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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주병에 붙은 '여성연예인' 이젠 떼내야

 

설소영 기자 | wwwssy@newsprime.co.kr | 2019.11.08 17:37:46

[프라임경제] '여성의 사회화 과정'이라는 명목 하에 소주광고에 방치됐던 여성 상품화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남성중심문화의 잔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음주 소비 조장 방지를 위해 술병 등 주류용기에 연예인 사진을 부착하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선, 검토한다고 밝혔다. 주류 광고 기준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 10조 내용을 수정, 소주병 등에 연예인 사진을 붙이지 못하게 한다는 것.

실제 주요 소주 용기에선 여성 연예인 얼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소주 브랜드 모델로 활동 중인 배우 겸 가수 수지는 환한 미소를 지은채 '부드럽게 쪽'이라는 로고 옆에서 소주잔을 들고 있다. 이 외에도 여자 아이돌그룹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은 어깨를 드러낸채 유혹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남인순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5일 국정감사에서 "실제 술병에 연예인 사진을 붙여 판매하고 있는 사례는 한국밖에 없다"며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들이 주류용기에 광고모델로 등장하는 것은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소한 술병 용기 자체에는 연예인을 기용한 홍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연예인들을 이용한 광고가 성 상품화라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주류업계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는 등 달라진 트랜드를 반영한 광고, 즉 성 상품화 논란과는 상관이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이처럼 '술과 여자'라는 남성 중심문화에서 기인한, 한국에만 국한된 주류광고의 이상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굳건히 주류병에 남아 있다.

주류업계 특히 소주업계에서 광고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 당시 참이슬이 출시되면서 소주 광고 전면에 여성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대를 대표하는 여성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다는 것은, 소주 소비층 상당수가 남자란 점을 고려한 주류업체 측 판단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진로는 최고 인기스타 이영애를 모델로 내세웠으며, 이후 박주미, 김정은, 김태희 등 청순하고 순수한 이미지의 모델들로 남성 소비자들을 공략하기도 했다.

소주라는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여성 톱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했다지만, '술과 여자'라는 잘못된 남성중심문화가 국내 사회 기저 속에 밑바탕됐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 진출과 더불어, 소주를 소비하는 고객층 역시 보다 다양해졌다. 문제는 이런 다양한 고객층을 타깃으로 각양각색의 소주가 출시되고 있지만, 유독 해당 광고는 제자리 걸음이라는 점이다. 여성 연예인의 '깨끗한' 이미지를 넘어 다양한 소비층을 겨냥할 수 있도록 마케팅 전략의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10조 별표 1 '광고의 기준'에는 주류 용기 관련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여성 연예인 사진 부착을 규제할 방법 또한 전무하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관련 규정 개선·검토로 소주병에 깃든 남성중심문화가 사라질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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