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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라멘기행] 천하의 부엌, 오사카 '킨류 라멘'  

"라멘은 국민식, 라멘 알면 일본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8.03.27 15:40:19

[프라임경제] 오사카 남쪽 번화가 도톤보리(道頓堀)에 위치한 킨류(金龍)라멘. 지하철 미도스지(御堂筋)선 난바(難波)역과 니혼바시(日本橋)역 500m 사이에 5개 체인점이 있다.

중국풍 붉은 외관에 생동감 있는 용의 오브제 간판이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이곳 라멘이 유명한 것은 맛도 맛이지만 김치와 밥이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사소한 반찬 한 가지에도 가격이 매겨 있는 일본에서 드물게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킨류라멘. ⓒ hotpepper.jp

메뉴는 톤코츠 쇼유라멘 한 가지. '챠슈멘'이라는 별도 메뉴가 있기는 하지만 토핑으로 올라가는 챠슈의 양에 차이가 있을 뿐 다른 것은 보통 라멘과 같다. 

가격은 10년 넘게 600엔(챠슈멘은 900엔)이다. 미심쩍은 생각이 들기 마련인 '오모리(곱빼기)'가 이곳에는 없다. 

자판기에서 구입한 식권을 내고 5분 정도 기다리면 챠슈 두 쪽에 송송 썬 대파가 세팅된 라멘이 나온다.

처음에는 어딘가 좀 허전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주방 카운터에 놓인 반찬을 조합하면 분위기가 금방 버라이어티 해진다. 적당히 숙성된 배추김치와 니라(부추)겉절이, 다진 마늘. 이들 3총사 중 무엇 하나 라멘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 

이들을 1회용 그릇에 덜어 먹어도 되지만 처음부터 국물에 풀어 얼큰하고 칼칼한 맛을 즐겨도 된다.

오사카를 흔히 '천하의 부엌'이라 한다. 세토(瀬戸)내해의 풍부한 수산물과 주변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야채가 다양한 먹거리의 원천이다. 

우동스키・샤브샤브・스시(오사카즈시)・카이세키(懐石)・캇포(割烹) 등 일본을 대표하는 많은 요리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오사카 식문화를 표현할 때 '쿠이다오레(食い倒れ)'라는 말을 사용한다. 먹다 재산을 탕진할 만큼 맛있는 요리가 끝이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오사카에서도 라멘은 예외다. 인구 10만명당 라멘 집이 13.6개로 전국 최하위권이다. 밀집도가 가장 높은 야마카타현의 5분의 1, 같은 대도시 토쿄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経済)신문은 그 이유를 "다시마 국물 맛에 익숙한 오사카 사람들에게 라멘 국물은 어딘지 좀 허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같은 금액으로 즐길 수 있는 요리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에서 라멘은 밤늦게 술을 마신 주당들이 귀가 전 야타이(포장마차)에서 마무리로 먹는 간식 이미지가 강하다. 술집이 많기로 유명한 오사카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렇듯 불리한 환경에 킨류는 1982년 도전장을 내민다. 

그때까지 오사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톤코츠 스프를 도입하고 토핑을 최소화 했다. 그 대신 고객이 김치와 부추무침, 다진 마늘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했다. 

주요 고객이었던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들의 기호를 배려해 지방성분도 대폭 낮췄다. 소문이 이어지며 점포 앞에 행렬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맛있게 싸게 빠르게'라는 전략이 뒷받침됐기 때문.

킨류의 객석은 라멘점의 전유물처럼 인식되고 있는 카운터 방식이 아니다. 객장 타타미(일본식 돗자리)에 놓인 4인 상에서 편안히 먹을 수 있는 구조다. 

다만 난바역 근처의 미도스지 점에는 이런 시설이 없다. 10석 될까 말까한 입식 카운터가 공식적으로 먹을 수 있는 공간의 전부다. 다른 점포와 달리 밥도 제공되지 않는다. 소위 '타치구이(서서 먹음)' 점포인 셈이다. 

그래도 단골들은 개의치 않고 카운터 앞 줄 뒤에 2~3중으로 늘어서서 라멘을 먹는다. 이 줄마저 넘치면 도로 옆 화단에 무단으로 판을 벌리는 사람도 나타난다. 한국 영사관과 도로를 마주한 이곳에서 매일 반복되는 풍경이다. 

이하 지역·명소 소개.

◆오사카 소개

오사카(大阪)하면 좁은 의미로 오사카시를, 넓게는 오사카부(大阪府)를 가리킨다. 광역자치단체에 해당하는 오사카부에는 각급 시 등 43개 자치단체가 있고 이를 총괄하는 부(府)청사가 오사카시에 있다.

오사카라는 지명은 15C말 전국시대 문헌에 처음 나타난다. 당시에는 '大坂'표기가 일반적이었지만, '坂'이라는 글자가 땅(土)에 거스른다(反) 즉, 반역의 기운이 있다 해서 에도시대 말기부터 '阪'으로 바꿔 쓰기 시작했다. 두 글자 모두 음독(音讀) 발음이 같다.

오사카는 고대국가가 성립하던 6~8세기 나라(奈良)의 수도로 번영을 구가했다. 정치의 중심이 쿄토(京都)로 바뀐 후에도 전국 인재와 물자가 집결하는 수상교통의 요충지였다. 

메이지유신 이후 섬유산업을 통해 일본 근대화를 이끌며 유수의 기업군 미츠비시와 스미토모를 길러낸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도쿄에 이어 일본 제2의 도시가 되었지만, 1950~70년대 고도 성장기에는 10대 재벌 중 7곳의 본사가 오사카에 있을 정도로 일본 경제의 중추를 담당했다.

오사카를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토요토미・히데요시와 오사카성이다. 오다・노부나가에 이어 천하를 장악한 히데요시가 통치의 본거지로 삼은 곳이 오사카성이다. 당시 위용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화려했다.

일본・중국・인도를 통 털어 견줄 존재가 없다는 의미로 '삼국무쌍(三国無双)'이라는 형용사가 인용됐다. 하지만 토요토미 사후 패권이 토쿠가와・이에야스에게 넘어가는 와중에 성 대부분이 소실되고 만다. 

현재의 성은 에도막부의 2대 대장군 히데타다에 의해 천수각과 부속시설이 신축에 가깝게 복원된 것이다.

오사카에는 과거 일제 강점기를 전후해 일본으로 건너간 동포와 후손 10만명 이상이 생활하고 있다. 효고・쿄토・나라 등 인근 생활권의 거주자를 합치면 20만명에 육박한다. 

지금도 츠루하시(鶴橋)역 주변 상가에 가면 한글 간판을 내걸고 우리말과 일본어를 섞어 쓰는 2,3세 동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오사카는 부산과 우호협력도시와 자매 항, 서울과는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주요 명소

△유니버셜 스튜디오 제팬(USJ)
2001년 3월31일 오픈한 테마파크. 총면적 58만8430㎡(17만8000평)・9구역, 40가지 즐길 거리, 영화 속 유명식당 재현, 46개 캐릭터 숍, 일본만화 인기캐릭터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오사카성 천수각
오사카의 상징이며 성주가 집무와 접견을 행하던 성의 심장부. 지상 50m 8층 전망대, 3~7층 각종 역사자료와 모형 전시 등이 있다. 

△텐노지(天王寺)동물원
1915년 오픈 한 도시형 종합동물원으로 11만9008㎡(3만6000평) 규모다. 파충류관과 아프리칸 사파리 존이 유명하다. 

△나카노시마(中之島)
오사카시 중심부 도지마(堂島)강과 토사보리(土佐堀)강 사이의 좁고 긴 섬으로 여의도의 면적의 약 4분의 1이다. 시청사・국제회의장・미술관과 과학관・아파트・공원 등이 있으며 섬 주변에 금융・오피스가 밀집됐다.

△오사카 역사박물관
2001년 개관했으며 오사카성 공원 내 있던 시립박물관이 전신이다. 오사카 발자취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고대부터 근대까지 역사를 집대성했다. 지하 1층에는 고대 궁궐유적 보존됐다. 

△카이유칸(海遊舘)
1990년 개관한 수족관으로 미나토(港)구 텐보잔(天保山)에 위치했다. 세계 최대급 14개 수조가 있으며 수조의 물을 하부에서 주입해 상부로 흐르게 하는 최첨단 방식이다.

장범석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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