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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전 세계 휩쓴 신종플루…치료제 타미플루 내성 '첫 발생'

한국, 인구 대비 감염자 수 '8위'…내성 해결 후보물질 전임상 연구 · 임상개발' 착수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9.12.01 08:54:56
[프라임경제] '10년 전 오늘' 2009년 12월1일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을 일으킨 신종플루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날은 국내에서도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 사례가 처음 나왔는데요. 내성을 보인 남아는 타미플루 용량을 2배로 늘려 투여해 하루 만에 증상이 크게 호전됐죠. 그러나 같은 날 타미플루에 내성을 보인 1살 여아는 치료 중 사망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신종플루에 대한 신약 개발은 '진행중'인데요, 국내 연구진이 신종플루 치료제의 약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에 나선 단계입니다.

10년 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신종 인플루엔자'입니다. 신종 인플루엔자 '신종플루'는 2009년 3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발열, 기침 및 구토로 내원한 10세 소아의 비인두 흡입 검체에서 처음으로 검출됐습니다.

발견 초기에는 SI(Swine Influenza, 돼지 독감)와의 DNA 유사성 때문에 SI라고 불렀으나 WHO는 국가간 용어표기가 너무 혼란하고, 발병원인이 돼지가 아니라고 확정하게 돼 공식 표기를 변종 돼지 독감에서 인플루엔자 A로 변경했죠. 이 발표 후 국내 방송에서의 약칭은 신종플루로 표기됐습니다.

◆미국·멕시코에서 시작…한국 "전 세계 유행에도 무관심"

미국과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플루는 지구 반대편인 한국 땅에도 상륙했고 지역사회로 전파되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지만, 한국에서는 6월 초까지 국내의 자연발병자가 없다는 상황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전용 백신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한 달간 방치하게 되죠. 

그해 7월 한 달 동안 순식간에 감염자 수 2000명을 돌파하고, 2009년 8월15일, 한국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후 꾸준히 감염자와 사망자수가 늘어났죠. 특히 학교 등에서 집단발병이 증가하면서 환자 발생이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2009년 11월12일 수능고사장에서 마스크를 쓴 수험생들. ⓒ 연합뉴스


이 와중에 을지대학병원이 감염자의 치료를 직접적으로 거부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는데요. 10월에는 초등학생까지 신종플루로 사망하는 등 점점 급속도로 퍼져 휴교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11월3일 신종플루의 전염병 단계가 '심각'으로 상향조정됐습니다. 

당시는 201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름 앞두고 있던 시기라 불안은 더했는데요. 감염과 전파 등을 위한 대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코앞에 닥친 수능을 위해 학원에 가야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의 일부 학교는 고3 학생들에 한해 수능 다음날까지 부분 휴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신종플루 사망자 1만8500명…WHO, 41년 만에 대유행 선언

이러한 신종플루로 인해 214개국 이상에서 확진이 됐고 전 세계적으로 1만85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 신종플루 감염자는 약 76만명, 사망자는 총 270명에 이릅니다. 한국은 인구 대비 감염자 수로 전 세계 8위를 차지했죠. 

서울 한병원의 신종플루 진료소에서 신종플루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몰려있다. ⓒ 연합뉴스


앞서 WHO는 41년 만에 2009년 6월12일, 신종플루 경보를 대유행으로 선언했는데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생긴 새로운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공포를 심어준 것이죠.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2019년의 상황은 어떨까요? 신종플루 감염자와 사망자는 크게 줄었지만, 신종플루 치료제로 알려진 타미플루에 대한 약제 내성문제는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신종플루는 초기에 타미플루를 처방받으면 대부분 완치되는데요. 그러나 타미플루 투여로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며 타미플루가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게 된 것이죠.   

실제 2009년 12월1일 국내에서도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 사례가 처음 나왔는데요. 5세 남아는 타미플루 약제에 대한 내성 문제가 발생, 타미플루 처방을 두배로 늘리기도 했죠. 하지만 같은 날 1세 여아는 타미플루 내성 문제로 안타깝게 사망했습니다. 

◆2019년 '타미플루 약제 내성 문제 해결 후보물질 개발'

신종플루가 최초 발생한 2009년 4월으로부터 10년이 지난 2019년 4월 타미플루 약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이 개발됐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미현 박사팀이 국내 신약기업인 에스티팜과 공동으로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약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한 것인데요. 

후보물질은 에스티팜의 뉴클레오시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A형과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을 억제하는 것으로 회사측은 기존 타미플루의 약제내성과 조류 인플루엔자에 의한 인체 감염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 후보물질을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동물모델에 투여하자, 몸무게 감소가 현저히 줄어들고, 평균 생존일이 증가하는 등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는데요. 일부 생쥐는 몸무게가 정상으로 회복되기도 했습니다. 

에스티팜-한국화학연구원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 기술이전 협약 체결식에서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장(왼쪽)과 김경진 에스티팜 사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에스티팜


에스티팜은 한국화학연구원의 STP-4094에 대한 특허권과 기술, 공동 연구결과물을 모두 이전 받아 독자 개발에 착수했는데요.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는 "최근 타미플루 이후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는 혁신신약이 탄생할 수 있도록 이번에 기술이전 받은 후보물질에 대한 전임상 연구와 임상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신종플루 후보물질은 임상을 거쳐 상용화가 되기까지는 앞으로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하지만 후보물질 개발을 통해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신종플루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10년 전 우리는 안일한 대처와 자만심으로 수많은 생명을 지키지 못했는데요. 현재 타미플루 내성에 대한 개발에 착수하는 등 신종플루 극복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만큼, 2029년에는 새로운 신종플루 백신이 '보통의 감기약'처럼 상용화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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