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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정지보다 무서운 것

 

[프라임경제] 국내 대표적인 바이오시밀러 기업이자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15일 분식회계 가능성으로 인하여 거래정지를 당했다. 시가총액 22조가 넘는 코스피 8위의 대형 상장 기업의 거래정지는 충격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요 사업모델은 위탁 생산인 CMO이다. 다수의 제약사로부터 생산 물량을 주문 받아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 원가 경쟁력과 설비 경쟁력은 CMO 사업에 있어 핵심 경쟁력이다. 위탁을 받아 생산하는 만큼 고객사의 마진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자체 영업 대비 수익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으나, 삼성이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규모의 경제로 인해 해당 사업은 매우 유망하고 경쟁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팜 입장에서는 생산성만을 고려하여 위탁 생산업체를 선정하지는 않는다. 바이오팜들은 생산성과 생산 기술 뿐만 아니라, 일선에 있는 병원과 의사들에게 적절하게 유통할 수 있는 유통망과 노하우를 적절하게 고려하여 CMO 업체를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독자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강력한 유통망을 구축한 업체들과의 컨소시엄 형태로 유망한 바이오팜의 신약물질에 대한 생산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미 셀트리온이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CMO 산업은 바이오시밀러보다 마진이 박한 산업이다.

베네팔리 관련 자료. ⓒ 블랙버드 파트너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력 제품은 엔브릴의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다. 베네팔리는 18.1Q를 기준으로 유럽시장에서 점유율과 매출액이 정체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추세다.

거기에 산도스의 바이오시밀러 경쟁제품이 이미 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곧 First-Mover의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유럽시장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부분의 제품을 셀트리온 보다 한발 늦게 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에 First-Mover의 지위를 누리지도 못하고 있고, 셀트리온의 시밀러 제품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납품을 해야 하는 사면초가인 상황에 있다.

또 다른 성장 축인 CMO 산업 역시 경쟁사들에 비해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많은 이들이 주장하는 삼성이 가진 장점인 삼성 특유의 치킨게임 역시 CMO 산업 구조상 성립이 불가하다.

반도체 산업과 CMO 산업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산업이다. 초기 대규모의 투자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공통점이지만 초기 투자 이후에도 상당한 자본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반도체 산업과 달리 CMO 산업은 초기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이후에는 그것을 운용할 소수의 인력과 반도체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폭의 자본투자가 요구된다. 

CMO 산업은 반도체 산업과 같이 필연적으로 시장이 과점화가 이루어져 소수플레이어들이 공급량 조절이 가능한 시장이 아니라, 다수의 플레이어가 가격을 비롯한 공장의 위치, 유통 방법, 영업망, 전략적인 선택 등의 요소를 가지고 경쟁하는 스마트 폰 산업과 같은 경쟁이 심한 산업이 될 것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CMO산업과 바이오시밀러 산업에 대해 무작정인 장미 빛 전망과 ‘삼성’이라고 하면 모든 가능 할 것 단순한 희망이 섞인 바람이야 말로,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정지보다 더욱 위험한 것이 아닐까?

김주한 한양대학교 연구원·인터넷카페 블랙버드 파트너스 공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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