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단독] 남양유업, 파리바게뜨 PB우유서 빠진 다른 이유?

3분기 어닝쇼크 이은 악재···일부 소비자 "파리바게뜨 잘했다" 응원?

이수영, 하영인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8.01.08 16:46:05

[프라임경제] 최근 남양유업(003920)과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제과점인 파리바게뜨 사이의 자체브랜드(PB) 우유 납품 계약이 깨졌다. 

SPC 계열의 파리바게뜨는 전국에 3300여개 넘는 가맹점을 보유한 업계 1위 사업자다. 제과류뿐 아니라 우유 등 유제품, 쥬스 등 완제품을 위탁생산 형태로 매장에 공급하고 있으며 남양유업은 완제음료 중에서도 쥬스와 흰우유(아침&후레쉬우유)를 제조, 납품해왔다.

하지만 남양은 최근 협상에서 계약종료를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양유업 '엎친 데 덮쳐' vs '별 일 아냐'

2013년 이른바 '대리점 갑질' 파문 이후 매출하락에 시달려온 남양유업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연결누적)이 33억1500만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312억원) 대비 10분의 1토막 수준으로 '어닝쇼크'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거래처와의 협상결렬은 이유와 규모를 막론하고 악재임에 틀림없다.

파리바게뜨가 OEM 방식으로 납품 받아 매장에서 판매하는 '아침&후레쉬우유' 3종. 해당 제품은 남양유업과 서울우유, 삼양우유 등 3개 업체에서 제조해왔다. ⓒ파리바게뜨

본지 취재 결과, SPC의 OEM 계약은 1년 단위로 해마다 갱신되는 방식인데 양측은 지난 달 내내 팽팽하게 협상을 진행했다. 그런데 유독 주력상품인 흰우유를 둘러싸고 이견이 컸고 남양이 빠진 빈자리는 올해 1월1일부터 서울우유와 삼양우유 두 개 업체가 양분하게 됐다. 

SPC 관계자는 "남양이 '더 이상의 역마진을 감수할 수 없다'고 주장해 어쩔 수 없이 계약을 종료했다"며 "자사 제품군을 활용한 추가적인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못 미쳤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관계자 역시 "납품가격이 안 맞아 부득이하게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흰우유 외에 쥬스 등 기존 품목은 재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재계약 실패가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체 매출에서 우유제품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부로 납품되는 PB 물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 회사 실적에 거의 영향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며 "최근의 영업부진은 주요 고객층인 어린이와 청소년의 우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등 구조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매년 수억원' 홍원식 회장 일가 배당금 올해도?

하지만 양사의 결별을 두고 더 복잡한 속내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파리바게뜨가 '갑질기업'으로 악명이 높은 남양유업과의 거래를 끊었다며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최근 제빵사 직접고용을 둘러싸고 정부와 신경전을 벌인 SPC가 아르바이트생에 과도한 벌금을 요구해 또 다시 입길에 오른 남양과의 관계 지속을 부담스러워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여기에 지난해 5월 초 불거진 '곰팡이 우유' 사건이 재계약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뒷말도 제기됐다.

당시 한 매체는 광주시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4개월 전 유통기한이 찍힌 우유가 판매됐고 곰팡이가 나왔다는 주장을 보도했었다. 문제는 기사가 송출된 직후 SPC와 제조사인 남양유업 직원들이 직접 제보자를 찾아갔고, 사과에 앞서 기사삭제부터 요구했다는 추가폭로가 이어져 논란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이에 남양유업 측은 "'곰팡이 사건'은 우리와 전혀 무관한 이야기이고, 이번 협상에서 납품가에 대한 이견 외에 다른 문제는 없었다"면서 "정확한 수치나 세부내용은 대외비라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극도의 영업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남양유업이 올해도 현금배당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역시 관심사다.

남양유업의 주요주주 현황. 홍원식 대표이사 회장 과 부인, 형제 등 일가 지분율이 53.85%에 이른다. 현금배당을 할 경우 절반 이상이 오너일가의 몫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남양유업은 최근 10년 동안 한 해도 빼지 않고 8억~8억5000만원 상당의 현금배당을 실시해왔다. ⓒ 남양유업 분기보고서

회사는 작년 3분기 누적매출 8783억원으로 전년대비 5.1%가량 줄어든 가운데 영업이익과 분기순이익이 각각 33억1500만원, 42억26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89.4%, 83.5%나 급감한 것으로 라이벌인 매일유업(005990)이 영업이익 214억원, 당기순이익 160억원을 거둔 것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현금가용능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에서 문제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91억원으로 전년 동기 741억원에서 급격하게 손실로 돌아섰다. 이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할수록 손해를 봤다는 것이고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파문 이후 불매운동으로 440억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낸 2013년도에도 8억5000만원 상당의 현금배당을 실시했었다. 이를 통해 홍원식 회장 부부와 손자 등 오너일가는 최근 10년 동안 매년 빠짐없이 4억원 이상의 배당수익을 챙겼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