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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친에 목매는 여성? 그만 좀 하시죠

 

백유진 기자 | byj@newsprime.co.kr | 2016.10.25 16:06:53

[프라임경제]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화장품 온라인 쇼핑몰 미미박스의 여성 비하 배너광고가 논란이 됐다.

미미박스가 명품 화장품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엑스터시라커 16종을 홍보하며 '대존예(많이 예쁘다는 온라인상 속어) 인생틴트 남친에게 조르지오~'라는 문구를 사용해서다.

이 문구는 언어유희를 통해 재미를 의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마치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비싼 명품 화장품을 사달라고 하는, 경제력 없이 남자친구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는 듯한 인상을 떨칠 수 없다. 현재 이 광고는 사라진 상태지만 누리꾼들 사이에서 여성비하 광고라는 비난이 여전하다.

사실 그동안 여성비하 논란을 일으킨 광고는 꽤 많았다. 지난 2012년에는 아모레퍼시픽의 마몽드 CF에서 '명품백을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이라고 묘사해 '된장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같은 해 웅진식품도 '날은 더워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라는 카피의 옥외광고를 게재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웅진식품 측은 "타는 차(車)가 아닌 마시는 차(茶)"라고 부인했지만 해당 문구는 더운 여름 날 차가 없는 남자친구에게 불평하는 여성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뿐 아니다.

지난 2013년에는 밀크티 프랜차이즈 공차가 '영화용 친구·식사용 오빠·수다용 동생·쇼핑용 친구·음주용 오빠·기분 따라 다르게 즐겨라' 등 여성비하 문구를, 2014년에는 코오롱스포츠가 '전공책 한 권도 무겁다고 오빠 부르던 네가 오겠다고?'라는 문구와 비웃는 듯한 표정의 낙타 사진을 함께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또 지난해에는 금호타이어 마모수명보증제 CF에서 '전구 교체할 땐 아빠, 컴퓨터 교체할 땐 오빠, 타이어 교체할 땐 타이어프로'라는 내레이션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좋아만 하는 여성 캐릭터를 삽입해 비난을 샀다.

논란이 된 광고들은 모두 여성을 지나치게 이기적이면서도 의존적인 대상으로 표현한다. 자신의 의무나 책임 없이 남성들에게 의지하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다. 경제력을 갖춘, 독립적인 주체로서의 여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여성비하 문제는 단순히 기업 관계자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보건복지부의 공익광고 또한 다르지 않다. 당시 '여성들이 남성을 가방 셔틀로 만들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보건복지부는 피임 홍보 포스터에서 '다 맡기더라도 피임은 맡기지 마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남성에게 모든 짐가방을 맡긴 채 활짝 웃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러한 광고들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로 떠오른 여성 혐오를 부채질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해 보인다.

여성비하, 여성혐오는 남성우월주의와 조금이라도 맞닿아 있기에 이 같은 광고들의 단상이 주는 기억은 몹시 꺼림칙하다.

기업이나 정부의 광고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대중들의 뇌리에 바로 꽂힌다. 영향력이 큰 만큼 바짝 긴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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