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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논술준비' 편견을 버려" 6단계 독서비법의 '도서관학교'

학생은 즐겁게, 학부모는 보조교사로 함께 하는 모델 실험하는 '재능기부적 조합'

박정서 | jungseo0118@hanmail.net | 2016.01.25 17:11:29

[프라임경제] 엔터테이너 박정서양이 협동조합 사람들을 만나러 갑니다. 박양은 한국음악을 전공하러 간 서울예대에서 개그클럽 '출석체크'를 만나 연기와 개그에 대한 꿈을 키웠고 이후 PMG(박문각)TV '개그한판' 출연 등 경험을 쌓는 중입니다. 연기와 개그를 할수록 '사람'에 대해 더 배워야 한다고 느끼는 만큼 자신의 이름처럼 '바르고(正) 어진(恕)' 협동조합 사람들의 이야기와 꿈을 통해 인생 경험을 보충하려 합니다. 그 과정의 블랙박스를 넘겨받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아이들이 만든 독서노트입니다. 자, 여기를 보세요.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인지, 생각해 볼 문제가 뭔지를 다른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을 그림과 글을 곁들여 자발적으로 정리를 했죠."  

"도서관이나 도서실을 갖춘 학교는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곳들이 모두 제대로 기능을 하는지가 문제겠죠. 그런 점에서 도움이 되고자 활동을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아이들이 독서노트를 만들며 성장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의 신나고 자유분방한 느낌과 도서관학교가 가진 시스템 역할을 설명할 때의 짜임새 있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문승찬 사회적협동조합 도서관학교 사무국장은 원래 도서관 등 여러 기관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회사를 운영하던 엔지니어 출신이다. 조합에 대해 설명을 하러 나서 준 그의 이런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이곳의 성격은 다채롭다. 

사회적협동조합 도서관학교. 인천광역시 신기촌에 자리잡은 이곳은 도서관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곳이다. 사실 도서관 건물이나 장서(책)가 하드웨어라면 이 단체는 그 내부 조직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역할에 더 관심이 많다고 설명하는 게 더욱 정확할 만한 곳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작성한 독서노트. 단순히 책을 읽어내리는 게 아닌 스스로 내용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답을 찾는 연습을 동아리에서 해 내도록 지도한다. ⓒ 프라임경제

도서관학(문헌정보학) 전공자라면 한번쯤 명성을 들어봤을 원로 학자 이만수 대진대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장경심 이사, 이재순 선생 등 사회와 교육 부문에서 중견 이상의 위치에 서게 된 이들이 동참하면서 조직을 꾸렸다.

2015년 봄 협동조합 형태로 정식 출범하며 인천을 보금자리로 정했지만, 이전에도 포천 지역을 중심으로 독서 문화 활성화가 갖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한 역사가 있다. 이익 발생이나 배분을 생각하지 않고 사회적 기여에 목적을 맞추는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특이한 형태를 택한 점도 바로 이 같은 출범 배경과 무관치 않다.

◆도서관학교가 키운 아이들, 독서 능력 탁월 일선 학교 인정받을 때 뿌듯

문승찬 도서관학교 사무국장(좌)이 연기자 박정서씨(우)에게 도서 준비 등 운영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메르스 문제가 있었던 2015년은 각종 모임이 활성화되기 어려웠을 텐데, 큰 지장은 없었나요?"

박양이 갖는 의문대로 도서관학교가 처음 공식적으로 돛을 펴고 출범할 무렵, 우리 사회는 메르스 때문에 그야말로 홍역을 치렀다. 각종 행사나 모임 등이 대거 무산되거나 연기되는 통에 문화나 예술 부분에서 뜻있는 이들이 활동을 하고 싶어도 기회를 놓친 경우가 허다했다.

"저희도 사실 그런 문제가 아주 없지는 않았죠. 하지만 메르스 문제가 본격화되기 전에 아이들을 위한 자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있게 여러 곳에서 전달했었고, 그 다음에도 여러 좋은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사실 도서관 시설 혹은 더 작은 규모인 도서(자료)실은 이제 웬만한 학교에는 갖춰진 편이다. 하지만 여기에 전담 사서교사를 배치하는 등으로 그 운영에 노하우를 갖추고 전문성을 인정하는 추세는 아직 아니다. 지도교사 정도만 있는 경우가 태반. 따라서 지도교사가 없는 경우, 지도교사 인력이 부족한 채 도서관만 덩그러니 있어 특별활동 시간에 잠시 사용되는 현황을 극복하는 것도 이들 조합 식구들의 몫이다.

"사실 학교에서 독서동아리 활동을 외부 조직(도서관학교)에 맡겨야 한다는 필요를 못 느낄 수도 있지 않나요?"

"그렇죠. 비용을 받지 않고 독서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해 준다는 제안을 여러 학교에 드렸죠. 그런 경우에 반신반의하는 교장 선생님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관심을 표하는 경우라도 지도교사가 막연히 자기 일을 뺏기는 듯한 기분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없지는 않고요." 

그럼에도 8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포천소흘도서관에서 실시한 '메밀꽃 필 무렵을 통해 본 문학진경'이라는 주제로 '길 위의 인문학' 특강을 가질 수 있었다. 9월 초에는 2015 년 제10회 봉평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문화제 문학기행 일정도 잡았었다.

포천소흘도서관에서 진행된 프로그램 기념 사진. ⓒ 도서관학교

일선에서도 도서관학교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여러 학교에서 독서동아리 활동, 학부모 세미나와 독서 아카데미 등을 다양하게 진행하면서 출범 초기 단체답지 않게 어려운 상황을 돌파했다.

인천 송천초등학교 독서동아리 활동 내역을 샘플로 거론해 보자. 실제로 살펴 보면 3, 4학년은 춘향전: 탐색, 독서, 정리단계를 진행했고 5,6학년 대상으로는 흥부전: 탐색, 독서, 정리단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사무총장) 선생님은 독서가 갖는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또 독서를 동아리 활동으로 하는 경우 특별한 이점이 있나요?"

문 사무총장의 설명은 이렇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나 발명왕 에디슨, 강철왕 카네기 등을 생각해 보면 학교 교육 과정보다도 책을 읽고 생각하면서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지금 독서 교육을 흔히 논술과 연결지어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된 접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건 또 어떤 말씀이지요?"

"아이들이 초·중·고 과정을 지내면서 모든 책을 읽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논술에 설사 아는 지문이 나왔다 하더라도 학원에서 '요점 정리'하듯이 책을 '배웠다'고 해서 지문에 뒤따르는 질문에 독창적이고 논리정연하게 답을 하기는 어렵죠. 워낙 논술 교육이 안 돼 있고 답답하니 그렇게 속성으로라도 어느 정도 수준의 답을 만드는 연습을 하고 싶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대학 논술 시험 코 앞까지 아무 책도 스스로 제대로 읽어 보지 않은 학생의 경우이고, 그런 경우라 해도 해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끼리 토론할 점을 찾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면 기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겠는데요?"

"논술 시험은 생각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 도입된 시험입니다. 동아리를 짜면 첫주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탐색을 합니다. 그 다음에는 실제 독서를 하고 이 책에서 이야기할 게 뭔지 이야기를 하죠. 그리고 토론회를 하면서 내용 정리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3~4주면 책 하나를 읽을 수 있습니다. 느린 듯 보이나요? 하지만 실제로 책을 읽고 그 책이 주는 교훈을 찾는 방법의 회로를 찾아내면 들일 시간 이상으로 오래 기억에 남게 되고, 또 다른 책을 읽는 힘도 생깁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탐구 학습 과정이 그대로 기록된 흔적인 독서노트를 펼쳐 설명을 덧붙여 나갔다.

"아이들이 스스로 책 내용이 가진 점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찾아 옵니다. 또 조별 편성이 된 친구들끼리 생각해 온 바를 나누게 되지요. 책 내용을 아는지, 주인공 이름이 뭔지 단편적인 독서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스스로 느끼게 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이렇게 책의 내용에 따라 어떤 점을 의논할지, 계획표를 짜고 그 다음주를 대비하고 숙제를 스스로 내게 됩니다.

자, 이 조는 스스로 탐방할 곳을 찾아 가자는 쪽으로 의기투합을 해 그 계획까지 짠 경우입니다.

숙제를 안 해 온다고 해서 벌을 주거나 하지 않지만,모임에 앉아서 할 말이 없으니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이미 실시한 학교에서 아이들이 달라졌다는 평을 듣는 경우가 많아 뿌듯합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다른 학교 교장 선생님께 저희 관련 정보를 주시고 추천해 주시기도 하고요."  

"들인 시간만큼 교육적이고 보람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하지만 완전히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도 이른바 '집단 지성'이 있다는 점을 긍정하는 그의 설명에, 일부러 짓궂은 질문을 더 해 봤다. 하지만 답이 명쾌했다.  

"그럴 때를 대비해 독서 멘토를 키우는 것도 우리의 일이고 역할입니다."

소외계층 도서관 꾸며주기 등 꿈 많은 조합…인력 개발 사업도 장기적 목표 삼아

"독서 멘토는 어떻게 육성되나요?"

학생들에게 참된 독서의 기법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인식 전환도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관심있는 학부모들을 모아 독서 멘토링을 진행하기도 한다. ⓒ 도서관학교

"우리가 학교에 제안할 때,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는 점도 제안드리지만, 학부형들을 모아달라는 요청도 드리고 있어요. 실제로 여러 초등학교에서 이미 한 학교당 20~25명 정도 참여해 교육받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독서가 논술을 위한 준비 작업이라든지, 국어 교육을 위한 방법이라는 식의 근시안적 접근보다는 인성계발을 위한 창의적 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기반을 두고 설명을 병행한다. 

"이런 설명을 드릴 때면 감사하게 필기도 해 가면서 열심히 강의를 들어 주십니다. 그런 교육이 끝나면, 학생들이 거치는 탐색단계, 독서단계, 정리단계 등을 진행하는 강사의 보조로 실제 동아리 활동을 돕는 보조 강사 역할을 하게끔도 해 봅니다. 그런데 사실 학부형들의 경우 마지막 단계에서 부끄러움을 타거나 해서 완전히 일선에 투입 가능한 보조 교사로 바로 육성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또 학교별로 보면, 생활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는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학부형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곳의 학교에서는 참여도가 저조한 점도 눈에 띕니다. 그런 점은 (도움을 줄 일손이 많지 않으므로 해당 학교) 동아리 활동에 대한 지도를 더 촘촘히 하는 방법으로 저희가 극복할 수밖에 없지요."

"부모가 아이들의 독서 멘토가 되도록 보조 교사 역할을 하는 외에 다른 교육 과정도 있나요?"

프로그래머와 경영인으로서 활동한 지난날과는 또다른 각도의 보람을 새롭게 느끼고 있다는 문승찬 도서관학교 사무국장. ⓒ 프라임경제

"물론이죠. 2015년에는 출범 초기이고 해서 본격적으로 착수하지는 못했지만 아카데미를 통해 독서컨설턴트 과정 등 전문가 과정을 활성화할 구상도 갖고 있습니다."

이때 도서관학교가 주목하는 것이 바로 언어학자 톨민의 방법이다.

"6단계 토론방법, 문제해결 프로그램 BIG6 등 독서와 관련된 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한 아카데미 설명을 보면 생소한 용어들이 많은데 어떤 것인가요?" 

"문제해결 BIG6는 △정보탐색전략(Information Seeking Strategies) △정보 위치파악과 접근(Location and Access) △정보활용(Use of Information) △종합(Synthesis) △평가(Evaluation)로 이어집니다."

"이게 바로 독서를 단순히 논술 답안지를 잘 쓰는 스킬로만 보지 말자는 처음 말씀과 연결되는 것이군요?"

"그렇죠. 책에서 정보를 찾아내고 활용하는 종합적 사고를 하고 또 그걸 옆에서 돕자는 취지죠. 그래서 전문가 과정에서 토론단계, 쓰기단계, 평가단계 등에 대한 설명을 따로 해야 하는 것은 아이들이 활동을 진행하는 마무리에 교사들이 음으로 양으로 도와야 할 역할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이니 수익 모델을 찾지는 않더라도, 여러 비용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이런 필요비 조달은 어떻게 하시나요?"

"저희가 소외계층을 위해서는 '부엉이서재' 꾸며주자는 목표를 세우고 출범을 했고요.  

현재로서는 저희 조합 식구 중에 출판사 관계자가 있어서 책을 보내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고, 원로 선생님들께서 도서관과 책을 활용하는 문제에 대해 재능기부를 해 주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린대로 전문가를 육성하는 쪽으로 장기적으로는 목표를 세우고 있고요."

"말씀 감사합니다."

(참고로 부엉이서재 꾸며주기 등 비용 기부를 위한 후원 계좌는 농협 301-0169-2096-71 사회적협동조합 도서관학교로 할 수 있다. 문의는 scmoonkr@naver.com 이나 032-201-7010으로 하면 된다. 정리 지원: 임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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