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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더 취한 대리기사? 카카오 드라이버 "믿었다가 낭패"

'신개념 보험'도 막지 못하는 음주 대리기사…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황이화·김수경 기자 | hih·ksk@newsprime.co.kr | 2017.04.07 17:22:09
[프라임경제] 지난해 카카오와 KB손해보험·동부화재가 대리운전 O2O(Online to Offline)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를 위한 전용 보험을 출시해 고객 불안감 해소를 강조했지만, 최근 사례를 보면 오히려 고객 피해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술에 취한 박모씨가 음주운전을 피하려 부른 카카오 드라이버 운전 대리기사가 만취해 사고를 낸 사건이 논란의 불씨를 일으켰다. 차주 박씨는 3주의 상처를 입고, 4000만원가량의 차량을 폐차 처리해야 했다.

심지어 이 대리기사는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력도 있었으나 카카오 드라이버 측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또 카카오 드라이버가 대리 기사에 적용한 보험의 허점으로 금전적 피해는 고스란히 차주인 박씨가 떠안게 됐다. 

카카오 드라이버 앱 소개 화면에는 '카카오가 직접 검증한 기사님의 안전운행 서비스와 카카오드라이버 전용보험적용'이라고 적혀있다. ⓒ 카카오 드라이버 앱 캡처

7일 카카오 드라이버 관계자는 "음주사고는 보험약관상 면책 사유라 보험 적용이 되지 않지만 해당 사건 고객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했다"며 "지금은 차주와 원만히 해결된 상태"라고 응대했다. 

카카오 드라이버는 지난해 3월 동부화재와 KB손해보험과 함께 기존 대리운전보험 업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기를 방지하고 고객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정보통신기술(ICT) 적용 상품을 개발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크게 효과적이지 않다는 평을 내놓는다. 

카카오 드라이버 전용 보험상품은 사고기록 등을 검토한 다음 손해율을 측정해 보험료를 계산하지만, 타 보험사 기록이나 관공서 기록은 볼 수 없다. 즉, 기존 자사 고객이 아닌 경우 사고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카카오가 아무리 면밀한 면접을 봐도 사고 전적이 있는 대리기사를 가려낼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대리운전보험을 소유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리기사의 이력을 볼 수 없어 아무리 사고를 많이 일으킨 고객이라도 보험사 입장에선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타사와의 정보 공유 및 관공서 협조가 절실해 각사별로 정보를 공유하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토로했다.

사실상 처리 방식이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카오 드라이버는 대리기사 사고와 관련, 지속적인 권고 및 안내를 통해 관리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 중이다.

카카오 드라이버 관계자는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면서도 "현재로는 이 같은 처리 방식을 바꿀 계획은 없고, 이 사건을 특수한 사례로 본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ICT정책국장은 "소비자가 인지 못하는 사이 큰 사고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알면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비자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거나 특약을 마련해 피해를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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