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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137] '보다 편리한 세상' 이지무브 "현대차 '우산' 아닌 함께 손잡고 경주"

대표 대기업 투자모델…시장 안착 이후 꾸준한 흑자 전환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16.05.19 11:25:03

[프라임경제] 최근 국내경제에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인 사회적기업이 등장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 굴지 대기업들도 이런 분위기에 맞춰 전문적으로 사회적 활동을 책임질 사회적기업을 하나둘씩 설립해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다만, 이런 형태의 사회적기업은 '대기업의 후원'이라는 편견과 싸워야 하는 역차별을 겪고 있다. 이지무브(easymove)는 이 같은 편견에 맞서며 시장에 안착한 대표적인 대기업 투자모델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및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을 뜻한다. 최근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거나 혹은 별도 설립하는 대기업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변화는 기업이 사회적 목적을 추구함과 동시에 '착한 방식'으로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요즘 대기업이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은 예전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초창기 사업내용과 관계없는 재정기부를 중심으로 하는 지원이 주를 이뤘다면, 근래엔 대기업 사업 위탁이나 공동수행과 같은 파트너십 형성, 그리고 우선구매와 같은 형태의 지원이 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자동차를 통한 인류의 행복 추구'라는 경영 이념과 '함께 움직이는 세상'이라는 사회공헌 슬로건 아래 △장애인 이동편의 증진(이지무브) △교통안전문화 정착(세이프무브) △환경보전(그린무브) △임직원 자원봉사 활성화(해피무브) 등을 사회공헌 4대 중점사업으로 삼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자립지원형 일자리 창출(드림 무브)과 그룹 계열사 기술, 서비스, 인프라 활용(넥스트 무브)을 추가해 운영한다.

◆기술 통해 편리한 사회 만들고자 하는 열정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0년 설립한 국내 최초 보조기구 분야 사회적기업 '이지무브'는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보조 및 재활기구를 전문 생산하고 있다. 현재(2016년 1월 기준) 전체근로자는 23명으로, 관련학과 및 전문 자격증 소지자는 12명에 달한다.

'혁신과 열정으로 보조기기산업 가치를 창출해 보다 편리한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비전으로, 고가 수입품을 대신할 △상·하차 보조기 △자세유지 보조기 △이동·보행 보조기 등 다양한 장애인 보조·재활 기구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보조기구 산업의 취약점인 A/S 부문을 강화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제품 만족도를 높여가고 있다.

'열정으로 보조기기산업 가치를 창출해 보다 편리한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비전을 가진 '대표 대기업 투자모델'인 이지무브는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보조 및 재활기구 전문 생산 사회적 기업이다. ⓒ 이지무브

이지무브는 '대주주'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신한은행 △외환은행 △㈔행복한 동행 △나사렛대학교 △(재)푸르메재단 △㈔안심생활 사회적기업연구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열린의사회 △㈔노인과복지 △㈔한국노화연구소 △우리사주조합으로 이뤄졌다.

이처럼 이지무브는 국내 보조기기 업체 중 가장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원활한 제품 제공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지녔다. 특히 신환은행 및 외환은행과 같이 사회적기업 최초 '금융기관 투자 유치'로 제조업 기반 사회적기업 투자 및 성장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얻기도 했다.

이지무브의 주요사업으로는 △이동보조기기 제조판매 △보조기기 컨설팅 △복지차 제조판매로 나뉜다.

초창기 주 사업인 이동보조기기 제조판매는 보조공학사 및 의지보조기사 등 전문인력들이 국산화를 위한 생산라인 구축과 함께 생산 및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고가 이동보조기기를 30%가량 저렴한 가격을 가진 품질 좋은 제품을 선보이면서 경쟁 제품 평균 판매 가격을 15% 하락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이후 특수학급·보조공학센터·복지관·치료실 등 보조기기 영역별 전문 컨설팅 룸 설계에도 눈을 돌려 보다 폭넓은 매출 구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2014년 '올 뉴 카니발 이지무브' 론칭 이후 본격적으로 기관별 맞춤형 복지차 제조판매에 돌입한 이지무브는 경차를 이용한 '레이 이지무브'로 통해 이용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이지무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지무브는 2014년 '올 뉴 카니발 이지무브' 론칭 이후 본격적으로 기관별 맞춤형 복지차 제조판매에 돌입했다. 복지차량은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휠체어에 탑승한 채 이동할 수 있는 차량으로, 차량 하부에 후방 경사로 등을 설치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하다.

특히 '2015 서울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한 '레이 이지무브'는 휠체어 탑승으로 카니발과 스타렉스 등 비교적 고가인 기존 복지차량과 달리, 경차를 이용해 이용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줬다는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기존 복지차량의 경우 휠체어 탑승으로 5인 정원이 3인 탑승 가능으로 줄어들었지만, 레이 이지무브는 특수 개조로 휠체어 미사용 시 원래 인원(5인) 그대로 탑승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아울러 장애인이 손만으로도 엑셀과 브레이크를 조작할 수 있는 운전보조장치를 부착해 편의성을 강화했다.

◆안정적 시장 안착 "우리 같은 '대기업 투자모델' 대거 설립 기대"

다른 사회적기업도 마찬가지로 이지무브 역시 설립 초창기부터 적지 않은 난관에 봉착했다.

이지무브 대표인 오도영 이학박사는 '서비스 비즈니스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건실한 사회적기업을 표방하는 차원에서 관련 전문가 10여명이 북유럽 스웨덴으로 탐방을 진행할 정도로 튼튼한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전 사회적기업과는 다른 형태인 이지무브는 인증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됐다.  

오도영 이지무브 대표는 "다른 30대 대기업들이 우리 같은 '대기업 투자모델'들을 대거 설립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프라임경제

오도영 대표는 "인증 당시 매뉴얼에 나와 있는 사회적기업의 요건인 사회적서비스나 고용 등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갑론을박'이 있었다. 하지만 목적과 미션, 그리고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노동부가 적극 나서면서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이지무브는 복지 선진국에서의 경험으로 만든 설립안을 가지고 여러 대기업에 제안하던 중 현대차그룹이 호응하면서 2010년 8월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은 3년간 29억원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지무브가 단순한 자회사에 얽매이지 않도록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오 대표는 "현대차는 이지무브를 단순히 자회사형 사회적 그룹이 아닌, 독립된 기업으로 인정하면서 경영권에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다"며 "특히 투자로 인해 보유한 주식들을 다른 기관에게(현 주주들)에게 나눠준 것은 다른 기업에선 하기 힘든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지무브는 '현대차'라는 든든한 후원자라는 선입견에 가려져 다른 지자체나 투자자로부터 추가 후원이나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오 대표는 "여러 곳을 찾아갔지만 '현대차'라는 이름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에 다른 투자나 정부 지원을 받기가 힘들었다"면서 "다행히 우리의 다양한 활동과 목적에 큰 관심을 가진 신한은행과 외한은행, 그리고 여러 단체에서 차츰 마음의 문을 열면서 총 67억원(현대차그룹 29억1000만원 포함)에 달하는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지무브의 설립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지난 2010년 8월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직간접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은 이지무브를 독립된 기업으로 인정, 경영권에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다. ⓒ 이지무브

지난 2014년까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한 이지무브는 안정적으로 시장에 장착한 지난해 4000만~5000만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올해에는 2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지무브는 현 단계에 그치지 않고,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운전보조장치 등 선진기술 제품개발에도 나서 국내 유일 수출형 사회적기업이자, 보조기구 산업 글로벌 기업을 지향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 보조기구 산업의 가장 큰 취약점인 A/S 부문을 강화해 원활한 서비스의 제공 및 고객 불편 최소화를 통한 제품 만족도를 높여 간다는 방침이다.

오 대표는 "능력 있는 사회적기업으로서 가능성있는 소셜 벤처를 직접 투자해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경영·마케팅부터 협업을 진행하는 것까지 스타기업을 만들고, 이런 연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우리의 실험, 그리고 8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현대차의 도전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다"며 "우리 노력과 생각들이 '현대차'라는 우산 속에 있는 이지무브가 아니라, 우리도 야전에서 열심히 가치를 위해 매진하고 있고, 그것을 위해 현대차도 끊임없이 같이 손잡고 경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지무브와 현대차와의 관계가 사회로부터 올바르게 인식돼 다른 30대 대기업들이 우리 같은 '대기업 투자모델'들을 대거 설립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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