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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금융위기 탈출' 예대율 부활, 그리고 새로운 규제의 시작

외형 경쟁 유인 최소화 및 건전 경영 유도…서민 금융소외 현상 '우려'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19.12.11 09:46:39

금융감독원 전경 모습 ⓒ 금육감독원


[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발표한 '신 예대율 규제' 탓인지 은행들이 벌써부터 대출 조정에 들어간 분위기입니다. 다만 이번 규제 대상으로 포함된 저축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서민들의 '금융소외'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죠. 하지만 이런 우려는 10년 전 '예대율 부활' 직후에도 끊이지 않았죠. 본격적인 신 예대율 규제를 논하기 전, IMF 이후 사라진 예대율이 부활한 배경과 이후 금융권의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9년 당시 국내 경제는 IMF 이후로 맞이한 금융위기로 힘겨운 한해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특히 은행들이 해외에서 차입한 낮은 금리 단기자금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주택담보대출 등 장기 대출 경쟁을 펼치다가 극심한 자금경색을 야기하기도 했죠.

그래서일까요. 결국 '같은 위기를 반복돼선 안된다'라고 판단한 정부당국은 그해 12월 11일, 은행들의 무리한 외형 확대 경쟁으로 인한 '금융 위기'를 막기 위해 '예대율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1998년 말 규제완화 차원에서 없앴던 예대율의 사실상 귀환인 셈이죠.

◆'12년 만에 부활' 은행들 예대율 낮추기 '급급'

'예대율'은 은행 보유 예금 잔액에 대해 은행이 빌려준 대출금 잔액 비율을 의미합니다. 이는 80% 정도 선에서 규제하는 것이 '건전한 경영방침'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2009년 당시 국내 은행 예대율은 131.4%에 달했습니다. 예금에 양도성예금증서(이하 CD) 발행금액까지 포함해야 113.5%까지 맞출 수 있는 정도였죠. 즉, 은행이 대출 능력을 초과해 자금을 운용하고 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하던 정부는 은행간 외형 경쟁 유인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건전 경영 유도를 위해 '예대율 규제'를 부활시켰습니다. 외형 경쟁에 매달렸던 은행들을 '예대율 규제'로 위기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인 셈이죠. 

실제 2004년까지 80~90% 수준이던 일반은행 예대율(CD 포함)은 외형경쟁 영향으로 2007년과 2008년 100%를 웃돌았으나, 감독 당국 예대율 규제로 96.7%까지 떨어질 수 있었죠.

뿐만 아니라 예대율 규제는 은행권 자금조달 방법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예대율 발표(2009년 12월) 직후 은행채 발행잔액은 231조7801억원에 달했으나, 불과 1년 만인 2010년 말에는 약 42조원 급감한 189조8287억원에 그쳤죠.

다만 예대율 규제에 있어 예금으로 인정되던 CD를 예금에서 제외해 해당 시장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발생했습니다. '의도적으로 CD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담합 의혹까지 불거졌으며, 일각에선 '단기 기준 금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라는 주장도 제기됐죠.

실제 2009년 12월 기준 은행들 CD 발행 잔액은 111조1025억원에서 4조173억원으로 감소한 반면, 정기예금 금리가 소폭 오른 저축성예금 수신은 3조781억원 증가했죠. 또 11월 5조8348억원 증가했던 대출은 3조2898억원의 감소세로 반전됐습니다.

당시 우리은행은 1년 만기 대고객 CD 금리를 0.1%p 낮추는 대신 정기예금 금리는 0.2%p 올려 전환을 유도했고, 신한은행은 CD와 정기예금 금리차를 0.76%p 벌려 사실상 CD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연 4.9%로 높였고, 외환은행도 영업점에서 판매 중인 CD 영업점장 우대 금리를 폐지하는 대신 정기예금 금리는 0.1%p 인상했습니다.

은행들은 CD가 그동안 예금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만큼 정기예금보다 다소 높은 금리를 적용했으나, 예대율 산정 대상에서 제외되자 비중 축소에 열을 올린 것이죠.

◆보다 높아진 가계대출 문턱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금융당국은 2012년 이후 매년 최대치를 경신한 은행권 은행채 문제를 위해 2018년 1월 다시 한 번 예대율 조정에 돌입했습니다. 은행채 발행이 2017년 16조원 가까이 순증했기 때문이죠. 이는 2008년 이후 9년 만에 최대 규모로,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배경으로 '가계대출 증가'로 분석했습니다.

이 탓인지 금융당국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간 예대율을 최대 20%까지 차등화한다'라는 제동을 걸었습니다. 가계대출 예대율은 90~95%로 낮춘 반면, 기업대출의 경우 105~110%까지 늘리는 방안이 검토된 것이죠.

KB국민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 각 사


즉, 금융권 가계대출을 기업대출로 돌리기 위한 '물길 바꾸기'에 나선 것입니다. 부동산에 쏠린 대출을 창업·벤처 등 생산적 부문으로 돌리기 위해 금융권 자본규제 전면 개편을 시행하는 것이죠.

이번 새로운 예대율 적용을 앞둔 시중은행들은 갑작스런 비상이 걸렸습니다. 새로운 규제에 따르면, 가계 대출 가중치는 15% 상향되는 반면 기업대출은 15% 낮추게 됩니다.

이는 현재 예대율 100%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대다수 은행들에게 새로운 규제를 적용한다면, 결과적으로 평균 예대율은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즉, 새로운 예대율을 맞추려면,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축은행도 규제 대상 '비상 걸린 은행권'

뿐만 아니라 이번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저축은행업권 예대율 규제 도입 등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저축은행들도 예대율 규제 대상으로 적용되면서 서민들 '금융소외' 현상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는 게 업계 관측입니다.

해당 법에 따르면, 대출 잔액 1000억원 이상 규모 저축은행들은 2020년부터 예대율을 110%, 2021년 이후엔 100% 이내로 유지해야 합니다. 

물론 저축은행 특유 운영방식을 감안해 예금 등에 대한 대출금 비율 규제를 신설했으나, 결국 시중은행 및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조합들만 적용됐던 예대율 규제가 내년부턴 저축은행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죠.

신 예대율 도입으로 가계대출 규모 축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서민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는 '금융소외'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는 시중은행도 예대율로 인해 '가계대출 감소' 압박을 받는 가운데, 저축은행들마저 가계대출을 줄일 경우 서민들 금융소외 현상은 보다 증대될 것이라 점입니다.

사실 시중은행들은 커버드본드(CB)나 유상증자 등 일반 여수신 이외에도 다양한 창구를 이용해 분모(전체 예금)을 늘릴 수 있습니다. 예대율 규제에도 대출 규모 감소를 피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시중은행과 달리, 분모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예수금밖에 없는 저축은행에게 예대율 규제는 그야말로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습니다. 유상증자를 꾀하는 방법도 있지만, 금융그룹 산하 혹은 규모가 큰 저축은행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죠.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들의 경우 예대율 분류상 높은 가중치가 측정되는 고금리대출 상품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부담감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자산건전성 관리를 위해 예대율 규제 방안을 제시했지만, 중소 저축은행 입장에선 예대율 때문에 대출 문을 좁힐 수가 있어 재무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결국 2021년 전후로 대다수 저축은행들이 대출 규모를 축소할 경우 기존 저축은행 고객들마저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금융소외 현상도 우려된다"라고 첨언한 것이죠.

비록 금융 소비자들에게는 대출 심사가 깐깐해지고 금리도 높아질 수도 있으나 '금융권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정부 의도는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기에 금융권도 신 예대율 규제에 무작정 한 숨만 내쉴 게 아니라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진퇴양난 난국에서도 돌파구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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