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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외로 떠난 20대① -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뉴질랜드를 향하다

"세상은 넓고,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변승주 청년기자 | jaysjsj3@gmail.com | 2019.06.13 09:18:19
[프라임경제] 20대 중반은 참 애매한 나이다. 우스갯소리로 '화석' 소리를 듣던 선배가 사회초년생이 되기도 한다. 다 비슷한 나이임에도 대학생·직장인·취준생 등 삶이 참 다양하다. 사실 새로운 길로 뛰어들자니 늦은 것 같고, 가던 길을 그대로 가자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애매하고 혼란스런 나이, 어떤 20대 중반은 해외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한국을 떠나 무엇을 경험했을까. 해외로 발을 옮겼던 20대 중반 세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약 1년간 시간을 보내고, 지난달 귀국한 박해인(25세, 가명) 씨다. 워킹홀리데이는 만 18~30세 청년들이 협정 체결 국가에서 체류하며 관광·취업·어학연수 등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제도다. 

과연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해 여행 명소로도 손꼽히는 뉴질랜드에서 박해인 씨가 어떤 1년을 보냈는지 들어보았다.

▲뉴질랜드로 떠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일단 영어권 가운데 가장 안전한 곳으로 첫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싶었어요. 뉴질랜드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로 많이 알려졌으며, 실제 다른 나라에 비해 인종차별이 적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뉴질랜드 여행도 하고 싶었죠.

▲실제 뉴질랜드가 안전했는지.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전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소리는 아니에요. 길에서 만취한 남자가 커터칼을 드르륵거리며 따라온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른 나라를 경험한 지인 얘기를 들어 보면 '내가 겪은 일들은 양호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호주에서 집단 구타를 당할 뻔한 친구도 있었고, 옆 건물에서 총격 사건을 겪었던 친구도 있었죠. 그에 비해 뉴질랜드는 상대적으로 치안도 좋고, 사람들도 대부분 친절해 살기 좋았어요.

네비스 스윙을 즐기는 박해인 씨. = 박해인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한 계기나 목표가 있었는지.

-큰 이유는 없었어요. 영어 공부나 해외 경험, 여행 등 거창한 말과 함께 떠났지만, 사실 아무 고민 없이 놀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웃음). 

그때 당시는 대학 생활과 동시에 취업 준비도 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죠. 특히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취업 준비를 해야 하니 고민만 쌓였었죠. 그러다 어차피 꿈도 없는 인생, 1년 동안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떠났어요. 목표도 없었죠.

▲뉴질랜드 생활에 대해 더 소개한다면.

-일단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털어 초기 3개월간 어학원을 다녔었어요. 하지만 현지에서 막상 한 공부는 술 공부였어요.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브라질·일본·중국·콜롬비아 등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만나 온갖 펍(Pub)이나 홈파티를 다니며 평생 마실 술을 다 마셨죠. 

학원에서 숙취로 엎드려 있으면, 선생님이 어느 펍을 다녀왔는지 물어볼 정도였어요. 이후에도 일하고 놀고, 여행가고 이 생활의 반복이었죠.

▲원래 영어가 능숙한 편이였나, 아니면 뉴질랜드에서 늘었는지.

-엄청 잘하진 않았지만, 못하지도 않았죠. 공인인증점수로 말하자면 워킹홀리데이 전에는 토익(Toeic) 900점, 다녀온 뒤 오픽(Opic) AL을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영어 실력을 늘리긴 보통 노력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일하면서 공부하기가 한국에서 어려운 것처럼 외국에서도 어렵거든요. 

영어를 못 하면 의사소통이 힘든 만큼 친구 사귀기도 어렵고, 잡(Job) 구하기도 힘들어요. 

차라리 워킹홀리데이보단 한국에서 학원 다니는 게 더 효율적이기도 하고요.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미국 및 영국 드라마를 많이 시청한 덕인지 의사소통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뉴질랜드에서는 어떤 일을 했는지.

-처음 3개월은 어학원을 다녀야 하니, 저녁에 가능한 직업 위주로 찾아야 했어요. 한국에서 여러 서비스직을 경험했던 만큼 서비스직 위주로 알아봤는데, 운 좋게 레스토랑에 금방 취직됐어요. 

거기서 칵테일 제조법도 배웠고, 단골손님들도 꽤 생겼었어요. 재밌었죠. 마감할 때 노래를 틀고 따라 부르면서 청소하고, 끝나면 다 같이 맥주를 마시러 가고.

그때 친해진 친구와는 같이 살기도 했어요. 어학원을 다 다닌 후에는 오전과 점심 모두 다른 레스토랑에서도 일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다 레스토랑에서의 경험밖에 없네요. 만약 제가 바리스타였다면 카페에서도 근무했을 텐데, 살짝 아쉽네요.

뉴질랜드 퀸즈타운에서의 박해인 씨. = 박해인 씨


▲여행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이곳저곳 많이 다녔죠. 가장 좋았던 곳은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퀸즈타운(Queenstown)이였어요. 맛있는 음식점도 많았던 관광도시로, 구경할 것도 많았죠.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네비스 스윙(Nevis Swing)'이에요. 협곡 사이에서 스윙을 타고 160m 정도 떨어지는 액티비티로, 그렇게 무섭지도 않고 굉장히 재밌었어요. 

이외에도 별이 쏟아지는 야경을 보고 싶다면 '테카포(Tekapo) 호수', 대자연을 보고 싶다면 '마운트쿡(Mt.Cook) 트래킹'을 추천해요.

▲전반적인 뉴질랜드 생활 만족도는 어땠는지.

-보통 워홀러(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들은 여행·영어·경험 등 큰 목표를 가지고 오는데, 제 목표는 딱 하나였어요. 하고 싶은 대로 살기. 

하고 싶은 일이 방에 누워있는 것이라면, 일하는 시간 외에는 계속 방에 누워있었어요. 또 여행을 가고 싶으면 돈을 모아 떠났으며, 술을 마시고 싶으면 마셨죠. 

거창한 목표가 없다보니 마음이 편해 행복했어요. 물론 힘든 일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매우 행복했던 1년이었어요.

▲뉴질랜드에서 힘들거나 어려웠던 것을 극복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힘들기보다는 짜증이 나는 일들이 많았어요. 인종차별이나 성희롱 같은 일들은 처음에나 힘들지 나중에는 짜증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주로 똑같이 돌려줬어요. 인종차별적인 말을 들으면 똑같이 돌려주고, 성희롱을 들으면 더한 말로 돌려줬죠. 그러면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 지금도 영어로 가장 빠르고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문장들은 다 욕이에요(웃음). 

다만 이 방법은 위험하니 추천하고 싶진 않아요. 주변에 도와줄 만한 사람이 많은 곳, 혹은 CCTV가 있을 법한 가게들 근처 아니면 똑같이 받아치진 못했어요. 

그리고 반박하지 않으면 모든 동양인 여성을 다 만만하게 볼 것 같더라고요. 위험함을 감수할 정도로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도 이겨냈고요.

▲워킹홀리데이가 어떤 영향을 끼쳤나.

-큰 변화는 없었어요. 재밌게 1년 놀다 왔다는 느낌이 더 커요.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는 걸 체감했죠. 예전 취업 준비할 땐 선택지가 다 한국 기업이었는데, 지금은 해외 취업이나 호주 워킹홀리데이도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생각보다 젊고, 배울 수 있는 일도 많았어요. 예를 들면 미래 직업으로 사무직만 생각했지만, 뉴질랜드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칵테일 제조법을 배우고.

국적이나 나이도 서로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에는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직업이 있고, 원하고 노력한다면 그 직업을 가질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20대, 특히 20대 중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20대 중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해라!'라고 하고 싶진 않아요. 굉장히 무책임한 말이니까요. 특히 나이가 취업에 중요한 한국에선 더더욱 무책임한 말이죠. 

그래서 저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을 다시 말하고 싶어요. 

세상은 넓고,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아요. 그러니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실패를 걱정해 포기하는 것과 이룰 수 있지만, 선택하지 않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죠. 또 그 차이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존감에도 영향을 주니까요.


*해당 인터뷰는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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