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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전기 찾아 삼만리, KTX 고객불편 역사 속으로

복도에 설치됐던 '유료 충전기' 이제 안녕, 자리마다 편의시설 설치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11.01 09:36:52

[프라임경제] 휴대전화가 일반화되면서 세상은 더 편해졌습니다. 예전에는 대학의 학과 게시판이나 술집 메모판에 '우리 과 **일 ○○에서 개강 총회' '독서토론회 xxx- 2차는 ○○술집으로 이동' 등 연락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호출기(삐삐라고도 불리던)에 이어 휴대전화까지 등장하면서 즉시 연락을 주고받는 게 가능해졌죠. 무엇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게임이나 음악도 즐길 수 있게 되는 등 그야말로 기능이 '연락'에서 '즐거움'으로까지 확장됐죠.

그러나 이렇게 되다 보니 전기에 아쉬움을 느끼는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게 됐습니다. 아무리 배터리팩 만드는 기술이 좋아져도 전기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었는데요.

특히나 오랜 시간 여행을 해야 하는 기차 승객들의 경우 '꼬르륵' 소리를 내며 꺼지기 직전인 휴대전화를 붙잡고 안절부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KTX 복도에 설치된 유료 충전기. ⓒ 프라임경제

사정은 여행 시간이 크게 단축되는 KTX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무궁화 기차 등에는 열차 칸 앞쪽이나 뒤쪽에 콘센트가 있어서 이 하나를 사람들이 나눠쓰는데, KTX의 경우 오히려 충전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KTX에 일부 설치된 바 있는 유료 충전기만 해도 많이 진보한 것이고요.

필자는 예전 출장 중에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느라 전기를 빌려서 썼는데, 그때 (공짜 전기를 제공받아 고마운 건 둘째 치고) 아무래도 불편해서 이후 KTX에서는 아예 충전을 할 생각을 안 했더랬죠.

승무원 안내를 받아 차량 중간의 임시좌석(입석 고객들이나 승무원이 잠시 앉는) 곳에 설치된 비상 콘센트를 얻어 쓰고, 데이터는 '와이브로 수신기'로 신호를 잡아서 했다고 하면 최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와 '핫스팟'에 익숙한 직장 후배들은 안 믿습니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격돌했던 때니까,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도 아닌데 말이지요.

기차에서 전기 얻어쓰는 법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게시물들. ⓒ 네이버

결국 사람들은 화장실 면도기 충전 콘센트에 꽂아서 충전을 한다든지, KTX 일부에도 맨 뒷자리에 숨겨진 콘센트가 있다 등등 눈물겨운 발견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런 생활의 지혜는 블로그 등을 통해 집단지성으로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 화장실 면도기 콘센트를 활용했다는 한 블로거의 아이디어 경험담. ⓒ 네이버 블로그

그런데 이런 휴대전화나 노트북의 밥인 전기의 아쉬움이 KTX 여행에서는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코레일이 이달부터 연말까지 KTX 전 차량의 객실에 충전용 콘센트와 USB 포트를 순차적으로 설치하는 작업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일반 KTX 열차의 경우 창문과 창문 사이에 콘센트를, KTX 산천 열차는 모든 좌석 하단에 하나씩 설치를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 부산까지 5시간가량 기차를 타고 동동거리며 출장을 다니거나 했다는 이야기가 고속열차 등장으로 희미해지는 것처럼, 기차 안에서 휴대전화 배터리가 없어서 무척 심심했다거나 노트북으로 일을 못 했다는 얘기는 과거사가 될 것 같습니다.

마치, 다른 송고 수단이 없어서 전화로 기사를 부르고 받아적었다는 고참 기자들의 말씀이 굉장히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죠. 

앞으로 더 편해진 만큼 즐거운 일이 많이 생길지 여행길, 출장길이 기대되는 11월의 첫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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