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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라멘기행] 삿포로의 발명품 '미소 라멘'  

"라멘은 국민식, 라멘을 알면 일본이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8.04.05 10:44:30

[프라임경제]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홋카이도의 현관 삿포로. 라멘대국 일본에서도 홋카이도는 토쿄와 함께 라멘문화를 선도하는 양대 산맥이다. 그 중에서도 홋카이도의 중심 삿포로는 라멘의 걸작 미소(된장 맛)를 탄생시킨 곳으로 라멘 역사에서 각별한 위치를 갖는다.

아지노산페 미소라멘. ⓒ 아지노산페 홈페이지

삿포로에 공식적으로 라멘이 등장한 것은 1922년이다. 홋카이도대학 앞 식당 타케야(竹家)의 중국인 요리사가 일본인 입맛에 맞게 개발한 중국풍 면 요리가 그 효시다.

닭 뼈와 어패류를 우려낸 맑은 시오 스프에 돼지고기와 파를 고명으로 올렸고, 중화요리점과 킷사텐(차와 가벼운 요리를 파는 곳)에서 사이드메뉴 성격으로 제공됐다.

그 후 1945년 종전 후 만주에서 귀향한 사람들이 돼지 뼈(톤코츠)를 이용해 새로운 다시를 만들기 시작하며 스프가 진해지고, 독립된 전문점이 나타난다. 맛도 토쿄에서 유행하는 쇼유(간장 맛)로 바뀌었다.

1951년에는 류호(龍鳳)・다루마켄 같은 인기 업소를 중심으로 홋카이도 최대 유흥가 스스키노에 '라멘 요코쵸(뒷골목)'를 형성한다. 처음 8곳이었던 것이 지금은 나중에 생긴 신요코쵸를 합쳐 20여곳에 이른다.

오늘날 일본 라멘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미소라멘은 한 라멘 집 점주 오미야(大宮)에 의해 개발된다. 만주에서 철도기관사로 근무했던 그는 귀국 후 우동 야타이(포장마차)를 한다. 그때 인근에서 라멘을 팔던 류호 점주의 권유로 라멘업계에 입문한다.

그 후 오미야는 친구가 만들어준 아지노산페(味の三平)라는 상호를 걸고 이번에는 라멘 야타이를 시작한다. 평소 된장이 건강에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1963년(1961년이라는 설도 있음) 미소라멘을 정식 메뉴로 내놓는다.

그때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메뉴에 대중의 호평이 이어지고 미소라멘은 순식간에 삿포로를 대표하는 라멘이 된다. 백화점 시연행사 등을 통해 전국 지명도가 올라가자 인스턴트 버전도 나온다. 1968년 산요식품이 출시한 '삿포로 이치반 미소'는 돌풍을 일으키며 50년 동안 스테디셀러로 군림한다. 미소라멘은 라멘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삿포로 라멘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월이 흘러 아지노산페 창업자는 세상을 떠났지만 아들이 대를 이어 원조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라멘에 밥을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도 이 점포로 알려져 있다. 위치는 지하철 오도오리(大通り)역 근처다.

삿포로 라멘을 가리켜 '추위가 최대 향신료'라는 표현을 쓴다. 추운 지방에 최적화된 음식이라는 의미다. 이 지방 라멘의 토핑은 소위 '삿포로류'라 부르는 방식으로 조리된다. 토핑을 따로 볶아 면 위에 올리는 다른 지역과 달리 토핑을 볶는 도중 스프를 붓고 끓여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프에 마늘과 야채 풍미가 배어든다. 추운 겨울 삿포로에서 만나는 미소라멘은 온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마지막까지 식지 않도록 스프에 라드가 충분히 띄워져 있다.

삿포로의 모든 라멘은 대부분 숙성된 '치지레(꼬불꼬불)'면을 사용함으로 퍼짐 현상이 거의 없고 식감이 쫄깃하다. 면 사이즈는 일본 라면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JIS(일본공업규격) 22번(직경1.36㎜)이다.

◆삿포로시 소개

삿포로는 일본 최북단 섬 홋카이도(北海道)의 최대 도시다. 서울보다 약간 넓고 홍콩과 비슷한 면적(1121㎢)에 195만의 인구가 살고 있다. 2010년 대전광역시와 자매도시 제휴를 맺었고 츄오(中央)구에 한국총영사관이 있다.

이 지역은 에도시대까지 쌀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이유로 불모지 취급을 받으며 국토로서 존재감이 미미했다. 막부직할 행정단위로 섬의 초입 마츠마에군(松前郡)에 한(藩)을 두고는 있었지만, 러시아를 경계하고 주변 어장을 관리하는 정도였다.

세계사의 흐름이 요동치던 1869년, 새롭게 들어선 메이지 정부는 러시아의 남하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삿포로를 거점으로 섬 전체를 대대적으로 개조하기 시작한다. 1873년 하코다테~삿포로 간 철도를 부설하고 1883년 도청사를 완공했다. 섬 이름이 '에조치(아이누가 사는 곳)'에서 홋카이도로 바뀐 것도 이 무렵이다.

삿포로가 거대도시로 변모한 것은 1950~197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는 동안 도시집중 현상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도내 석탄 산업이 급격히 쇠퇴한 것도 인구증가에 영향을 줬다. 1970년 등록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증가세가 이어져 수 년 내 200만 도시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삿포로는 1972년 아시아 최초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다. 올림픽 이후에도 각종 국제행사를 꾸준히 유치해 연간 관광객이 1300만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두 번째로 2026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분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삿포로는 눈과 얼음의 고장이다. 연간 적설량이 5m에 이를 정도로 눈이 많이 쌓인다. 이러한 기후 조건을 배경으로 매년 2월초 '유키마츠리(눈 축제)'를 연다. 1주일간 지속되는 이 대회는 국내외에서 2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홋카이도 최대의 이벤트다.

행사에 전시되는 설상을 제작하기 위해 가을부터 조직이 꾸려지고 육상자위대까지 지원에 나선다. 작품에 사용하는 눈은 불순물이 섞이지 않도록 시 외곽의 농원·공원·항구의 것을 채취한다. 강설량이 부족했던 2007년에는 헬리콥터가 동원되기도 했다. 축제에 사용되는 눈의 양은 5톤 트럭 6000대 분이나 된다고 한다. 삿포로의 눈 축제는 캐나다 퀘벡, 중국 하얼빈과 함께 세계 3대 겨울축제의 하나로 꼽힌다.

삿포로가 자랑하는 또 다른 명품이 삿포로 맥주다. 이 맥주는 일본인 최초 독일에서 양조기술을 익힌 나카가와·세베의 지도로 1876년 첫 제품이 나왔다. 삿포로는 연평균 기온이 낮아 호프와 보리 재배가 수월하고, 맥주를 저온 숙성시키는 데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삿포로 맥주의 대표 브랜드 '에비스(YEBISU)'는 대량생산 설비가 완공된 1890년 1호 제품이 출시된 이래 국내외에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아사히·기린·산토리 등 일본 4대 맥주 중 역사가 가장 길다.

삿포로라는 지명은 '건조하고 크다'는 아이누어에서 유래한다. 겨울철 강물이 바닥을 드러내는 황량한 대지를 의미한다.

◆주요 명소

△오도리(大通り) 공원
시내 중심부에 위치, 동서1.5㎞·폭105m 규모·약 2만 5000평, 눈·라일락 축제 등 각종행사 장소로 활용, 수목 92종 4700그루, 1871년 관과 민의 지역구획 및 화재방지 목적으로 조성.

△아이누 문화교류센터
아이누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전승 목적으로 2003년 개관, 당시 생활도구 약 200점 영상전시, 전통가옥·곡물창고·곰 사육사 등이 옥외 전시.

△삿포로맥주 박물관
일본 유일 맥주박물관, 1888년 건립 후 1965년까지 맥주공장으로 가동한 붉은 벽돌 건물과 굴뚝이 상징물, 관내는 무료입장이지만 맥주시음은 유료.(¥500 유료입장 시 1잔 무료)

△500m 미술관
지하철 오도리 역과 버스터미널 역을 지하로 연결한 공간에 설치된 미술관, 2011년 11월 무료 상설전시관으로 오픈, 일본 최장 갤러리, 07:00~22:30분 개방, 연중무휴.

△삿포로 돔
2001년 개장한 세계최초 축구·야구 겸용경기장, 2002 한일 월드컵 구장의 하나, 프로축구 홋카이도 콘사드레·프로야구 일본 햄의 본거지 구장, 경기장 교체장면 유료견학 가능.(¥1050)

△유리가하라(百合が原) 공원
내한성 식물 3500종, 백합 70종 재배, 일본 정원 외 중국·독일·폴란드 정원 조성, 1971 기종 개척 기념관을 보수 확장개관, 파크골프장과 게이트볼 코스, 원내 일주 협궤열차 운행.

장범석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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