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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노동개혁에 숨은 '근로자경영참여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5.08.28 15:02:53

[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노동시장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뜨거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설익은 여권발(發) 노동개혁안을  접한 이들 사이에서는 독일의 전 총리 슈뢰더가 단행했던 '아젠다2010'을 떠올리곤 합니다.

아젠다2010은 슈뢰더 내각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독일 경제의 체질개선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노동시장 유연화와 사회복지 조정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단시간 근로 확대나 해고보호법 개혁 등이 수단으로 동원됐죠. 독일 경제를 건강하게 되살려 낸 명처방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만, 결론적으로 슈뢰더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인기 하락으로 정권을 잃게 된 것이죠.

여권의 노동개혁 추진에 브레이크를 거는 이들은 독일의 근로자경영참여제도와 같은 시스템이 한국에는 없다고 지적합니다.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여당이 단시간 근로 확대 등 아젠다2010의 가장 좋지 않은 부분만 선별해서 한국에 이식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인 거죠. 독일처럼 근로자의 지위가 높고 회사 경영 참여가 보장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자의 고통 분담만 강요하려 한다는 우려인 셈이죠.

독일의 근로자경영참여제도는 공동결정제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근로자는 경영자에게 기업 경영정보를 요구할 수 있고, 경영자는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 근로자 측과 사전 협의를 합니다. 인사 및 노무 관련 사안의 결정에도 근로자들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근로자들의 제동으로 기업의 경영 판단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독일처럼 굳이 노사가 동수로 참여하는 감시위원회를 두는 식으로 이 제도를 그대로 도입해야 하는지 반감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죠.

이에 대해 2004년 송태경 당시 민주노동당 정책국장은 "한국의 실정에 맞는 경영참여"를 언급하면서, 감시위 제도를 도입하되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슈뢰더 전 총리는 자신의 노동개혁과 근로자경영참여제도에 대해 거론하며, "노조와 경영인 측에서 함께 모든 고용인에 대한 근로조건을 협상하는 게 독일의 특수한 조건"이라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독일은 노사가 함께 책임을 지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근로자경영참여제도는 사회적 파트너십을 조성하는 제도라는 거죠. 회사별로 개별적 어려움을 만나든 국가적인 경제의 위험 상황에 직면하든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는 공감대 형성이 이 제도의 근저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편, 독일에서는 일부 신자유주의 경제관을 가진 이들이 이 근로자경영참여제도에 대해 위헌 시비를 걸기도 했는데요.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기업의 소유권과 공동결정제는 상호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합헌 판단을 내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기수 전 고려대 법대 교수가 일찍부터 이 개념에 대해 소개한 바 있죠. 회사법 분야를 다루는 상법(상) 교과서에 이 제도를 언급하고 긍정적으로 평가를 했습니다. 

아무튼, 노동개혁이 올 하반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로 법학자의 선견지명이 빛을 볼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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