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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갑질로 상장폐지' 엔스퍼트, 1심서 고배…"67억만 인정"

엔스퍼트 "불법행위 인정에도 KT 의견만 들어줘" vs KT "제품 하자로 계약 무효화"

박지혜 기자 | pjh@newsprime.co.kr | 2020.02.13 17:23:12
[프라임경제] '갑질'로 인해 상장폐지를 면치 못한 엔스퍼트가 KT(030200)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고배를 마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는 엔스퍼트가 KT를 상대로 '불공정거래 불법행위' 손해배상으로 1410억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67억원 지급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 연합뉴스


KT의 '불공정거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판결이 13일 서울중앙지법 565호 법정에서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김동진 부장판사)는 엔스퍼트가 KT를 상대로 '불공정거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1410억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엔스퍼트에게 67억원을 지급하라"며 일부만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엔스퍼트가 KT에 청구한 금액을 감안하면 원고 측이 사실상 패소한 결과다.

양 사는 지난 2010년 8월 태블릿PC 제조위탁 계약을 체결한 후 'K패드'를 출시했다. 출시 1년이 되도록 판매 물량은 1만3000대에 그쳤고, 부팅 오류 등 고객 불만도 제기됐다. 

이에 KT는 2011년 3월 일방적으로 엔스퍼트에 2차 생산 물량에 대한 계약파기를 통보했다. 계약파기 당시 2차 생산 물량은 전체 생산 물량의 85%로 금액으로 510억원 규모에 달했다. 

엔스퍼트는 2011년 하도급법 위반으로 KT를 공정위에 제소했고, 공정위도 엔스퍼트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부당하게 발주를 취소했다"며 KT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0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이후 KT는 "공정위 판단을 인정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최종 기각했다. 이 과정에서 엔스퍼트는 결국 지난 2012년 상장폐지됐다.

엔스퍼트 측은 "KT의 불법적인 인수거부 및 계약 취소로 인해 원자재 및 제품 재고에 대해 400억원대의 대규모 손실처리를 하게 됐고, 이에 따른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T는 위탁취소 수취거부의 사유로 K패드 제품에 심각한 품질문제와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KT는 위탁취소 수취거부의 사유로 K패드 제품에 심각한 품질문제와 하자가 있었다며 위탁취소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고등법원 재판부는 "품질문제는 참가인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고, 거의 개선돼 위탁취소 당시 심각한 하자가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고등법원 판결문 제 25쪽 16행 이하. ⓒ 엔스퍼트


그러나 고등법원 재판부는 "품질문제는 참가인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고, 거의 개선돼 위탁취소 당시 심각한 하자로 볼 수 없다"면서 "KT가 일방적으로 위탁을 취소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KT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창석 엔스퍼트 대표이사는 "하도급거래에서 대기업의 악의적 불법행위를 근절하고자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했던 정부와 국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행위로 피해가 입증된 부분까지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단은 아예 불법행위에 대한 고등법원의 행정소송의 판단까지 뒤집어 엎는 판결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17년 10월 대법원은 공정위가 KT 불공정 거래 불법행위로 판단하고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과 관련해 고등 행정법원의 판단을 확정하며 '심리불속행' 기각을 한 바 있다. 당시 행정법원에서는 KT의 불법행위로 인해 엔스퍼트가 입게 된 원자재 매입 등의 피해만으로도 KT의 '이행이익'이 510억원이라고 판시한 바가 있다. 

엔스퍼트 관계자는 프라임경제와의 통화에서 "KT는 손해배상 청구 금액을 939억원이라고 했는데 이는 작년 기준으로 소가가 중간에 변경돼 1410억원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몇 백억짜리 회사가 상장폐지될 정도의 파장을 미쳤는데도 재판부가 67억원을 제한적으로 인정한 것은 굉장히 부당하다"며 "KT의 불법행위는 이미 공정위와 대법원 판결로 판정이 됐고, 이번에는 손해액만 판단하는 것이었는데 KT의 의견만 들어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KT 관계자는 "본 사건은 약 9년전 엔스퍼트 제품 하자로 계약을 무효화한 것인데 오히려 수준 미달의 제품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당사에게 배상을 판결한 것에 유감"이라며 "항소해 법적 판단을 구할 예정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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