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증여세 대신 낸 신동주, 롯데 형제갈등 장기화 '투자비용'?

의결권 대리행사 희박…명분 쌓고 부친 지분 유출 방어만 해도 성공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2.10 09:55:33

[프라임경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제 간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장남인 신 전 부회장 측이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 부과된 증여세를 지난 1월 말 대신 납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신 총괄회장에게 부과된 2126억원의 증여세는 롯데그룹 지주회사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친인척이나 지인 이름으로 차명관리하다 2003년 이를 서미경씨와 신유미씨 모녀 측에 넘긴 것이 검찰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부회장(오른쪽). ⓒ SDJ코퍼레이션

검찰의 조사로 서씨 등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보유의 윤곽이 나타나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은 국세청의 증여세 부과에 불복 절차를 밟을 예정이지만, 일단 부과된 세금은 기한까지 납부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세금을 낸 자금 마련 방식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에 연부연납하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부자 간에 돈을 빌리는 형식(금전소비대차)으로 치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신 총괄회장이 굳이 이같이 처리를 할 형편이냐는 의구심이 깔린 풀이다. 

수상한 증여거래 지적 피하려면 이자 등 증빙해야

아울러 이런 금전거래가 적정거래로 인정받으려면 번거로움이 뒤따른다는 문제가 있다. 일정 기간 이자 등의 지급이 없이 돈을 갚지 않으면 증여로 몰려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국세청 고시를 감안하면 연 4.6%의 이자를 부자 간에 주고받아야 하는데 이런 내용 등 거래를 당국이 면밀하게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이 같은 거래의 구조를 택한 이유, 그리고 불복 절차를 적극적으로 끌고 갈 가능성 등은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자금 부담 문제를 보면, 2015년 기준 연봉·배당금으로 신 총괄회장은 61억원, 차남 신 회장은 216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으로서도 2000억원대의 자금을 한번에 움직이는 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증여세 규모가 현재 약 21만원 선에서 형성되고 있는 롯데제과(004940) 주식으로 생각해 보자. 약 1만주에 해당하는 규모인데 신 총괄회장 지분이 6.83%, 97만여주인 것을 생각해 보면, 롯데제과 지분을 어느 정도 팔아야 하는 돈인 셈이다.

지분을 팔아서 내더라도 쉬운 구조는 아니고, 또 이런 매각 변동은 지금 형제 간 갈등 와중에 어느 쪽에서 보든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이 이번 자금 지원으로 얻는 바가 무엇인지도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채권자로서 부친인 신 총괄회장의 지분의 의결권 행사 개입 등을 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현재 신 총괄회장의 능력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이 펼쳐지는 점을 생각해 보면 실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신 총괄회장이 자금 대여를 이유로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넘길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주식의 질권을 설정하고 채권자가 의결권을 넘겨받아 행사하는 경우다. 대법원 판결 중에는 이런 구조로 은행이 원래 이 지분을 갖고 있던 해당 대주주에게 불리한 내용의 주주총회 의결을 해버린 경우에도 그 유효성을 인정한 바가 있다(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다56839 판결).

하지만 현재 신 총괄회장은 현재 한정후견 개시 기로에 서 있다. 항고에 이어 재항고를 하고 있는 것. 따라서 가까운 기간은 몰라도 이 같은 자금의 거래 관계를 이유로 의결권을 넘기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재항고 결과가 나온 이후를 염두에 두고 일반적으로, 장기간 의결권을 넘기는 내용을 맺는다는 것은 문제라는 것.

김홍기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의결권의 위임약정이 수회의 주주총회에 걸쳐서 포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그 유효성을 인정할 것인지는 의문이 있다. 주주가 언제든지 의결권 위임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견해도 있으나, 주주권에서 의결권을 분리하는 것이므로, 법령에 의하지 아니하고서는 새로운 유가증권의 창설을 금지하는 유가증권 법정주의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이 사건의 판례평석을 기고한 적이 있다.

노혁준 서울대 로스쿨 교수 역시 같은 사건을 판례평석한 글에서 "의결권을 포괄위임하면서 주주의 해지권을 배제하는 이른바 철회불능 포괄위임도 가능한가? 이는 주주권으로부터 의결권을 완전한 분리함을 뜻하는 것이므로 우리 법제상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지적했다.

만약 신 전 부회장이 채권자라고 해서 장기간 의결권을 주기로 약정한다는 것은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런 자금의 대여에 의한 의결권 행사 명목 대신 바로 의결권을 대리 행사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어서 굳이 이런 방안을 택할 큰 실효성이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신 전 부회장의 행보는 현재의 서씨 모녀 지분 문제를 일단 인정하고 '다음 수순'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한때 신 전 부회장(형)과 신 회장(동생) 간에는 서씨 측 지분의 매입을 희망했던 바도 있지만, 현재 여러 번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 대결을 해 본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지금 서씨의 지분 보유 상황에 변화가 온다고 해서 크게 유리할 게 없는 처지. 오히려 일본롯데홀딩스의 기업공개 등을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게 더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굳이 국세청이나 소송 등 세금에 대한 불복 과정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도 적다고 할 수 있다.  

부친의 지분 변동 없는 상황에서 동생 실수 기다린다?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현재 롯데제과를 장악하고, 최종적으로 호텔롯데의 상장과 롯데쇼핑과(023530)의 합병 등을 통해 일본롯데와의 연관성을 희석시키려는 신 회장 측 전략의 구사를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 프라임경제

양측이 지분 매집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근래 롯데제과 지분의 매집으로 신 회장의 지분이 다소 늘어 형 신 전 부회장과의 차이를 벌린 상태다. 롯데쇼핑의 경우는 신 회장(3.46%)과 신 전 부회장(13.45%)이 막상막하 상황이다. 여기에 부친 신 총괄회장은 0.93%로 극히 적은 규모이나 어느 쪽에 가담한다고 보면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사정이 이런 터에 신 총괄회장이 증여세를 낸다는 이유로 지분 일부를 내다 파는 일이 양측 형제 간 갈등 당사자들에게 달가울 리 없고, 특히 형쪽에서 오히려 더 이를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다소 출혈이 있더라도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라도 이 문제를 처리할 필요가 있는 것. 오히려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부자 간에 이런 거래를 하는 게 나쁜 것도 아니다. 

당초, 신 전 부회장이 처음 주식담보대출로 거액의 자금을 마련했을 때, 일각에서는 이 중 일부를 생활비로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신 전 부회장은 현재 SDJ코퍼레이션을 설립, 이를 사비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 이를 빌려주고, 다시 그 이자 명목으로 자금 융통을 하면 미세하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이 같은 실익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아버지를 대신해' 나서고 있다는 '적통의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형제 간 갈등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행보다.

여기서 다시 장기전으로 치닫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는 생각을 신 전 부회장이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계열사 지분을 많이 보유한 회사들의 처리 문제에 관심이 모아진다.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은 분할, 합병 등 다양한 지배구조 전환을 위한 블럭 조립에서 이리저리 빼고 더하는 작업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으로 '롯데 2세 경영 본격화'의 꽃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합병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현재 신 회장이 (불구속이긴 하지만) 재판을 받는 터라 각종 상장이 필요한 이들 문제까지는 처리에 한 템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해석이 따른다.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대표이사가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를 가정하면 호텔롯데 상장에 한국거래소의 3년 제한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 것.

결국 최종적으로는 3~4년이 '신동빈 체제' 굳히기에 필요하고 그 기간 전에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장기전에 대비하면서 상황이 유리하게 전개되기를 살필 필요가 있다.

최근에 형제가 둘 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신 회장으로선 롯데쇼핑 지분 100만주를 담보로 1000억원가량을 대출한 것 중 최근 약 80억원을 썼으므로, 전체 실탄 중 9/10 이상이 남아있다.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금을 쓴 신 전 부회장 측도 담보 인정비율에 따른 최대금액을 감안하면 1000억원가량의 실탄을 수중에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한 전쟁이 언제고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자금을 빌려서라도 부친의 증여세를 대신 내주는 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더욱이, 혹시 가까운 시일 내 신 총괄회장 유고 상황이 빚어지는 경우를 생각해도 '최선을 다해 부친을 보필했다'는 이미지가 필요하다.

유언장이 아마도 이미 작성돼 존재할 것으로 많은 이들은 보는데, 신 총괄회장의 유언장 내용상 불리한 쪽에서 "아버지가 정신건강에 이미 이상이 있을 때 작성된 유언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유언무효확인소송'에 나설 공산이 크다. 신 전 부회장이 이런 행보에 나서야 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때를 대비해서라도 평소에 적통의 이미지 조성을 해두는 우호적 여론 확보는 유용하다는 것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