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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대함 결여된 사회, 사회적경제가 대안일까" 뜻깊은 토론

국회입법조사처·한국경제법학회 '사회적경제기본법 입법 토론회

임혜현·하영인·이윤형 기자 | tea@·hyi@·lyh@newsprime.co.kr | 2015.10.16 10:03:45

[프라임경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 이른바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이에 대한 법안 마련 논의 등이 최근 추진된 바 있으나 최근 정치권의 각종 대립 격화와 청와대와 국회간 미묘한 관계 속에서 법안이 공회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까지 제출, 국회에 계류된 이른바 사회적경제기본법안들의 특징과 문제점 등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대안도 생각해 보자는 토론회가 학계와 사회적경제 실무계, 관계 등 인사를 총망라한 가운데 열렸다. 이는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경제법학회에 의해 주최됐으며 프라임경제는 자사의 창간 10주년을 기념해 후원기구로 나서 사회 현안에 대한 소통 기회로 삼고자 했다.

◆헌법의 경제관은 열려 있다, 우리도 열린 논의를!

먼저 오늘 사회와 좌장역을 소화환 김형성 한국경제법학회장의 '사회적 시장경제와 사회적경제 기본법(안)의 전망' 기조발제는 행사 첫머리에서 이어질 모든 논의가 열린 자세로 치열하게 전개될 여지를 닦아준 '가이딩 울프' 역할을 해 냈다. 김 학회장은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로 봉직하고 있는 원로 학자로 많은 제자를 길러낸 법조계와 법학계의 전설적 스승이며 헌법과 경제법을 동시에 고민하고 연구해 온 몇 안 되는 통섭적 학술 연구의 선구자다.

김 학회장은 "독일의 헌법재판소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독일 기본법이 지향하는 바는 아니라고 한 바 있다"면서 이는 독일 기본법이 지향하는 경제적 가치는 특정한 도그마에 집착할 게 아니라 헌법적 가치에 의해, 위헌적 가치만 아니라면 어떤 것이든 활용할 수 있다는 자세라고 해석했다.

이런 견지에서 그는 "우리 헌법의 사회적 시장경제 역시 (시장만능주의와 공산주의) 양쪽 극단의 중간 스펙트럼 어디쯤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하며, 그런 점에서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은 사회적 시장경제와는 다소 다르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경제와 사회적 시장경제 사이의 그런 Gap을 줄이는 논의에서도 이번 법안 관련 토론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기한 이야기들, 필기하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첨단' 논의에 관중들이 연신 메모를 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발제에 나선 권재열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은 국가가 주도하는 사회적경제를 상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사회적경제의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 돼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뿌리를 잘라낼 입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본법안에서 정의하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기존의 실정법보다 이 법안이 우선시돼야 할 법리적인 정당성을 찾기 곤란하다"고 일축했다.

계속해서 송인방 충남대 기초교양교육원 교수가 '사회적 기업측면에서 본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을 발제했다. 그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법률을 마련함에 있어서 이 법안이 매개법률이 되어야 하는데, 기본법의 역할에 머물러야 하는지 실행법의 역할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인지 우선 국민적 합의를 이룬 뒤 이에 따라 내용을 조율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어서 송 교수는 "각계의 의견이 수렴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면서 강력한 관 주도성 문제 등의 그간의 약점들을 이번 입법 추진을 계기로 끊고 가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이른바 민관 협치라는 개념을 이번 기본법안들이 이용하는데 이는 너무나 추상적인 것"이라며 보완을 요청했다.

◆왜 지원해야 하는가? vs 이런 성공적 모델을 왜 지원 안 하는가?

이런 가운데 실제 토론이 시작되면서, 사회적기업 등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 대한 본원적 시각차도 노정됐다. 상법학의 대가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현재 발의돼 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안들은 국가의 재정 파탄 뿐만 아니라 국가적 파멸을 일으킬 여지도 있는 위험한 안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 체계가 생태계 자체를 파괴한다"면서 기업의 자력갱생 능력과 노력을 대전제이자 사유의 근간으로 삼는 시각을 나타냈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역시 사회적기업 등에 대해 "지원할 사회적 가치가 있을지는 몰라도, 사회적 부가가치가 없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회적'이라는 개념은 정치의 개념을 경제에 몰고 들어올 수 있는 수식어이기 때문에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이번 사회적기본법안 논의 국면에 대한 소극적 견지를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석학들. 좌로부터 최준선 교수, 전재경 원장, 이기종 교수, 김종상 원장. ⓒ 프라임경제

반면 김성기 SE임파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독자적으로 존립할 가치와 능력이 없다고 하는데, 위캔 같은 기업은 극히 적은 임금에 만족해야 하던 기존 직업재활시설이 사회적경제모델로 재탄생하면서 훌륭한 고용기구가 됐고, 성수동의 수제화 업체들도 조합 형식을 택함으로써 자생력을 신장시켰다"고 실제 사례를 들며 반박했다.

이런 사회적경제의 여러 모델들이 벌써 성과를 내고 있고, 앞으로도 낼 것인데 이런 곳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지원하는 게 옳으냐는 항변이다.

김종상 사회적경제연구원장 역시 "지금 사회적경제에 대한 기본법이 없이 여러 개별 지원책만 있으니 콘트롤 타워가 없는 격"이라면서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경제가 대안이 될 수 있는데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으니 빠른 입법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원종현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중립적 입장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으나 말미에 "우리 사회와 경제는 관대함이 결여된 지경에 이르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경제가 일종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동력을 공급할 훌륭한 시사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지원책: 사회적금융과 출자 뒤 세제 지원 등 아이디어 백출

한편, 사회적기업 등에 대한 지원 논의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개진됐다. 예를 들어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은 "사회적 자본이 경제적 자본을 만들어 내야 하도록 유도하자는 게 사회적경제의 핵심이어야 하는데, 지금 제도는 경제적 자본의 도움을 얻어 사회적 자본을 일구자는 것이라서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코페르니쿠스적 사고 전환을 요구했다.

발제자였던 송인방 충남대 기초교양연구원 교수 의견도 새롭다. 그는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관 주도 모델과의 영원하고도 효과적 결별을 위해 기존의 법안들이 지원지금 마련을 생각하는 것을 대신해 "사회적금융 규정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선진국에서 사회적금융의 지원이라는 체계는 사용주체와 공급주체, 그리고 양자를 매개하는 중간주체 등에 의해 움직인다고 민간의 자율적 매커니즘 확보를 강조했다.

김성기 이사장과 원종현 입법조사관은 새로운 시각으로 시종 눈길을 모았다. ⓒ 프라임경제

이어서 이기종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지금 제도는 사회적기업 등에 대해 인증만 되면 지원을 하자는 제도나 다름없다"면서 사후적 관리 실패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그럴 게 아니라, 기업 등이 사회적기업 등에 대해 자금 출자를 하는 등 지원을 하면 그 다음에 세제 혜택 등을 주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의견은 이른바 지원만 받는 혹은 애초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서 태어나는 좀비 사회적경제 주체들을 걸러내면서도 막강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이 태어날 여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여러 뜻깊은 논쟁과 의논이 이뤄진 점에 대해 사회자는 감사를 표하면서 이번 법안 통과 지체 과정을 오히려 이처럼 풍성한 논의를 추가로 반영할 수 있는 계기로 정치권이 활용해 달라는 뜻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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