 의원이 내리 지역 텃밭으로 삼아온 곳이지요. 다만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상황과 구도가 변했으니, 꼭 미래당에 유리하다고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부산의 새로운 금융허브격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BIFC는 국내 최대의 업무시설로 지하 4층, 지사 63층 규모에 건물면적이 19만7169㎡에 달한다. 건물 높이만 289m. 서울 여의도의 63빌딩보다 높다. ⓒ 연합뉴스

민주당에서는 그런데, 그 곳에 해양수산부 차관 출신을 내세우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강준석 전 차관은 기술고시 출신에 수산 등 분야 전문성이 두드러집니다. 해양금융으로 부산권 금융발전을 날카롭게 세팅한다든지 하는 역할에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항만 이슈 등 전반적 그림에서 본다면 모르겠지만, 이 국제금융중심지 이슈로만 본다면 아니 '굳이 왜 국제금융단지 안마당을 맡을 지역구 의원감으로 국제금융에 전문가가 있는데 다른 이에게?'라는 소리가 나올 수는 있는 겁니다.

국제금융중심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 중 하나입니다. 2009년 서울과 부산에 각각 국제금융중심지가 지정되는 등 긴 길을 걸어왔지요.

하지만 금융위원회 등 금융 당국에서는 10여년 세월을 추진해 온 결과 크게 성과가 없었다는 판단을 하는 상황입니다. 민주당으로서는 '노무현이 쌓은 X'까지는 아니어도, 현재 잘 되어 가는 문제가 아닌 터에 우수 인적자원을 냅다 꽂아 전면적으로 문제 부각을 하는 아이디어를 굳이 실천할 필요가 없습니다. 심지어 전직 해수부 차관이 있다면, 이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는 게 여러 종합적 판단으로도 낫겠다고 손을 들어줄 수도 있는 것이죠.

더욱이, 국제금융중심지 이슈에 또다른 그림자도 있습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처음 부산에 발탁돼 올 때만 해도 금융 관련 발전 등 대단한 기여를 하려는 포석이 아니겠냐는 풀이가 대두됐고, 지역에서도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실제로 그가 금융감독당국 출신이라 이런 전문성과 적극적 역할론을 통해 몸값을 할 수 있지 않냐는 계산은 터무니없는 스토리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부정을 저지르고도 유유히 또다른 요직인 부산시 부시장 자리로 영전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일명 '조국 사태'의 한 축인 감찰 무마 의혹이 바로 조 전 법무부 장관과 유 전 부시장의 이야기지요.

조 전 장관이 개인적으로 얼마나 부정을 많이 저지르고 살았는지는 차치하고, 법무부 장관으로 가기 전 민정수석을 지낼 때 유 전 부시장 관련 첩보 무마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죠.

사정이 그러니, 국제금융 운운하는 이슈에 부산 사람들이 느끼는 복잡미묘한 감정의 기복이 없을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운영에 실패했다는 논란에 휘말려 있고, 국제금융 이슈를 잘못 확대했다간 국제금융중심지 발전에서 왜 부산은 결국 소외된 것이냐는 질타를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그런 터에 괜히 최 박사 같은 인재를 '유재수 발탁 데자뷰' 우려 같은 문제에 '낭비'할 수는 없지 않았겠는지 그 점도 고려해 볼 대목입니다.

물론 "전문가가 꼭 그 관할 기구 담당 지역구에 의원으로 있어야 일이 쉬워지거나 법률안 만드는 등 작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굳이 또 왜 연고도 약한 북강서을에 공천을 그것도 떳떳한 경선 과정이 아닌 전략공천 방식으로 가야 하는지 질문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남구갑에 보내는 것을 좀 더 일찍 결정했다면 어땠을까요? 그것을 낭비로 볼 건지 의견은 엇갈릴 수 있지만, 지금 남구갑 아닌 북강서을에 최 박사 투입설이 굳어져 가는 와중에 다양한 불만이 나오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지역을 다져온 예비후보 3인 모두 직간접적으로 부산시당이나 중앙당에 불만을 전달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경선만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소리를 그냥 무시하기엔 저 위의 모든 그림들이 정당해 보이진 않습니다.

진정으로 아깝게 인재를 소모한다는 게 뭔지, 정치공학적 복잡함으로는 말하기 어렵지만 도의상으로는 분명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숙고해 볼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심지어 북강서을은 한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출마하기도 했던 곳, '노무현 정신'으로 보나 그의 유작인 국제금융중심지 문제로 보나 최 박사는 BIFC가 있는 남구갑은 몰라도 그에 상당한 다른 자리(서울이든 비례든)에 가야 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경선으로 북강서을 구역을 차지해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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