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장범석의 라멘기행] 라멘 전시장 토쿄편 ② '간코 라멘' 

"라멘은 국민식, 라멘을 알면 일본이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8.04.25 11:00:09

[프라임경제] 신쥬쿠(新宿)구 요츠야산쵸메(四谷三丁目)역 근처 뒷골목에 위치한 간코 라멘 총본산. 주방을 마주한 좌석이 일곱개로 40여개 계열점을 거느린 종가치고는 장소가 외지고 규모가 작은 편이다. 영업일이면 입구에서 스마트폰을 뒤적이며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

악마 라멘. ⓒ nextstage.basicinc.jp

간코 라멘은 소뼈와 어패류를 동시에 넣고 우려낸 스프를 사용한다. 먼저 다시를 뽑은 후 타레를 혼합하는 일반 라멘 스프와는 추출 방식이 다르다.

라멘의 종류는 '죠힌(上品)'과 '게힌(下品)' 두 가지다. 음식 이름을 상품과 하품으로 부르는 예는 아마도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일반적 장르로 분류하면 진한 쇼유 라멘계통이다.

'지유가오카(자유의 언덕)'로 불리는 상품은 순하고 맛이 담백한 정통 토쿄 라멘이다. 투명하고 품격 있는 스프를 지유가오카 거리의 낭만적 이미지에 빗댄 것이라 한다.

반면 하품의 스프는 탁하고 어패류 향이 짙다. 농도에 따라 100→하품→악마로 구분하는데 처음 가는 사람은 100을 권유 받는다. 위 등급은 스프와 챠슈의 짠 맛이 강렬해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품의 기본이 되는 100은 타레(소스)를 섞지 않고 재료만으로 맛을 낸 완전한 스프라는 의미다. 재밌는 것은 스프의 완성도에 따라 120이 되고 140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수치는 이에모토(家元, 종주)인 이치죠·야스유키(一条安雪)가 그때그때 정한다. 100이 넘는 스프가 나왔을 때 그는 한 마디 덧붙인다. 오늘 맛은 잊으시라고. 안 그러면 다른 날 먹기가 싫어질 테니 기억에서 지우라는 것이다. 영업시간 내내 그는 끊임없이 스프와 씨름한다.

가격은 2018년 현재 ¥800. 토핑이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가격이 내려간다. 최종적으로 파만 올라가는 단계에서는 ¥400을 받는다. 일·공휴일 해산물 스페셜은 ¥1000~1500 정도다.

뭐니 뭐니 해도 간코 라멘의 하이라이트는 일명 '필로폰'으로 불리는 악마다. 매주 한번씩 3회를 연속으로 먹어야 비로소 맛을 알 수 있다는 라멘이다. 한 번 빠지면 악마에 영혼을 판 것처럼 몸과 마음이 그 맛만을 갈구한다는 데서 그 이름이 붙었다.

요리의 핵심은 스프를 만들 때 통상보다 재료를 두 배, 물을 1/2로 잡고 강한 불로 우려내는 데 있다. 챠슈는 생강과 함께 간장에 숙성시킨 것을 사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라멘은 바다와 땅의 향취가 농축된 신비한 맛이 된다. 악마를 먹을 때는 날계란이나 밥을 가져와 함께 먹는 것도 허용된다. 잘하면 무료 후리카케나 반찬이 나올 수도 있다. 특이한 것은 악마를 먹고 난 후에도 갈증을 거의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치죠는 1983년 신쥬쿠의 와세다대학 근처에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라멘으로 전문점을 차렸다. 1개월 만에 입소문을 타고 1일 150그릇을 파는 번성점이 되지만 3년 만에 문을 닫는다. 선천적으로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재개를 요구하는 청원서명을 하는 등 단골들의 성화로 다시 문을 연다.

이번에는 사람이 많이 들지 않도록 외관을 검은 카본지로 도배하고 회원만 들어 올 수 있도록 했다. 회원이 영업 중임을 알 수 있도록 입구에 노렌(포렴)대신 소 다리뼈를 늘어뜨렸다. 그러나 3년 후 회원이 2만명에 달하자 회원제는 유명무실해진다. 그는 이후에도 제자에게 점포를 맡기고 무협지 주인공처럼 홀연히 떠나곤 했다. 현재 점포는 제자와 함께 2011년 8번째로 문을 연 곳이다.

소뼈로 노렌을 대신하는 간코의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총본산은 다리 뼈 대신 문 위에 두개골을 걸어 놓았다. 안구 부분에 전등이 켜 있으면 영업 중이라는 시그널이다.

간코 라멘은 그가 주방을 지키고 있는 곳이 총본산이다. 영업은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한다. 금·토요일은 휴무고 컨디션이 나쁘거나 스프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날도 쉰다. 따라서 이곳에 갈 때는 매일 저녁 업데이트되는 블로그를 확인해야 한다.

"내일 스페셜은 소라 10㎏(사진첨부)스프. 싸게 샀으니 1000원으로 합니다. 평소처럼 스프가 떨어지면 마감. 상품 스프가 남아도 종료합니다. 체력과 기력이 전 같지 않군요. 젊게 보여도 벌써 71세. 하지만 좀 더 버틸 겁니다. 아침 9시까지 오면 소라 실물을 볼 수 있어요."

다음 날 스페셜 메뉴를 소개하는 2018년 4월 어느 날의 블로그다. 모든 것을 고객과 공유하는 거장의 내면을 읽을 수 있다. 누가 이런 점포를 외면할 수 있겠는가?

간코는 우리말 완고(頑固), 즉 융통성이 없고 고집에 세다는 뜻이다. 30년 넘게 자신만의 조리법을 고수하고 있는 이치죠의 신념을 함축한듯하다. 사람들은 그가 보여주는 새로운 라멘의 세계를 '이치죠류 간코'라 부른다.

◆ 명소소개(상업지역)

△록폰기(六本木)
미나토구 북부에 위치한 신흥 개발구역. 각국 대사관과 미군 헬기장이 있고 고급 주택 밀집. 랜드마크인 록폰기 힐즈(일명 모리타워)는 17년 공사를 거쳐 2003년 오픈. TV아사히·영화관·호텔·고급아파트·복합 상업시설 등이 입주. 53층 현대미술관과 54층 옥상전망대(오픈에어)가 유명. 주변 45층 이즈미(泉)가든타워도 볼거리. 지명은 소나무 6그루가 있던 곳에서 유래(6영주의 저택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주변 역은 메트로 록폰기역, 록폰기잇쵸메역.

△아키하바라(秋葉原)
치요다(千代田)구 JR 아키하바라역 주변에 형성된 상업지역. 2차 대전 후 암거래 시장에서 출발. 일본의 경제성장과 함께 전자제품 및 소프트웨어를 취급하는 세계적 점문상가로 변신. 오사카의 니혼바시(日本橋)·나고야의 오스(大須)와 더불어 일본 3대 전자상가 중 하나. 무선기기·영상음향기기·파칭코기기·PC의 중고 분야는 독보적.

△아메야요코쵸(アメヤ横丁)
'아메요코' 또는 '우에노(上野) 아메요코'로 불리는 재래시장. JR 오카치마치(御徒町)와 우에노 역 사이의 고가 아래 및 서측에 400개 점포 밀집한 상점가. 종전 후 설탕이 귀했을 때 고구마 엿(아메)을 팔던 곳, 또는 미군이 방출한 물자를 팔 던 곳이라는 데서 지명 유래. 생선·건어물·의류·잡화·보석 업종이 주종. 명절 전 쇼핑 시민들로 인산인해. 상인이 쉰 목소리를 내며 은근히 호객하는 참치나 연어는 가격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JR 신쥬쿠(新宿)역 주변
사방으로 역을 둘러싸고 있는 일본 최대의 번화가. 2013년 1일 역 이용자 335만(도보권의 역 포함 418만)으로 세계 1위(기네스북 등재). '동측' 유명 백화점·전문점·요정과 음식점·주점 밀집. '서측' 1970년경부터 부도심으로 개발된 초고층 오피스 밀집. 1991년 토쿄도청 이전 후 신도심으로 불리기도. '북측' 음식점과 호텔이 즐비한 동양 최대의 환락가 가부키쵸가 위치. 한국인과 중국인 등 외국인 많이 거주 '남측' 1990년대 말부터 가장 늦게 개발되기 시작. 역과 보도교로 연결되는 '타카시마야(高島屋) 타임즈 스퀘어'가 랜드 마크.

△츠키지(築地) 시장
세계 최대 도매시장(수산물 일본 최대, 청과물 토쿄 2위), 츠케모노(일본김치)·두부·콩나물·냉동식품도 취급. 1935년 관동대지진으로 니혼바시 주변 어시장들이 해군성 소유지를 빌려 임시시장 개설 후 1935년 지금 자리로 이전. 7명의 도매업자와 중개인 1천명이 경매. 소매상과 가격협상 불가. 일반인 견학은 5시 25분부터 60명씩 2회(5시부터 접수, 일·공휴일 휴업), 번화가 긴자(銀座)와 1㎞ 거리. 2018년 11월 코토구 토요스(豊洲)로 이전 예정. '주변 역' 메트로 츠키치시장역, 츠키치역, 동(東)긴자역, 신토미쵸(新富町)역.

△긴자(銀座)
토쿄의 전통적 번화가로 토쿄역 근처 츄오(中央)구에 위치. 긴자는 고급 상점가 이미지로 세계적 인지도 높음. 지역명이 브랜드가 된 대표적 사례. 일본 각지에도 '○○긴자'로 불리는 상점가 많음. 에도시대 시타마치(성 밖 마을)중 하나로 은(銀)화폐 주조소가 있던 곳.

1970년대부터 번화가 중심이 시부야·하라쥬쿠·신쥬쿠로 이동하며 분위기 많이 쇠퇴. 1990년대 후반부터 도심 재개발 붐이 일고 해외 고급 브랜드가 들어와 활기 되찾기 시작. 2010년대 들어 싹쓸이 쇼핑 즐기는 중국관광객 위한 면세 상점 증가.                   

장범석 푸드칼럼니스트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