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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 '위기 딛고 명품으로 날갯짓'

스마트는 업, 진료비는 다운...'환자우선' 병원 선포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8.08.22 23:14:03

[프라임경제] "저희 의학원은 국가방사선진료센터 본부격으로 군대로 치면 '수색대대'와 같은 곳입니다."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 '판도라'는 예고 없이 찾아온 초유의 재난사태 앞에 국가전체가 혼란에 빠져 믿고 있던 컨트롤타워마저 흔들리며 대재앙에 직면한다. 

방사능유출 공포는  점차 극에 달하고 결국 위기에 빠진 국가를 구하기 위해 목숨 걸고 나선 것은 군인도 정치인도 아닌 원전노동자들이다. 

그리고 출정에 나서기까지 피폭된 이들 곁에는 생사를 함께 하며 헌신한 의료진들이 있었다. 그들도 이미 방사능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판도라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바로 '희망'이었고, 영화는 이들의 '희생'을 소재로 감동을 전했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전경. ⓒ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이 땅에서 결코 일어나선 안 될 끔찍한 재앙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내야 하는 사명을 띤 국가재난의료기관이다. 이곳 의료진들은 원전사고에 있어 누구보다 많은 지식과 위기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

박상일 신임 의학원장에게는 자칫 피폭 노출을 걱정했던 간담 서늘한 과거가 있다. 불과 3년 전 북한이 사이버테러 공격대상으로 고리원전 전산시스템을 겨냥한다는 소문이 일 때다.

의료진 모두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만일에 있을지 모를 긴급 상황에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고리원전 인근에서 피폭이 의심되는 네 명의 환자가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자 의료진은 일순간 경악했고 두려움에 떨어야했다.

박 원장은 "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긴박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이내 냉정을 되찾고 매뉴얼에 따라 외부와 격리된 병실로 환자를 이송 간호사 등 주변을 물리고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 등 의사로서의 의무를 다했다.

다행히도 이날의 소동은 피폭이 아닌 원전 인근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로 밝혀지면서 한바탕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보다 더 아찔한 순간은 없었을 터.

의학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로 피폭에 대비한 연구와 더불어 병원, 암 연구, 방사선비상진료센터 등 앞선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꿈의 암치료'라 불리는 중입자가속기 서울대병원 치료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 돼 암특화전문의학원으로서 입지도 굳혀가고 있다.

최근엔 종합검진센터와 스포츠의학과를 비롯해 소화기내과,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분야로 연구영역을 확대하고, 부산·울산지역 거점병원으로 자리매김, 유수의 대형종합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로 개원 8년 째. 정부의 든든한 지원 아래 외형적으로는 가시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전 의학원장이 임상시험으로 구설수에 휘말려 퇴진하는가 하면, 국내 유일의 의사노조 설립으로 내부적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와 함께 전 운영진과 현체제사이에 기득권 다툼은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빠른 외연확장으로 인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박상일 원장(5대)을 만나 그의 포부와 비전을 들어 보았다.

박상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원장(5대). ⓒ 프라임경제

- 비교적 젊은 나이(48)에 의학원장이 됐는데 취임 소감은?

▲ 훌륭하신 선배님들도 많이 계신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부산 출신으로 본원인 한국원자력의학원(서울)에서 8년간 근무했고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개원 준비단에 참여해 지금까지 9년째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의학원에서 의사노조가 출범하여 복수노조가 되는 등 내부적으로 갈등이 많았다. 무엇보다 조직 안정이 최우선이라 여겨 의학원장직에 도전했고 젊은 나이에 직을 맡게 되었다.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소통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경험이 부족한 점은 발로 뛰면서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할 계획이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 알고 있다. 기관소개를 간략히 해달라.

▲ 의학원은 병원과 연구센터, 방사선비상진료센터로 이뤄졌다. 2010년 개원 이후 방사선의학 연구와 암 진단 및 치료에 집중해 왔고, 암 치료에 강점이 있다.

최근 공공기관들이 역할과 책임(R&R)을 강조함에 따라, 한국원자력의학원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과학기술특성화 병원'으로 역할을 정립했다. 지역 대학병원과 과학기술교육기관(카이스트, 유니스트) 등과 연계하고 지역 바이오기업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겠다.

또 원전이 인근한 지역적 특성과 탈원전시대를 맞아 방사선비상진료센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원전 해체작업 중 발생할 피폭사고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작업자와 지역민의 안전을 위해 정밀한 진단과 관리가 필수다. 해체사업의 주체가 누구든지 간에 이 과정 중 생길 수 있는 피폭 안전사고 대비는 의학원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주어진 역할이 있다고 본다. 향후 2년간 병원분야 운영 계획은?

▲ 신포괄수가제시범사업 참여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확대 등을 통해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에 적극 동참하며 국민을 섬기는 공공의료기관으로 거듭나겠다.

신포괄수가제란 입원 기간 동안 발생한 입원료, 처치료 등 진료에 필요한 기본 서비스는 포괄수가에 묶고, 의사의 수술·시술 등은 행위별로 보상하는 진료비 지불제도이다.

그동안 비교적 단순한 외과수술에만 적용됐지만, 신포괄수가제는 암환자 등 복잡한 질환까지 포함시켜 더 많은 입원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 신포괄수가제 시행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 입원환자에게 표준화된 진료를 제공하여 과잉진료를 예방하고, 환자에게 더 넓은 건강보험 혜택이 제공된다. 특히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일부 고가 항암제 등 비급여 항목이 포괄영역에 포함돼 진료비 부담이 줄어들고, 의료의 질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에서는 부산시의료원(2011년)에 이어 본 의학원이 두 번째로 시행하는 병원이며 몇몇 사립병원들이 2019년 1월 시행 예정이다.

박상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원장(5대). ⓒ 프라임경제

-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란?

▲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병동보조인력 인원이 입원환자를 24시간 돌봄으로서 따로 간병인을 두거나 보호자가 환자를 돌보지 않아도 된다. 간병료는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하루에 7~8만원 정도 환자가 부담해 왔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통해 다인실 기준 기존 입원료에 하루에 1만원 정도를 추가 부담하면 돼 환자 및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또 병원 내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고 국가방역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장점도 있다.

- 지역에 뿌리를 둔 공공기관이다. 지역민을 위한 역할은?

▲ 지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필요한 진료시스템을 보완하여 지역 종합병원이자 암센터로서 역할을 다하겠다. 기장군 울주군 등 원자력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을 위해서 군의 지원을 받아 건강검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암 치료 전문기관으로 모든 응급 환자 치료에는 한계가 있지만, 1차 응급치료를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인력과 시스템을 확충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라돈 침대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생활방사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의학원이 고리원전 주변 지역에 있는 만큼 생활방사선 연구를 강화하고자 한다.

- 꿈의 암치료로 알려진 중입자가속기 치료 진행은?

▲ 서울대병원 중입자가속기 치료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앞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방문해 서울대병원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협력을 강조했다. 부산지역 대학병원과 연계한 협력시스템을 구축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2023년부터 암 환자 치료에 들어가면 부산시와 기장군 의료관광사업과 연계해 협력해 나갈 것이다. 중입자가속기를 포함하여 특수방사선치료 등 다른 병원에 없는 장비를 활용하여 최첨단 치료가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 기관 운영을 위한 경영 철학이 있다면?

▲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조직의 안정과 조직원들이 공통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다. 병원과 연구센터를 운영하는 의학원 특성상 다양한 직종이 있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여 기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겠다.

2년 임기를 마칠 때 구성원들이 상호 소통하고 협조하는 기관문화로 정착해나가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젊은 만큼 권위없이 가장 낮은 자세로 대화하고 설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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