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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임 윤종원 은행장 '노조 권력' 대항할 수 있을까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0.02.11 17:37:19

[프라임경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임명 27일 만에 취임식을 열었다. 취임식이 이토록 지연된 건 그간 윤종원 은행장 출근을 저지한 노조 때문이다. 그나마 정부와 여당, 그리고 사측이 노조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 뒤에야 윤 행장은 출근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윤종원 은행장만을 위해 노조 측 요구 사항들을 모두 반영했다는 점이다.

윤종원 행장이 노조와 약속한 6대 실천 과제에는 △희망퇴직 조기 해결 △정규직 일괄전환 직원 정원통합 △임금체계 개편시 노조가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을 것 △임원 선임절차 투명성과 공정성 개선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인병휴직(휴가) 확대다.

이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건 '노조추천이사제'다.

이는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 인재를 이사회의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으로 '노동이사제' 전 단계에 해당된다. 특히 노동이사제는 기업 이사회에 대표 노동자가 참여해 기업 내 중요 의사 결정을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로 꼽힌다.

다만 현재까지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성공한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 상태다.

언뜻 노동자 권리 향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노조가 경영에 개입하는 만큼 중요 안건 및 의사 결정에 있어 지연 내지 보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공기관 경영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동시에 노사 견제가 아닌 담합을 통해 사측 이익만을 추구할 수 있다는 비난도 피하기 쉽지 않다.

금융 공기업 '오랜 숙원'인 희망퇴직 도입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물론 현 IBK기업은행은 인사 적체로 희망퇴직이 절실한 상황이다. 문제는 국책은행 특성상 거액의 퇴직금 지출을 위해선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및 금융위원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재 기재부는 국민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국책은행 희망퇴직제 개선에 반대하고 있고 있다. 이는 재원이 부족한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지방공기업·공익재단 등 명예퇴직금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임원 선임 절차 투명성과 공정성 개선'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문구 자체로는 별 다른 문제가 없지만, 향후 부행장 인사 개입과 관련된 '노조 측 의도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나아가 '노조 권력의 비대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어느 회사든 경영진 횡포를 막기 위한 노조 견제는 당연한 만큼 노사간 긴장관계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기업은행 사례는 오히려 노조 횡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종원 은행장과 노조간 합의는 결국 또 다른 거대 권력 단체에게 향후 갈등의 빌미를 제공한 것에 불과해 보인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사측마저 고개 숙인 상황에서 과연 누가 노조의 막강한 권력에 대항할 수 있을까. 윤종원 은행장의 현명한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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