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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지폐 위·변조 방지, 핵심은 종이입니다"

지폐 원료는 '목화 솜'…20단계 공정 거쳐 24시간만에 '돈 종이'로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6.04.11 10:43:24

[프라임경제] "인쇄나 복사로 돈을 비슷하게 만들 순 있어도 그 바탕이 되는 종이까지 흉내 낼 순 없습니다. 24가지의 지폐 위·변조 방지 장치 중 가장 정교한 기술을 담고 있는 것은 바로 '종이'입니다."

한국조폐공사 제지본부 관계자들은 이 곳에서 만들어지는 종이가 지폐 위·변조를 막는 최후의 보루라며 이같이 입을 모았다. 화폐를 만드는 기업 이라는 정체성 아래 65년간 축적한 보안기술을 보유한 종합조폐 보안기업임을 자랑하는 만큼 그들의 '종이 부심(負心)'은 대단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에는 종이, 요판잠상(은화), 홀로그램 등 약 24가지의 위·변조 방지 장치들이 존재한다. 그중 최고를 자랑하는 '돈 종이'가 만들어지는 한국조폐공사 제지본부를 지난 8일 직접 찾았다.

대전역에서 차로 1시간, 충청남도 부여군에 위치한 한국조폐공사 제지본부는 화폐를 만드는 국가 보안시설인 만큼 사전 허가와 함께 출입 시 보안서약서까지 작성해야 본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제지본부는 24만8312㎡(약 7만5000평)의 부지 위에 4만6063㎡ 규모로 생산, 관리, 사무를 담당하는 건물이 세워져 있다. 1958년 대전에 있던 공장이 1983년 부여로 이전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환신 제지본부 생산처장이 지폐 원료와 제조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한국조폐공사

이날 기자가 들어간 곳은 생산시설. 공장으로 들어가기 전 '돈 종이'가 만들어지기 위한 재료와 제조공정, 제지본부에서 만들고 있는 세계의 은행권에 대한 설명들이 박물관 식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지폐의 원료는 일반 종이를 만드는 나무가 아닌 옷을 만드는 '목화솜'이다. 유환신 제지본부 생산처장은 "나무 원료는 불순물이 많고 수분에 취약해 지폐 재료로 적합하지 않아 용지재료는 목화솜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공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약 100m에 이르는 생산라인이 굉음을 내며 가동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은행권에 쓰이는 돈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재료인 면 펄프가 20단계 공정을 거쳐야한다.

목화솜이 돈 종이로 변신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4시간. 크게는 '지료→초지→검사' 세단계로 구분되는데 각 공정 과정마다 위·변조 기술이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에 일반 제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

지료(紙料) 공정 중 솜을 타서 펄프를 만들고 표백해 면 펄프 상태로 가공하는 작업까지는 조폐공사가 우즈베키스탄에 세운 자회사 'GKD(Global Komsco Daewoo)'에서 이뤄진다. 목화 솜은 2010년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왔지만 원가절감을 위해 현지 직접생산 방식으로 바뀌었다.

은화와 은선이 입혀진 '돈 종이'가 환망과정을 거쳐 검사공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 한국조폐공사

제지본부는 GKD에서 면 펄프를 받은 뒤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부터 은행권 용지가 완성될 때까지의 공정을 책임진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지료공정은 펄프를 푸는 것에서 시작해 위·변조 방지기술인 '비가시 색 섬유'를 입히는 작업이 포함된다. 비가시 색 섬유는 눈으로 보기엔 하얀 솜처럼 보이지만 자외선 형광램프를 비춰 보면 각기 다른 색을 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색(1000원권), 녹색(1만원권), 적색(5000·5만원권)이 사용된다.

재료를 완성하는 지료공정이 끝나면 초지(抄紙)공정에 들어간다. 초지공정은 종이에 은화(隱畵·숨은 그림)와 은선(隱畵·숨은 그림)을 찍어내 압착, 건조하고 화학약품으로 표면 처리해 강도를 키우는 과정이다.

지폐의 위·변조방지를 위해 거치는 과정은 은화와 은선을 삽입하는 환망(還網) 공정이다. 위조지폐 감별법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은화는 지폐를 빛에 비춰보면 권종별 동일한 초상이 보이는 것을 말한다. 또 지폐 가운데 부분에 삽입된 은색 실선이 바로 은선이다.

환망 공정을 거친 후에는 물이나 약품에 넣었다가 건조시키는 작업이 수차례 진행된다. 여기서 드라이어 작업 시 종이의 주름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55~65℃를 유지하고, 물이나 약품에 넣을 때는 잘 스며들도록 수압을 이용한다고 한다.

유환신 생산처장은 "일본도를 만들기 전, 쇠붙이를 바닷물 속에 긴 시간 두는데 이는 물속에서 충분히 변형되면 가공한 이후에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기 때문"이라며 "돈 종이를 만드는 작업도 이와 같다"고 설명했다.

초지 공정이 끝난 '돈 종이'들이 검사 단계를 거치고 있다. ⓒ 한국조폐공사

마지막 공정은 검사 단계에서는 종이를 최종 확인한 뒤 묶음 포장한다. 1㎜라도 크기나 모양에 오차가 발생하면 지폐의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세 공정 중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도 할 수 있다.

검사기기는 각 지폐 안에 들어가야 할 은화, 은선 등 제대로 처리됐는지를 확인한다. 이렇게 생산되는 용지는 전지 크기의 7500장 단위로 포장돼 경산 화폐본부로 이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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